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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연루 지방의원 3,317명, 43%가 재선에 성공했다

권익위가 2년 가까이 숨긴 국외출장·수의계약 비리 명단이 행정소송 끝에 공개됐다. 연루 의원 3,317명 중 1,448명이 6·3 지방선거에서 재선했고 항공료 위변조는 438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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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명단은 왜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 공개됐나

국민권익위원회가 2024년 두 차례 발표한 지방의회 비리 실태조사의 의원 명단이 2026년 9월 말 공개됐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와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가 권익위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1심과 2심을 모두 이긴 결과다. 권익위가 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명단이 시민의 손에 들어온 시점은 6·3 지방선거가 끝난 뒤였다. 지적 사항이 나온 의원 3,317명 가운데 1,448명이 이미 재선에 성공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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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권익위는 무엇을 조사하고 무엇을 감췄나

권익위는 2024년 11월 27일 20개 지방의회를 표본으로 한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내놨다. 민선 8기가 출범한 2022년 7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의원 본인이나 가족, 이들이 소유하거나 대표를 맡은 업체와 1,391건, 약 31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이 부적정하게 체결된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대상 의원 518명 중 60%인 308명은 임기 시작 전 민간 업무활동 내역을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했다.

이어 12월 16일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전국 243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한 공무국외출장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때 집계된 국외출장은 915건이었다. 두 발표 모두 위반 유형과 전체 건수는 밝혔지만 어느 의회의 어느 의원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권익위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5년 12월 주민의 알 권리와 의회 운영의 투명성이 더 큰 공익이라고 판단했다. 2심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사실만으로 비공개 정보가 되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다.

The Anti-Corruption and Civil Rights Commission disclosed violation totals in late 2024 but withheld the names of the assemblies and members involved. Two courts ruled that residents' right to know outweighed the commission's secrecy, and the agency dropped its appeal.

항공료를 위조한 행위는 단순 예산 오남용인가

가장 무거운 지적은 항공료 위·변조를 통한 과다청구다. 수법은 단순하다. 비즈니스석을 예매해 결제 내역을 만든 뒤 취소하고 이코노미석으로 바꿔 타는 식으로 차액을 챙기거나, 항공권에 적힌 금액 자체를 고쳐 청구한다. 허위 서류로 공금을 받아낸 것이기 때문에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예산을 헐렁하게 쓴 문제를 넘어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권익위가 조사 당시 추정한 항공권 조작 편취액은 약 18억 원이었다. 인천 지역만 떼어 봐도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빼돌려진 금액이 3억 원대로 집계됐다. 공개된 자료에서 항공료 위·변조로 분류된 건수는 438건이다. 권익위가 점검한 국외출장 915건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같은 자료에서 인천 지역 지방의회 관련 지적은 38건이었고 그중 25건이 기초의회에서 나왔다.

Nearly half of the inspected overseas trips involved falsified airfare claims, a scheme prosecutors can treat as document forgery and fraud rather than mere budget misuse. The commission estimated 1.8 billion won was skimmed nationwide.

공개된 자료의 숫자는 어디까지 말해주나

뉴스타파가 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17개 광역 시·도의회에서는 빠짐없이 지적 사항이 나왔다. 226개 기초 시·군·구의회 중에서는 205곳에서 지적이 확인됐다. 사실상 전국의 거의 모든 지방의회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외출장 분야의 지적은 27개 항목에 걸쳐 2,230건이었다. 항공료 위·변조 438건에 이어 차량 임차료 과다청구 379건, 공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관광 가이드비 312건, 체재비 과다지급 244건이 뒤를 이었다.

의회별로는 경기도의회가 139건, 서울특별시의회가 136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초의회 중에서는 화성시의회가 50건이었다. 이해충돌 분야에서는 경상북도의회 43건, 경상남도의회 41건이 눈에 띈다. 다만 이 자료로 사안의 경중을 가리기는 어렵다. 권익위가 위반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개된 문건은 권익위가 보관 중인 감사통보서나 수사의뢰서의 사본이 아니라 새로 정리해 만든 요약표로 보인다. 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원본 문서와는 성격이 다르다. 시민단체는 항공료 위·변조 액수를 특정하기 위해 추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둔 상태다.

Every one of the 17 metropolitan councils and 205 of 226 basic-level councils drew findings. The released file lists 2,230 items across 27 categories but omits the monetary amounts, leaving the severity of each case unmeasurable.

수사는 왜 의원 앞에서 멈춰 서는가

권익위는 항공료 위·변조 사안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문제는 결과가 지역마다 전혀 다르게 나온다는 점이다. 전북경찰청은 11개 지방의회의 국외출장 42건을 수사해 공무원 31명과 여행사 관계자 15명 등 4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송치된 지방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돌려보내며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반면 경기남부경찰청은 경기도의원 140명 가운데 112명을 입건해 송치 의견을 정리했고 인천경찰청은 기초의원을 포함한 2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같은 유형의 비리를 두고 어떤 지역에서는 의원이 법정에 서고 어떤 지역에서는 실무자만 남는다. 법 집행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책임이 아래로 흐르는 구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용혜인 의원이 공개한 전국 지방의회 공무원 828명 설문에서 45.5%가 출장 업무와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받거나 동료가 받는 것을 봤다고 답했다. 최근 5년 안에 실제로 국외출장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만 보면 그 비율은 56.4%로 올라간다. 공식 일정이 끝난 뒤 관광지 동행, 좌석과 숙소 등급 상향 요구, 술자리 시중과 사적 심부름이 사례로 꼽혔다. 응답자의 74.8%는 문제가 적발되면 결재 서류에 이름을 올린 실무 공무원에게 책임이 몰린다고 지적했다. 2025년 1월에는 항공료 부풀리기 조사를 받던 경기도의회 30대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영국은 2009년 하원의원 경비 영수증이 언론에 유출되며 터진 파문 끝에 의회표준법을 만들고 독립기구 IPSA에 경비 집행과 공개 권한을 넘겼다. 의회가 자기 돈 쓰는 일을 스스로 심사하던 구조를 걷어낸 것이다. 한국의 지방의회는 여전히 출장 심사와 예산 집행, 사후 점검을 같은 울타리 안에서 처리한다. 명단이 선거 뒤에야 공개된 이번 일은 그 울타리를 외부에서 들여다볼 통로가 정보공개 소송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확인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지역별 기소 편차의 이유, 의회별 징계와 예산 환수 실적, 그리고 위반 액수다. 풀뿌리가 성할 때 국가도 성한다는 말을 제도로 옮기는 일은 시민단체와 언론이 아니라 정부의 몫이다.

Police outcomes diverge sharply by region: Jeonbuk referred 46 civil servants and travel agents but no elected members, while Gyeonggi and Incheon did charge sitting members. A survey of 828 council staff found 45.5% had encountered improper orders tied to these trips.

자주 묻는 질문

Q. 명단에 오른 의원 3,317명은 모두 범죄를 저지른 것인가 아니다. 3,317명은 지적 사항이 나온 국외출장에 참여한 의원 수로 전체 지방의원 정수의 86%에 해당한다. 항공료 위·변조처럼 형사 책임이 따를 수 있는 사안과 업무분장 미비, 출장심사 부적정 같은 비교적 경미한 지적이 한데 섞여 있다. 비리를 몰랐거나 가벼운 항목에만 걸린 의원도 있을 수 있다. 액수와 가담 정도가 공개되지 않아 개별 책임은 더 규명돼야 한다.
Q. 권익위는 왜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나 권익위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를 유지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법원은 수사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비공개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방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으므로 주민의 알 권리와 의회 운영 투명성이 더 큰 공익이라는 것이다. 권익위가 상고를 포기해 공개 판결이 확정됐다.
Q. 명단이 선거 전에 나왔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각 정당의 공천 심사 단계에서 상당한 변수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연루 의원 3,317명 중 1,448명이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재선율 43%다. 유권자가 투표 시점에 이 정보를 갖지 못했다는 점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다.
Q. 공개된 자료만으로 검증이 끝나는가 아니다. 위반 액수가 빠져 있어 사안의 무게를 가릴 수 없다. 경찰 수사와 기소가 지역별로 어떻게 진행됐는지, 의회별 징계와 예산 환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시민단체는 액수에 대한 추가 정보공개를 청구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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