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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선 타는 값 1300만 원, 그 돈은 누가 가져갔나

인도네시아 선원이 한국 갈치잡이 배에 오르려 1300만 원을 냈다. 수협이 묵인한 송출비용과 불법 이탈보증금, 수협-송입-송출로 이어진 다단계 착취 구조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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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선에 오르려면 왜 1300만 원이 필요한가

인도네시아 선원 부디(가명) 씨는 한국 갈치잡이 어선에 타기 위해 1억 6000만 루피아, 한화 약 1300만 원을 현지 송출업체에 냈다. 고향 인드라마유 월 최저임금 5년 치가 넘는 금액이다. 그중 절반인 650만 원은 한국법에도 국제 규범에도 근거가 없는 '이탈보증금'이었다. 뉴스타파가 인도네시아 독립언론 자링, 환경정의재단과 함께 추적한 결과, 그 돈은 수협에서 시작해 송입업체와 송출업체를 거쳐 내려오는 다단계 사슬의 맨 끝에서 선원이 떠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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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 수산업은 언제부터 이주 노동에 기대게 됐나

1996년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 18명이 처음 한국 어선에 올랐다.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은 약 2만 명에 이른다. 20톤 이상 연근해어선만 놓고 보면 2025년 기준 9517명으로, 전체 연근해 선원 1만 8097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어가 인구는 2010년 17만 명에서 2024년 8만 3000여 명으로 반토막 났고 그중 67%가 60대 이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035년이면 외국인 어선원 수요가 4만 명에 육박하고, 그 수요의 90% 이상이 연근해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갈치와 고등어처럼 식탁에 매일 오르는 생선 대부분이 이 배에서 잡힌다.

Foreign crew now make up more than half of Korea's coastal fishing workforce, and demand is projected to hit 40,000 by 2035.

같은 바다에서 일하는데 왜 비용은 다섯 배 차이 나나

한국은 외국인 어선원의 입국 경로를 배의 톤수로 갈라놓았다. 20톤 미만 어선은 고용노동부 고용허가제(E-9), 20톤 이상은 해양수산부 외국인선원제(E-10-2)다.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송출국과 양해각서를 맺어 실비 위주로 걷기 때문에 1인당 평균 900달러, 약 128만 원 수준이다. 반면 외국인선원제는 민간 송출업체가 지원자에게 직접 4900달러 한도로 걷는다. 같은 연근해 바다에서 일할 사람을 들여오는데 20톤이라는 경계 하나로 비용이 다섯 배 넘게 벌어진다.

더 큰 문제는 그 상한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익인권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는 조사 결과 많은 경우 1700만~1800만 원을 내고 들어온다고 진단했다. 상한 밖에 있는 이탈보증금이 따로 붙기 때문이다. 이 보증금은 계약을 못 채우고 귀국하거나 불법체류하면 돌려받지 못하는 조건이 달려 있어, 국제노동기구가 규정한 11가지 강제노동지표 중 '채무 속박'에 정확히 해당한다.

A 20-ton threshold splits migrant fishers into two visa tracks whose recruitment costs differ more than fivefold.

다단계 사슬은 어떻게 비용을 아래로 떠넘기나

구조는 네 단계다. 해양수산부가 수협에 제도 운영과 관리감독을 위탁하고, 수협은 송출비용 부담과 감독 책임을 국내 민간 송입업체에 넘긴다. 송입업체는 다시 현지 송출업체에 떠넘기고, 마지막에 송출업체가 불어난 비용을 선원에게 청구한다. 과도한 송출비용을 규제할 법령은 한국에 사실상 없다. 수협이 임의로 정한 4900달러 상한이 전부다.

수협도 문제를 안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은 2023년 정기 연구보고서에서 민간 송출업체가 직접 비용을 걷는 구조를 두고 "갑이라 할 수 있는 송출회사와 근로자의 계약임에 따라 과다징수 가능성이 높다"며 감독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그러나 송출업무 자격을 인정해 준 것도, 감시 권한을 가진 것도 수협이다.

선원들은 1300만 원을 일시불로 마련할 수 없어 대개 빚을 진다. 고용계약서를 담보로 송출업체가 지정한 은행이나 신협에서 대출을 받는데, 그 돈은 선원이 아니라 송출업체 계좌로 곧장 들어간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셈이다. 정작 고용주인 선주들은 이 비용의 존재조차 잘 모른다.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ILO 어선원노동협약 제188호는 모집·배치 비용을 선원에게 부담시키지 말라고 규정하지만 한국은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Korea has no law capping recruitment fees; the 4,900-dollar ceiling is a voluntary figure set by the fisheries cooperative that also licenses the agencies.

이 청구서는 결국 누구에게 돌아오나

선상의 착취는 인권 문제인 동시에 통상 문제가 됐다. 미국은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의 수입을 막는 유통보류명령(WRO)을 운용하며 2024년 4월 한국 태평염전 천일염을 실제로 차단했고, 2025년 5월에는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 젠파 7호에 같은 조치를 내렸다. 2026년 6월 미국 무역대표부는 통상법 301조에 따라 강제노동 수입금지 규정을 갖추지 못한 54개국에 12.5% 추가 관세를 제안했고, 한국이 그 명단에 포함됐다. 미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는 한국 어선의 강제노동 취약성을 반복해 지적해 왔다.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평등가족부와 해양수산부는 2026년 9월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지표를 개정해 급여 강제송금, 승선 전 구금, 선내 연락기기 이용 차별 같은 어업 현장 특유의 징후를 판단 기준에 넣었다. 다만 시민단체는 송출과 국내관리를 이원화하는 방식으로는 1000만 원대 송출비용 문제를 풀 수 없다며, 현지 선발·교육·송출부터 국내 고용관리까지 공공기관이 일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25년 김 수출만 11억 3000만 달러, 수산식품 수출 33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한 K-수산업으로서는 식탁 위 생선의 원가에 무엇이 숨어 있었는지가 곧 수출 시장의 질문이 된다.

Washington has already blocked Korean salt over forced labor and now proposes a 12.5 percent tariff, turning crew exploitation into a trade exposure.

자주 묻는 질문

Q. 이탈보증금은 합법인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현행법과 한국의 표준계약·관련 법규, 국제 규범 모두에 배치된다. ILO가 규정한 11가지 강제노동지표 중 '채무 속박'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수협이 정한 4900달러 송출비용 상한 밖에 있다는 이유로 규제 사각지대에서 관행적으로 걷히고 있다.
Q. 외국인 선원은 한국에서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나 외국인선원제(E-10-2)로 들어오면 3년을 일한 뒤 재고용으로 1년 10개월을 연장해 최대 4년 10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다. 귀국 후 재입국 제도를 쓰면 한 번 더 같은 기간이 가능해 총 9년 8개월이다. 다만 재입국 때도 송출비용은 처음부터 다시 내야 한다.
Q. 선주가 송출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제 노동규범의 표준은 어선주가 모집·송출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를 강제할 국내 규정이 없다. 선주들은 이주 선원 없이는 조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입국 전 비용은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지 않아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Q. 제도 개편 논의는 어디까지 와 있나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이 현지 선발·교육·송출을 맡는 방안이 거론돼 왔으나, 국내 관리는 수협과 민간업체가 계속 담당하는 이원화 안에 머물렀다. 시민단체는 이원화로는 송출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전 과정의 공공화를 요구하고 있다. 20톤 기준 이원화 체계 자체를 일원화하자는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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