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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줄 달라 묵살된 KTX 국책현장, 미얀마 4남매 아빠의 죽음

충남 아산 평택~오송 KTX 2복선화 현장에서 미얀마 이주노동자 아웅민우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비상정지장치 요구는 묵살됐고, AI 안전을 앞세운 SK에코플랜트 국책사업의 민낯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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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안전을 내세운 국책현장에서 왜 이주노동자가 홀로 죽었나?

2026년 7월 1일, 충남 아산 '평택~오송 KTX 2복선화' 제2공구 터널에서 미얀마 이주노동자 아웅민우(37) 씨가 가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4남매의 아빠였던 그는 내년 2월 귀국을 앞두고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AI 스마트 안전관리'를 홍보해 온 국책사업 현장, 시공능력 9위 SK에코플랜트가 원청을 맡은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비상정지장치를 달아 달라던 요구는 묵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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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그날 터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나?

아웅민우 씨가 숨진 곳은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하고 SK에코플랜트가 원청, LT삼보가 하청을 맡은 지하 60미터 깊이의 복선 터널이다. 2022년 4월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그는 2024년 11월부터 이 현장에서 컨베이어벨트로 터널 굴착토를 실어 나르는 업무를 맡았다. 사고 당시 그는 가동 중이던 벨트를 홀로 점검하다 변을 당했다. 지난 3월 뉴스타파가 경기 이천 자갈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베트남 노동자 故 뚜안 씨를 보도한 지 넉 달 만에, 같은 형태의 죽음이 되풀이됐다.

Aung Min Oo, a Myanmar father of four, was killed by a running conveyor belt at a state railway project — just four months after an almost identical death was reported at another site.

'2인 1조'와 비상정지장치는 왜 없었나?

노동계와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현장은 공공공사 지침이 요구하는 '2인 1조'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비상정지장치와 방호덮개, 안정적인 발판 같은 기본 안전설비도 갖춰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사고 전부터 벨트를 즉시 멈출 수 있는 비상줄을 달아 달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과 동료들의 주장이다. 국토부가 앞세운 'AI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이 정작 사람 한 명을 멈춰 세우지 못한 셈이다. 첨단 기술 홍보와 현장의 맨몸 노동 사이의 간극이 이번 사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Coworkers say they had repeatedly asked for an emergency stop cord, but the request was ignored — exposing the gap between the site's AI-safety branding and its bare-hands reality.

숫자가 말하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고용노동부 통계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 비중은 전체의 12%대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죽음'이다. 2022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신고된 이주노동자 사망자 3,340명 가운데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망자는 137명, 단 4.1%에 그쳤다. 사업장 이동 제한, 산재보험 접근 장벽, 언어 문제가 겹치면서 상당수의 죽음이 통계 밖으로 사라진다. SK에코플랜트만 놓고 봐도 2026년 들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1월), 안성 아파트 현장(5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사망사고이며, 노동계는 2022년 이후 이 회사 사업장에서 최소 5명이 숨졌다고 집계한다.

Migrant workers account for over 12% of Korea's workplace deaths, yet only 4.1% of reported migrant deaths in 2022 were officially recognized as industrial accidents — a vast statistical blind spot.

수사와 제도는 이 죽음을 바꿀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충남경찰청은 원·하청 관계자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수사 중이다. 원청인 SK에코플랜트는 "엄중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유족은 형식적 사과가 아닌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사망 사고를 낸 사업주에게 3년간 외국인 고용을 제한하기로 했으나, 정작 원청의 실질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다단계 하청 구조 아래에서 안전 책임이 계속 아래로 떠넘겨지는 한, '4남매 아빠의 죽음'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Prosecutors are weighing charges under the Serious Accidents Punishment Act, but as long as safety liability keeps sliding down the subcontracting chain, such deaths remain structurally likely to recur.

'4남매 아빠의 죽음'은 왜 개인의 불운이 아닌가?

아웅민우 씨의 죽음을 한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사고로만 읽으면, 이 현장이 던지는 질문의 절반을 놓치게 된다. 그가 숨진 곳은 변두리 영세 사업장이 아니라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하고 시공능력 9위 대기업이 원청을 맡은, 정부가 'AI 스마트 안전'의 상징으로 내세워 온 국책사업 현장이었다. 가장 앞선 기술과 가장 큰 자본이 투입된 곳에서 정작 벨트를 멈출 비상줄 하나가 없었다는 사실은, 이번 죽음이 예산이나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안전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임을 드러낸다. 첨단 시스템은 홍보 자료의 표지가 되었을 뿐, 지하 60미터 터널에서 홀로 벨트를 점검하던 한 사람에게는 닿지 못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죽음이 '반복'이라는 점이다. 넉 달 전 이천 자갈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뚜안 씨의 사고와 이번 사고는 기계도, 사인도, 피해자의 처지도 판박이처럼 닮았다. 같은 유형의 사고가 이렇게 짧은 간격으로 되풀이된다는 것은, 개별 현장의 부주의가 아니라 이주노동자를 위험 공정의 맨 끝에 배치하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노동자는 사업장을 옮기기 어렵고, 위험을 거부하기도 어렵다. 위험이 계약과 체류 자격에 묶여 있을 때, '2인 1조'나 비상정지장치 같은 원칙은 요구해도 관철되지 않는 종잇조각이 되기 쉽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누가 책임지는가'다.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발주처는 시공사에게, 시공사는 하청에게 안전 책임을 떠넘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겨냥한 것이 바로 이 떠넘기기의 사슬을 끊고 최상단의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 아웅민우 씨의 이름이 통계의 한 줄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수사가 원청의 실질적 관리·감독 책임을 어디까지 규명하느냐에 시선을 놓지 말아야 한다. 4남매가 아빠 없이 맞을 다음 겨울은, 제도가 이 죽음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에 달려 있다.

This was not one worker's bad luck but a structural failure: the most advanced, best-funded state project still lacked a simple stop cord, and a near-identical death four months earlier shows migrant workers are systematically placed at the dangerous end of the subcontracting chain.

자주 묻는 질문

Q. 아웅민우 씨는 어떤 사고로 숨졌나요? 2026년 7월 1일 충남 아산 평택\~오송 KTX 2복선화 제2공구 터널에서 가동 중인 컨베이어벨트를 홀로 점검하다 끼임(협착)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Q. 이 현장의 원청과 발주처는 어디인가요?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했고 시공능력 9위 SK에코플랜트가 원청, LT삼보가 하청을 맡은 국책사업 현장입니다.
Q. 이주노동자 산재가 통계에서 누락된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2022년 신고된 이주노동자 사망자 3,340명 중 산재로 인정된 경우는 137명(4.1%)에 불과합니다. 사업장 이동 제한, 산재보험 접근 장벽, 언어 문제가 죽음을 통계 밖으로 밀어냅니다.
Q. SK에코플랜트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되나요?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수사 중입니다. 원청의 실질적 관리·감독 책임이 인정되는지가 처벌의 핵심 쟁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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