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청년에 떠민 노인 돌봄, 코리안 드림은 왜 무너지나
초고령사회 요양보호사 인력난을 외국인 청년으로 메우려는 정부 시범사업이 브로커 고액 수수료와 71% 현장 이탈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얼룩진 코리안 드림의 실체를 짚는다.
노인 돌봄을 외국인 청년에게 떠맡기면 문제가 풀릴까?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이 노인 돌봄 인력난을 외국인 청년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시범사업을 가동했지만, 현장에서는 고액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와 자격증만 따고 사라지는 인력이라는 두 개의 벽이 동시에 드러났다. 한겨레21과 뉴스타파가 함께 추적한 얼룩진 코리안 드림의 실체를 짚는다.

목차
한국은 왜 돌봄 인력을 밖에서 찾게 됐나?
한국은 이미 5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노인을 돌볼 인력과 예산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노인 돌봄 최일선에 있는 요양보호사는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이 고착되면서 모두가 기피하는 일자리가 됐고, 건강한 노인이 더 약한 노인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老老)케어가 흔한 실정이다.
이 공백을 정부는 외부 인력으로 메우기로 했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2025년 3월부터 외국인 유학생과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요양보호사 양성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유학(D-2) 신분으로 자격을 취득하면 취업 비자인 특정활동(E-7)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 핵심이다.
South Korea, now a super-aged society, has launched a pilot program to fill its caregiving shortage with foreign youth, letting student-visa holders convert to work visas after earning caregiver certificates.
코리안 드림은 어디서부터 무너졌나?
한겨레21은 '외국 청춘에게 날아든 돌봄 청구서'라는 연속 보도를 통해,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으러 입국한 외국인 청년들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이들이 품은 코리안 드림은 브로커와 교육기관, 취업 현장, 그리고 제도의 부실을 차례로 거치며 무너졌다.
시작점은 브로커였다. 한국의 한 알선업체는 베트남 유학원과 연계해 대학 입학 서류 준비와 비자 발급 명목으로 학생 1인당 약 347만 원을 받았다. 이는 2024년 기준 베트남 노동자 평균 월급(약 41만 원)의 여덟 배가 넘는 금액이다. 일부 브로커는 1천만 원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상당수는 돈벌이에만 매달릴 뿐, 요양보호사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어렵사리 현장에 들어가도 제도와 문화적 여건이 따라오지 못해 청년들은 다시 좌절했다.
Hankyoreh 21 found that brokers charged Vietnamese students around 3.47 million won, eight times their average monthly wage, while failing to explain what the caregiving job actually involves.
숫자는 이 정책을 어떻게 말하고 있나?
정책의 방향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통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장기요양서비스 수요가 2043년 2.4배까지 늘어, 요양보호사가 최대 99만 명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71만 명 수준이던 인력은 2034년 80만 명대에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선다.
문제는 외국 인력을 늘려도 현장에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4년 12월 기준 외국인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 2만2766명 가운데 71%인 1만6122명이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 인력'이었다. 자격 취득자의 절반 이상(53.3%)이 60대 이상이었고, 50대까지 넓히면 87.3%에 달했다. 정작 시범사업을 통해 2025년 8월까지 실제 요양시설에 취업한 학생은 10명에 불과했다.
KDI projects a shortfall of up to 990,000 caregivers by 2043, yet 71 percent of foreign certificate holders already work outside the field, and only 10 pilot-program students had actually been hired by August 2025.
앞으로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전문가들은 처우 개선과 근속률 제고 없이 신규 인력만 양산한다면 외국 인력 역시 빠르게 이탈해 돌봄 현장의 불안정성만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2026년부터 정부는 법무부·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양성대학' 제도를 도입하고, 전담학과 유학생에게는 비자 재정요건을 완화하는 등 문턱을 더 낮출 계획이다.
그러나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고령화된 자격 취득자 구조와 낮은 취업률이라는 근본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브로커 시장을 관리·규제하고, 입국한 청년들의 교육과 정착을 실제로 책임지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코리안 드림은 청구서만 남긴 채 다시 무너질 수 있다. 돌봄의 질은 결국 돌보는 사람의 조건에서 나온다.
Experts warn that lowering entry barriers without improving pay and retention will only deepen instability; unless brokers are regulated and newcomers genuinely supported, the "Korean dream" will again collapse into unpaid bills.
이 문제를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봐야 할까?
외국인 요양보호사 정책을 둘러싼 논의는 흔히 '인력이 부족하니 밖에서 데려오면 된다'는 단순한 셈법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번 취재가 드러낸 장면들은 그 셈법이 얼마나 허술한 전제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격증을 딴 사람의 71%가 현장에 없고, 시범사업으로 실제 취업한 학생이 열 명뿐이라는 숫자는 '공급을 늘리면 문제가 풀린다'는 가정이 이미 현실에서 반박당했음을 의미한다. 부족한 것은 사람의 수가 아니라, 그 일을 감당할 만한 노동 조건이었던 셈이다.
브로커 문제를 단순한 사기 사건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월급의 여덟 배에 달하는 수수료가 오간다는 것은, 제도가 만든 수요와 정보의 비대칭을 시장이 그대로 이윤으로 바꿔냈다는 뜻이다. 정부가 문을 열되 그 문 앞에 누가 서서 무엇을 받는지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가장 절박한 청년들이 가장 비싼 비용을 치른다. 코리안 드림이라는 말이 낭만이 아니라 '청구서'로 되돌아온 배경이다.
돌봄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노동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청년을 현장에 세워두고 정착을 개인의 몫으로만 남긴다면, 피해는 이주 청년에게서 끝나지 않고 돌봄을 받는 노인에게로 이어진다. 결국 이 문제는 '외국인을 받을 것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돌봄이라는 노동을 어떻게 대우할 것이냐'라는, 더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온다. 초고령사회의 진짜 시험대는 인력 숫자가 아니라 그 태도에 있다.
This is less a question of whether to bring in foreign workers than of how a super-aged society values care labor itself—and the numbers suggest the current answer is failing everyone involved.
자주 묻는 질문
Q. 외국인 요양보호사 시범사업은 언제 시작됐나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2025년 3월부터 외국인 유학생과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작했습니다. 유학(D-2) 신분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취업 비자인 특정활동(E-7)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Q. 왜 자격 취득자의 71%가 현장에 없나요?
2024년 12월 기준 자격 취득자 2만2766명 중 71%가 실제로 일하지 않았습니다. 저임금·고강도 노동 구조와 함께, 취득자의 87.3%가 50대 이상 고령층이라는 인력 구조가 낮은 취업률의 배경으로 지목됩니다.Q. 브로커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한국의 알선업체가 베트남 유학원과 연계해 입학 서류·비자 명목으로 1인당 약 347만 원(현지 월급의 8배)을, 일부는 1천만 원까지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양보호사 업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청년들이 잘못된 기대를 안고 입국하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Q. 2043년까지 요양보호사가 얼마나 부족해지나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장기요양서비스 수요가 2043년 2.4배로 늘어 요양보호사가 최대 99만 명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인력 자체의 고령화로 60세 이상 비중이 70%를 넘어 생산성 저하 우려도 제기됩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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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ources
- 외국인 요양보호사 10명 중 7명 유령 인력···정부 돌봄 대책 헛바퀴 (경향신문)(NewsArticle)
- 한국 가려면 1천만 원 내라…정부 사업으로 돈방석 앉은 유학 브로커들 (한겨레21)(NewsArticle)
- 2043년 돌봄인력 99만명 부족 (이데일리)(NewsArticle)
- KDI, 초고령사회 진입에 요양보호사 수요 2배 이상 증가 (뉴스핌)(NewsArticle)
- 외국인 요양보호사 취득자 71% 유령 인력 (데일리메디)(News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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