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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습용 한국어 헌책 매집, 컨테이너 단위 제안 국내 첫 확인

AI 학습용으로 의심되는 한국어 헌책 대량 매입 시도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미국 애리조나 유통사의 컨테이너 단위 제안과 일본 50톤 수출, 앤트로픽 파괴적 스캔 판결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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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은 왜 한국어 헌책을 컨테이너째 사들이려 하는가

AI 학습용으로 의심되는 한국어 헌책 대량 매입 시도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도서 유통회사를 자처한 업체가 서울책보고와 예스24에 팔레트·컨테이너 단위 정기 매입을 제안했습니다. 컨테이너 한 대에는 책 5만~8만 권이 들어갑니다. 미국·독일·아일랜드·일본에서 같은 패턴이 먼저 보고됐고 일본에서는 50톤 분량이 실제로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실태조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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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메일은 누가, 어떻게 보냈나

서울 신천동의 서점 겸 문화공간 서울책보고는 지난 8월 중순 한 통의 영어권 발신 이메일을 한국어로 받았습니다. 발신자는 자신을 미국 애리조나주 도서 유통회사의 구매 총괄이라고 소개하며 한국어 교양·문학·실용서를 팔레트 또는 컨테이너 단위로 정기 매입할 공급처를 찾는다고 밝혔습니다. 대금은 달러나 원화로 선지급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서울책보고는 2019년 헌책방 25곳이 모인 대형 중고서점으로 출발했지만 2024년 헌책 판매를 종료했습니다. 그럼에도 구글에서 한국의 헌책방을 영어로 검색하면 여전히 상위에 뜨는 탓에 연락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업체는 8월 18일부터 21일까지 직접 방한해 예스24 중고서점 운영진과도 만났습니다. 예스24에 따르면 이들은 책을 직접 발송하지 말고 운송 업체는 자신들이 알아보겠다고 요청했습니다. 해외 사례에서도 같은 방식이 쓰였기 때문에 책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흘러갔는지 추적이 끊깁니다. 알라딘에는 아직 같은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A US-based book wholesaler quietly approached two major Korean secondhand booksellers in August, offering to buy Korean-language titles by the pallet or shipping container. The buyer insisted on arranging its own freight, which makes the final destination of the books nearly impossible to trace.

왜 하필 오래된 종이책인가

핵심은 데이터 오염입니다. 생성형 AI가 대중화된 2022년 이후의 웹 텍스트에는 기계가 쓴 문장이 섞여 있습니다. 합성 데이터를 반복 학습하면 모델이 희귀한 표현과 미묘한 맥락을 먼저 잃고 출력 다양성이 떨어지는 모델 붕괴가 일어난다는 연구가 쌓였습니다. 반대로 2022년 이전에 인쇄된 종이책은 AI 문장이 물리적으로 섞일 수 없습니다. 편집자와 교정자를 거친 완결된 산문이라는 점에서 품질도 보장됩니다. 업계가 AI 때가 묻지 않은 자료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매입 조건을 보면 의심은 더 짙어집니다. 발신자는 같은 책을 여러 권 사지 않고 도서의 종수가 전체 권수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매가 목적이라면 잘 팔리는 책을 여러 권 확보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학습이 목적이면 중복 데이터는 가치가 없습니다. 관심 분야도 성인 대상 비문학에 집중돼 학술서·전문서·경영·경제·과학·역사·인문학·예술에 한정됐습니다. 만화와 어린이책, 학습 참고서, 잡지, 영어 도서는 제외했습니다. 표지 상태는 상관없고 읽을 수 있으면 된다는 조건은 책을 소장품이 아니라 원료로 본다는 뜻입니다.

Pre-2022 print books are among the last large text corpora guaranteed to be free of AI-generated prose, making them unusually valuable as training data. The buyer's insistence on unique titles rather than multiple copies, and its indifference to cover condition, both point to ingestion rather than resale.

숫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일본 사례가 규모를 보여줍니다. 대형 출판 유통사 계열사가 지난해부터 일본 서적 항목으로 50톤 넘는 물량을 미국에 수출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권수로는 약 10만 권입니다. 일본 각지 온라인 헌책점에서는 8월부터 하루 100권이 팔리거나 매출이 평소의 다섯 배로 뛴 점포가 나왔습니다. 일본서적출판협회는 10월 6일 유통사에 질의서를 보내 앤트로픽에 대량 판매했는지 확인을 요구했습니다.

앞서 미국에서는 앤트로픽이 프로젝트 파나마라는 이름으로 중고책을 사들여 책등을 자르고 낱장을 스캔한 뒤 종이를 폐기한 사실이 소송 기록에서 드러났습니다. 최소 50만 권 규모입니다. 2025년 6월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윌리엄 앨섭 판사는 적법하게 구입한 책을 스캔해 내부용으로 쓰는 행위는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불법 다운로드 파일 700만여 건을 보관한 행위는 별개의 침해로 봤고 앤트로픽은 15억 달러 지급에 합의했습니다. 사서 자른 책은 합법, 내려받은 파일은 불법이라는 선이 그어진 셈입니다.

국내 시장 규모도 참고할 만합니다. 중고책 거래는 사업자 판매 약 2000억 원과 개인 간 직거래 약 1350억 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알라딘은 59개 점포를 운영하고 3대 기업형 중고서점의 전국 매장은 83곳에 이릅니다. 컨테이너 몇 대 분량이면 특정 분야 한국어 중고 재고를 사실상 비울 수 있는 체급입니다.

Japan has already shipped over 50 tonnes of books, roughly 100,000 volumes, to the United States under a single customs category. In the US, Anthropic's "Project Panama" destructively scanned at least 500,000 purchased books; a June 2025 ruling called that fair use while a separate $1.5 billion settlement covered pirated files.

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제도는 아직 비어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6년 2월 생성형 AI의 저작물 학습에 관한 공정이용 안내서를 냈지만 안내서는 법이 아닙니다.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면책 조항을 담은 저작권법 개정안은 여러 차례 국회에 올랐으나 입법은 미뤄졌습니다. 정부는 면책과 옵트아웃, 학습 데이터 요약 공개를 묶어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애초에 적법 구매를 전제하기 때문에 옵트아웃 장치가 작동할 여지도 좁습니다. 저자와 출판사는 책이 팔린 뒤의 쓰임에 개입할 권리를 사실상 갖지 못합니다.

출판계의 선택도 단일하지 않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내고 실태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고서점 쪽에서는 팔겠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재고가 쌓여 폐지로 넘기던 책을 권당 값을 받고 처리할 수 있다면 거절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한국어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소버린 AI 논의와 맞물리면 역설은 더 커집니다. 국내 모델이 쓸 한국어 말뭉치는 저작권 때문에 공개조차 어려운데 해외 기업은 중고서점에서 종이책을 사서 같은 자료를 확보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금지냐 허용이냐의 구호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어떤 대가로 학습했는지 기록에 남기는 투명성 장치입니다.

Korea's legal framework still lags: a February 2026 fair-use guidebook carries no binding force, and TDM exemption bills remain stalled in the National Assembly. Because these purchases are lawful, opt-out mechanisms offer authors little protection, leaving transparency and compensation as the real policy questions.

자주 묻는 질문

Q. 헌책을 사서 AI에 학습시키는 것은 불법인가요? 미국 법원은 적법하게 구입한 책을 스캔해 내부 학습에 쓰는 행위를 공정이용으로 봤습니다. 최초판매원칙에 따라 구매자가 자기 소유물을 자르고 버리는 것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이를 직접 규율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Q. 왜 2022년 이전 책만 찾나요? 생성형 AI가 퍼진 2022년 이후의 텍스트에는 기계가 쓴 문장이 섞일 수 있습니다. 합성 데이터를 다시 학습하면 모델 성능이 떨어지는 모델 붕괴 위험이 있어 AI가 개입하지 않은 과거 인쇄물의 가치가 올라갔습니다.
Q. 스캔한 뒤 책을 정말 폐기하나요? 앤트로픽의 소송 기록에서 확인됐습니다. 유압 절단기로 책등을 잘라 낱장으로 분리하고 고속 스캐너를 통과시킨 뒤 종이는 버리는 파괴적 스캔 방식입니다. 희귀본까지 사라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Q. 저자나 출판사가 막을 방법이 있나요? 현재 구조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판매된 책의 2차 이용에 권리가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통 단계의 대량 거래 신고, 학습 데이터 출처 공개 의무, 보상 체계 같은 제도 설계가 논의되는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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