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카프카의 쉼표를 이해할까, 문학 번역 논쟁
책도둑 앱 논란과 GlobeScribe·만트라 등 AI 번역 서비스 확산 속에서, 문학 번역이 또 다른 창작인지 기계가 대체할 영역인지를 둘러싼 번역가들의 고민을 짚는다.
AI는 정말 카프카의 쉼표까지 옮길 수 있을까?
문학 번역을 AI에 맡겨도 되느냐는 물음이 한국 출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발단은 저작권 만료 고전 730여 권을 AI로 번역해 판 앱 '책도둑'이 번역 방식을 숨겼다는 논란이다. 카프카를 40년 넘게 옮긴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는 "쉼표 하나하나 무게를 갖는 카프카를 AI가 좌르륵 번역하면 몇 퍼센트나 카프카일까"라고 되물었다. 기술의 속도와 문학의 결 사이에서, 번역가들은 지금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섰다.

목차
'책도둑' 사태는 왜 논란이 됐나?
'책도둑'은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난 외국 고전문학 730여 권을 번역해 1만9800원에 제공한 앱이다. 문제는 AI 번역을 쓰고도 마치 사람이 옮긴 것처럼 설명했다는 점이었다. "AI 번역인 줄 알았으면 결제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쏟아지자 앱은 전액 환불을 결정하고 지난 30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표면적으로는 번역 방식을 속인 소비자 기만 문제였지만, 문학계는 그 아래에서 더 깊은 질문을 끄집어냈다. 문학 작품을 과연 AI가 번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The "Book Thief" app hid its use of AI to translate 730 public-domain classics, triggering refunds and a shutdown — and a deeper debate about whether machines can translate literature at all.
번역은 왜 '또 하나의 창작'이라 불리나?
많은 번역가는 문학 번역을 단순한 언어 치환이 아니라 창작으로 본다. 세계 최고 권위의 부커상이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상금 5만 파운드를 작가와 번역가에게 절반씩 나눠 주는 것도 번역을 창작 행위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윤고은 작가의 소설을 영어로 옮긴 리지 뷸러는 리터러리 허브 기고에서 "좋은 번역가가 된다는 것은 좋은 작가가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문학 번역가 최애영 한국문학번역원 교수는 "번역을 뜻하는 interpretation에는 해석과 악기 연주라는 뜻이 함께 있다"며 "연주에 독창성이 있듯 번역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문화적 배경이 깊이 뿌리내린 문장을 사전적 의미로만 옮기면 진짜 뜻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Translators call literary translation a creative act — the reason the Booker International Prize splits its £50,000 award between author and translator, and why nuance rooted in culture resists word-for-word rendering.
숫자로 보면 AI 번역은 어디까지 왔나?
시장의 흐름은 번역가들의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난해 영국의 글로브스크라이브(GlobeScribe)는 소설 한 권을 언어당 100달러에 24시간 안에 번역하는 서비스를 내놨고,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독자들이 인간 번역과 AI 번역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본 스타트업 만트라(Mantra)는 AI로 가벼운 소설과 만화를 번역한다. 창작 영역의 지표는 더 극적이다. 2024년 11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는 비전문가 독자가 AI 시와 인간 시를 구별한 정확도가 46.6%로 우연 확률보다 낮았고, 오히려 AI 시를 더 선호했다는 연구가 실렸다. 영국 작가협회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6%가 "AI가 창작물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 답했다.
GlobeScribe translates a novel for $100 in 24 hours, Japan's Mantra handles manga, and a 2024 Nature study found readers identified AI poetry only 46.6% of the time — below chance — while often preferring it.
문학 번역 시장은 어떻게 갈라질까?
번역가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은 번지고 있다. 도스토옙스키를 옮겨 온 김연경 번역가는 AI를 쓰지 않지만 "올해 들어 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편집자가 러시아어 문학을 AI로 초역한 결과물을 보고 "웬만한 대학원생보다 잘했다"며 놀랐다고 했다. 김 번역가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플루토'를 인용해 산업혁명 이후 공장 제품은 필수품이 되고 손으로 만든 것은 예술품이 됐듯, 인간 번역은 프리미엄으로, AI 번역은 가성비 상품으로 갈리는 이중시장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학만은 AI가 대체 못 할 거라는 건 오만일지 모른다"는 말이 무겁게 남는다.
Even translators who reject AI now feel the pressure, forecasting a split market — human translation as premium craft, AI as the budget option — much like handmade goods after the Industrial Revolution.
이 논쟁은 결국 무엇을 묻고 있나?
'책도둑' 사태를 소비자 기만 문제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소비자들이 분노한 지점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들은 번역의 품질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옮긴 것으로 믿고 샀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다. 이는 우리가 문학 번역에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독자는 활자 뒤에 한 인간의 해석과 고민이 있다고 믿기에 값을 치른다. AI가 매끄러운 문장을 뽑아내는 시대에도, 그 '사람의 흔적'이 여전히 상품의 핵심 가치라는 뜻이다.
전영애 교수의 "우리가 기계 밑으로 갈 수는 없다"는 말과 김연경 번역가의 "문학만은 대체 못 한다는 건 오만일지 모른다"는 고백은 언뜻 정반대처럼 들리지만, 실은 같은 불안의 양면이다. 한쪽은 지켜야 할 가치를 선언하고, 다른 쪽은 시장의 현실을 인정한다. 두 목소리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겹쳐질 때, 우리는 비로소 문제의 크기를 실감한다. 카프카의 쉼표를 옮기는 일과, 그 노동에 정당한 값을 매기는 일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지점은 이 논쟁이 '대체 가능성'에서 '가치 배분'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AI가 러시아어 고전을 대학원생보다 잘 초역하는 순간, 질문은 "AI가 번역할 수 있는가"에서 "그렇다면 인간 번역가의 자리는 어디인가"로 바뀐다. 부커상이 번역가에게 상금을 나눠 주는 제도가 새삼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것은 번역을 창작으로 대우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무너지지 않을 최소한의 방어선이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문학 번역의 노동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라는 제도적 질문으로 이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The real question has shifted from whether AI can translate literature to how we value the human translators it displaces — and the "Book Thief" backlash shows readers still pay for the human trace behind the text.
자주 묻는 질문
Q. '책도둑' 앱은 정확히 무엇이 문제였나요?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 730여 권을 AI로 번역해 팔면서도 AI 사용 사실을 밝히지 않고 사람이 번역한 것처럼 설명한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전액 환불 후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Q. 부커상은 왜 번역가에게도 상을 주나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상금 5만 파운드를 작가와 번역가가 절반씩 나눕니다. 번역을 단순 언어 변환이 아니라 원작에 버금가는 창작 행위로 인정한다는 뜻입니다.Q. AI 시가 사람 시보다 선호됐다는 연구는 사실인가요?
2024년 11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연구로, 비전문가 독자들이 AI 시를 인간 시로 착각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리듬과 아름다움에서 더 높게 평가했습니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Q. 앞으로 인간 번역가는 사라질까요?
많은 전문가는 인간 번역이 문화적 맥락과 문체를 살리는 프리미엄 영역으로 남고, AI 번역은 가성비 시장을 채우는 이중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봅니다. 완전한 대체보다는 역할 분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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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ources
- "AI 번역인 줄 알았으면 안 샀다"…책도둑 논란이 남긴 질문 - 파이낸셜뉴스(NewsArticle)
- GlobeScribe AI Translation Service for Fiction Sparks Debate Among Translators - MultiLingual(NewsArticle)
- AI Translation Service Launched for Fiction Writers Prompts Dismay Among Translators - ATA(NewsArticle)
- AI-generated poetry is indistinguishable from human-written poetry and is rated more favorably - Scientific Reports (Nature)(ScholarlyArticle)
- 소설 번역 AI서비스에 번역가들 반발…번역의 섬세함은 인간 몫 - 미디어스(News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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