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대신 신청한 생계급여, 5건 중 1건은 탈락했다
복지 공무원이 직권으로 신청한 생계급여 873건 중 189건(21.6%)이 탈락했다. 신청 문턱은 낮아졌지만 기준중위소득 32% 선정 기준이 3년째 묶여 경계선 탈락 가구가 1년 만에 53.6% 늘었다.
공무원이 직접 찾아낸 위기가구는 왜 다시 제도 밖으로 밀려났나?
복지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보고 대신 신청한 생계급여 873건 가운데 189건(21.6%)이 탈락했다. 2023년 이후 해마다 20% 안팎이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10월 1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신청 문턱을 크게 낮췄다. 그러나 수급자를 가르는 선정 기준은 3년째 기준중위소득 32%에 묶여 있다. 문을 넓게 열어놓고 안쪽 칸막이는 그대로 둔 셈이다.

목차
직권신청 제도는 어떤 사건에서 출발했나?
2014년 서울 송파구 반지하방에서 세 모녀가 숨졌다.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이 담긴 봉투와 "죄송합니다"라는 메모가 함께 발견됐다. 이들은 부양의무자 기준 등에 걸려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되지 못했다. 신청하지 않으면 국가가 움직이지 않는 신청주의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 뒤 도입된 직권신청은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주민을 대신해 급여를 신청하는 제도다. 2022년 9월부터 운영됐고 원칙적으로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4월 미성년자·발달장애인이 있는 위기가구 일부에 동의 없는 직권신청을 먼저 허용했다. 10월 1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신청주의 개선 6법'이 시행되면 자살시도자와 긴급지원을 받고도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가구까지 대상이 넓어진다. 아동수당·부모급여·첫만남이용권은 신청 절차 자체가 없어진다.
Korea's proxy-application system was born out of the 2014 Songpa tragedy, where a mother and two daughters died after being screened out of benefits they never formally applied for. Six amendment bills passed on October 1 will let caseworkers file on behalf of suicide-attempt survivors and unresolved emergency-aid households without prior consent.
문턱을 낮췄는데 왜 탈락률은 그대로인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탈락률은 2023년 21.0%, 2024년 20.2%, 지난해 21.5%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탈락 사유 1위는 소득인정액이 선정 기준을 넘은 경우다. 이 비율은 2024년 53.8%에서 올해 상반기 60.5%로 올랐다.
소득인정액은 실제 소득에 재산을 월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해 계산한다. 소득이 전혀 없는 1인 가구라도 기본공제와 부채를 뺀 일반재산이 2000만원 남으면 월 4.17% 환산율에 따라 매달 83만4000원이 소득으로 잡힌다. 올해 1인 가구 선정 기준인 월 82만556원을 재산 하나로 넘어서는 구조다. 일하는 데 쓰는 자동차도 생업용 차량 제외 요건을 못 채우면 소득으로 환산된다. 통장에 생활비가 없어도 서류상으로는 '소득이 있는 사람'이 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직권신청을 했다고 100% 수급이 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장을 직접 보고 상황을 파악한 사람 판단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이 생계에 꼭 필요한 재산이라고 판단하면 지방생활보장위원회 검증을 거쳐 소득인정액 계산에서 빼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Rejections have barely budged: 21.0% in 2023, 20.2% in 2024 and 21.5% last year. The top reason is the imputed-income test, which converts assets into monthly income at 4.17%, meaning a jobless single-person household with 20 million won in net assets is counted as earning 834,000 won a month.
경계선에서 밀려난 가구는 얼마나 되나?
가장 뚜렷한 신호는 경계선 탈락이다.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 32% 초과에서 34% 이하 구간에 놓여 탈락한 가구는 2024년 2183가구에서 지난해 3352가구로 53.6% 늘었다. 같은 기간 생계급여 신청 증가율 19.3%의 세 배에 가까운 속도다. 올해는 8월까지만 벌써 2807가구다. 선정 기준이 35%였다면 지난해 경계선에서 떨어진 3352가구는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기준 자체는 올라갔다. 2026년 기준중위소득은 4인 가구 649만4738원으로 6.51% 올라 역대 최대 인상폭을 기록했다. 1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 기준도 76만5444원에서 82만556원으로 뛰었다. 기본재산공제액은 서울 9900만원, 경기 8000만원, 광역시·세종·창원 7700만원, 그 외 지역 5300만원이다. 소형 승합·화물차의 일반재산 환산 기준도 200만원 미만에서 500만원 미만으로 완화돼 약 4만명이 새로 수급자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비율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2026년까지 35%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2024년 30%에서 32%로 올린 뒤 멈췄다. 이재명 정부도 35% 상향을 국정과제에 담았지만 달성 시점을 2030년으로 미뤘다. 1%포인트 올릴 때마다 약 6000억원이 들어 3%포인트면 1조8000억원 규모다. 기준이 35%가 되면 월 소득 89만7438원 이하까지 들어오고 수급자는 21만명 늘어난다. 기준중위소득 40% 이하인데도 생계·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66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Households rejected in the 32–34% borderline band jumped 53.6% to 3,352 last year, nearly triple the 19.3% growth in applications. Raising the threshold to 35% would cost about 1.8 trillion won and add 210,000 recipients, but the target date has slipped from 2026 to 2030.
신청주의 개선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해외에서도 미신청은 고질적인 문제다. OECD는 공공부조와 주거급여의 수급률을 40~80% 범위로 추정한다. 벨기에의 근로연령 공공부조 미신청률은 37~51%, 프랑스는 최저소득보장 자격 가구의 약 34%가 분기마다 급여를 받지 못한다. 미국 SNAP은 2019년 수급률 82%로 비교적 높지만 고령층에서는 떨어진다. OECD가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행정 데이터에 기반해 자동으로 개시되는 급여일수록 미신청이 줄어든다.
한국의 개정안은 이 방향과 맞아떨어진다. 아동수당처럼 자격 확인만으로 지급되는 급여는 신청 부담이 사실상 사라진다. 다만 생계급여는 성격이 다르다. 소득과 재산을 평가하는 자산조사 급여이기 때문에 신청 단계를 자동화해도 심사 단계의 칸막이는 남는다. 발굴 역량과 선정 기준이 따로 움직이면 현장에는 더 큰 피로가 쌓인다. 어렵게 찾아낸 가구에 탈락 통보를 전하는 일이 담당 공무원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남인순 의원은 "직권신청을 확대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정기준이 그대로면 어렵게 찾아낸 위기가구가 다시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내년부터 단계적 인상으로 달성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법은 공포 3개월 뒤 시행된다. 그 시점에 선정 기준이 그대로라면 직권신청 건수는 늘고 탈락 건수도 함께 늘어나는 그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OECD data shows non-take-up is endemic — 37–51% in Belgium, 34% in France — and that automatic, registry-based enrollment is the most effective fix. Korea's new law automates the application step, but livelihood benefits remain means-tested, so the screening barrier survives unless the 32% threshold moves.
자주 묻는 질문
Q. 직권신청은 당사자 동의 없이도 가능한가요?
원칙적으로는 수급권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지난 4월부터 미성년자·발달장애인이 있는 위기가구 일부에는 동의 없는 직권신청이 허용됐습니다. 10월 1일 통과한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살시도자, 긴급지원을 받고도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가구까지 동의 없는 직권신청 대상이 됩니다.Q. 소득이 전혀 없는데도 생계급여에서 탈락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소득인정액은 실제 소득에 재산을 월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해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기본공제와 부채를 뺀 일반재산이 2000만원 남으면 월 4.17% 환산율이 적용돼 매달 83만4000원이 소득으로 잡히고, 이 금액만으로 올해 1인 가구 기준선 82만556원을 넘습니다.Q. 선정 기준 35% 상향은 언제 이뤄지나요?
확정된 일정은 아직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2026년 목표로 제시했지만 2024년 32%에서 멈췄고,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에 담으면서 달성 시점을 2030년으로 조정했습니다. 2028년부터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됩니다.Q. 경계선 탈락 가구란 무엇을 말하나요?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의 32%는 넘지만 34% 이하인 구간에 놓여 생계급여에서 탈락한 가구를 뜻합니다. 기준선을 조금 넘어 제도 밖에 있는 집단으로, 지난해 3352가구가 여기에 해당했습니다. 선정 기준이 35%로 오르면 대부분 수급 대상에 포함됩니다.관련 기사
Tags
출처 / Sources
- [단독]복지 담당 공무원이 보다 못해 나섰는데···생계급여 직권신청 5건 중 1건 ‘탈락’(NewsArticle)
- 복지급여 신청 안 해도 지급 가능해진다…6개 개정안 국회 통과(NewsArticle)
- 2026년도 기준 중위소득 6.51% 역대 최대로 인상 (보건복지부)(NewsArticle)
- 2026년 생계급여 받는 사람 21만 명 추가…약자복지 더 촘촘해진다(NewsArticle)
- [단독] 생계급여 기준 2030년까지 중위소득 35%로 상향… 복지 재정 부담에 속도 조절(NewsArticle)
- 2026년에도 두텁고 촘촘하게,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한다 (보건복지부)(NewsArticle)
- Modernising Access to Social Protection: Non-take-up and the digital transformation of social programmes in OECD countries(Report)
본 기사의 정정·문의는 info@koreaheadline.com 으로 보내주십시오. 정정 정책은 편집강령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