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임명 3분할, 대통령은 제청을 거부할 수 있나
조희대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과 청와대의 반려로 대법관 자리가 7개월째 비었다. 헌법 104조 2항이 나눠 놓은 제청권·동의권·임명권의 경계를 헌법 문답으로 짚는다.
대법관 한 자리가 7개월째 빈 이유는 무엇인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6년 9월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법관으로 서면 제청했습니다. 청와대는 열흘 뒤 실질적 협의가 없었다며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다른 후보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제청 반려였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9월 22일 재제청 요구를 공식 거부했습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3월 퇴임한 자리는 그렇게 7개월째 비어 있습니다.

목차
협의 관행은 왜 깨졌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 전 대법관 후임 후보 네 명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것은 2026년 1월 21일입니다. 이후 대법원장과 대통령 측이 협의했지만 제청하려는 후보와 제청받고 싶어 하는 후보가 달랐습니다. 협의가 공전하는 사이 민주당에서는 제청이 늦어지면 대법원장을 탄핵하겠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결국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채 서면으로 제청했습니다.
역대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제청을 말로 주고받은 것은 양측이 만나 차를 마시고 사진도 찍을 만큼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뉴스타파 이범준 전문위원은 서면 제청 자체가 헌법상·법률상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구두 제청보다 바람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2011년 이용훈 대법원장도 이명박 대통령과 사전 면담 없이 이상훈 대법관 후보자를 서면 제청했고 국회 동의를 거쳐 정상 임명된 전례가 있습니다.
Chief Justice Cho submitted his nomination in writing on September 18, 2026, after months of failed consultations with the presidential office. Written nominations have precedent and raise no constitutional problem in themselves.
헌법 104조 2항은 권한을 어떻게 나눴나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합니다. 사법권·입법권·행정권이 각각 3분의 1씩 질적으로 나눠 행사하는 구조입니다. 외국에서는 유례가 드문 설계이며 한국 헌정사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비교 대상은 헌법재판관입니다. 재판관 아홉 명은 국회 선출 세 명, 대법원장 지명 세 명, 대통령 내정 세 명으로 양적으로 삼등분되어 있습니다. 양적 분할이기 때문에 국회와 대법원장 몫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입니다.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재판관에게 임명장을 주지 않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024년 12월 탄핵소추됐고 헌법재판소는 권한쟁의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미임명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쟁점은 대통령이 제청 단계에 개입할 수 있는지입니다. 절차는 제청, 국회 동의, 대통령 임명 순입니다. 법제처가 만든 헌법주석서는 대법원장의 제청이 특정인을 대법관으로 임명할 것을 요청하는 의미이므로 누가 대법관이 되는가는 먼저 대법원장의 의사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해석대로라면 대통령의 거부는 마지막 임명 단계에서만 가능합니다. 대통령이 첫 단계부터 거부할 수 있다면 국회도 제청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따라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 거부가 아니라 재제청 요구라고 표현한 이유도 이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임명 거부 취지가 아니라면 재제청 요구는 헌법상 행위가 아니게 되면서 법적 의미를 잃습니다.
Article 104(2) splits the appointment power qualitatively among the judiciary, legislature and executive. The Ministry of Legislation's commentary holds that the nominee is chosen first by the chief justice, leaving the president a veto only at the final appointment stage.
공석이 남긴 숫자는 무엇을 말하나
공백은 한 자리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6년 9월 7일 이흥구 대법관이 퇴임해 공석은 두 자리로 늘었습니다. 노경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으로 재판 업무에서 빠진 대법원 3부는 재판에 참여할 대법관이 정원 네 명의 절반인 두 명까지 줄었습니다.
지연은 통계로 확인됩니다. 민사소송법 제199조는 상고심을 기록 접수일부터 5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2026년 6월 30일 기준 5개월을 넘긴 민사 상고심은 716건으로 전체의 22.7%였습니다. 같은 날 기준 민사 상고심 미제 사건은 3,151건입니다. 계류 중인 민사사건 다섯 건 중 한 건 이상이 법정 기한을 넘긴 셈입니다.
제도 변화도 맞물립니다. 2026년 2월 28일 국회는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재석 247명 중 찬성 173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매년 네 명씩 3년간 증원하는 방식이며 공포 2년 후인 2028년 시행해 2030년 마무리됩니다. 이 대통령은 증원분 12명과 임기 만료 10명을 합해 대법관 22명을 임명할 수 있게 됩니다. 한 자리를 둘러싼 지금의 대치가 단순한 인사 다툼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입니다.
With two seats vacant, 716 civil appeals — 22.7% of the docket — had blown past the five-month statutory deadline as of June 30, 2026. A separate law will expand the court from 14 to 26 justices between 2028 and 2030.
출구는 헌법재판소인가 개헌인가
갈등은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습니다. 쟁점은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행위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했는지입니다. 제청권이 침해됐으므로 대법원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와 임명동의 요청은 대통령의 권한이어서 다툴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가 맞섭니다. 청와대는 청구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이미 헌재에 청구했습니다. 헌법학자들은 명확한 규정이 없어 유불리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정치적 압박도 커졌습니다. 범여권 의원 13명은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 추진을 공개 선언했습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재적 3분의 1 이상인 99명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개헌 논의에서도 제청권은 살아남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개헌안은 제청권을 없애지 않고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 절차를 추가하는 선에서 멈췄습니다. 정치권력이 사법권력을 통제해 온 헌정사의 경험 때문입니다. 1962년 헌법은 거부권 대신 임명 의무를 명시해 법관추천회의의 제청이 있으면 대통령은 국회에 동의를 요청하고 동의를 얻으면 임명하여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밀실 합의 관행 자체가 부당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행정권력을 견제할 사법권력을 뽑는 과정이라면 왜 제청되고 왜 임명되었는지 묻고 따질 공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The dispute is heading to the Constitutional Court, with the opposition party already filing a competence dispute petition. Thirteen pro-government lawmakers have declared an impeachment push against the chief justice, which needs 99 signatures to proceed.
자주 묻는 질문
Q. 대통령이 대법관 제청을 거부한 전례가 있나요?
현행 헌법에서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반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승만 정부 시기 이후 임명권과 제청권이 정면으로 충돌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자신이 임명하지 않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을 제청받았지만 합의로 처리해 왔습니다.Q. 서면 제청은 절차 위반인가요?
아닙니다. 헌법과 법원조직법은 제청의 형식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이용훈 대법원장도 서면으로 제청해 정상 임명된 전례가 있습니다. 구두 제청은 법적 요건이 아니라 양측이 가까웠던 시절의 관행입니다.Q. 헌법재판관 임명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헌법재판관은 국회·대법원장·대통령이 각각 세 명을 몫으로 나눠 가지는 양적 삼분할입니다. 대법관은 제청권·동의권·임명권으로 권한의 성격을 나눈 질적 삼분할입니다. 그래서 각 기관의 권한이 겹치는 구간에서 해석 다툼이 생깁니다.Q. 공석이 길어지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이 있나요?
소부 재판 운영이 어려워지고 전원합의체 부담도 커집니다. 2026년 6월 말 기준 민사 상고심 716건이 법정 선고 기한 5개월을 넘겼습니다.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당사자의 재판받을 권리가 직접 영향을 받습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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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ources
- [칼럼] 대법관 임명 방법에 관한 5문5답(NewsArticle)
- 조희대, 대법관 재제청 거부… 靑 "대통령 임명권 무력화"(NewsArticle)
- '대법관 제청' 갈등 결국 헌재로…"대통령에게 제청 거부권 있나"(NewsArticle)
- 7개월째 빈 대법관 의자…靑·조희대, 출구 없는 '헌법 전쟁'(NewsArticle)
- 재판소원·재제청 갈등 여파… 사법부 재판 지연 '빨간불'(NewsArticle)
- '대법관 증원법' 국회 본회의 통과(NewsArticle)
- 대법관 임명권 대 제청권, 헌재 권한쟁의 심판 청구한다면?(News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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