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근무 거부 판사들, 한국 사법은 왜 서울만 고집하나
주 2회 원격근무까지 도입됐지만 한국 판사 상당수는 지방 거주를 거부한다. 미국·독일과 비교한 한국 사법의 서울 집중 현상과 법원행정처 폐지 논의의 배경을 분석한다.
한국 판사들은 왜 지방근무를 거부할까?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4년 도입한 스마트워크제는 2026년 주 2회로 확대됐고, 수도권 고등법원 판사의 지방근무도 축소됐다. 그 결과 정기인사를 앞둔 사직 판사가 2021~2025년 평균 73명에서 2026년 5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이범준 전문위원은 "원격근무 이틀이 뜻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서울에 머무는 날이 이틀이라는 것이지, 나머지 사흘을 지방에서 잔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한국 판사들이 임지에 살지 않는 현실은 그대로라고 지적한다.

목차
사법개혁은 왜 다시 '판사 거주지'로 향했나?
2025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 태스크포스가 발의한 법원행정처 폐지 법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사법부 내부에서 정작 가장 첨예한 갈등 지점은 법관의 근무 형태다. 대형 로펌 이직, 잦은 사직, 원격근무 요구는 모두 '지방근무 회피'라는 한 가지 흐름으로 이어진다. 판사가 자신의 임지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법행정 통제의 문제이자 사법접근성 자체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월 신년사에서 "국민 눈높이서 충실한 재판"을 강조했지만, 정작 대법원장 본인이 거주하는 곳도 서울이며 대법관 전원도 그렇다. 사법개혁이 법원행정처 폐지·사법행정위원회 신설 같은 거대 담론으로만 흐르는 사이, 판사 한 명이 어느 도시에 살며 어떤 사건을 보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비켜가고 있다.
Korea's judicial reform debate has focused on abolishing the National Court Administration, but the more basic question — where judges actually live — remains unresolved despite expanded smart-work policies in 2026.
미국·독일은 어떻게 다른가?
미국 연방법 28 U.S.C. §134는 지방법원 판사가 임명된 관할에 거주할 것을 명문화한다. 워싱턴 D.C., 뉴욕남부·동부지법만 예외이며, 이 경우에도 관할로부터 32킬로미터(20마일)를 벗어날 수 없다. 한국 판사가 서울에 살며 부산·광주·대구로 출근하는 형태는 미국에선 법으로 금지된다.
독일은 사법 권력 분산을 한 단계 더 진척시켰다. 연방헌법재판소와 연방대법원(BGH)은 인구 31만의 카를스루에에 있다. 연방행정법원은 라이프치히, 연방재정법원은 뮌헨, 연방노동법원은 에르푸르트, 연방사회법원은 카셀에 분산돼 있다. 베를린이 정치적 수도라면 카를스루에는 사법의 수도다. 한국 헌법재판소가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에서도 "사법부는 사후견제 기능밖에 없어 수도 개념에 해당이 없다"고 명시했다는 사실은 이 비교를 더 무겁게 만든다.
U.S. federal law (28 USC §134) mandates that district judges reside in their assigned district. Germany goes further — its top courts sit in Karlsruhe, Leipzig, and Munich, not Berlin. Korea's Constitutional Court itself ruled in 2004 that the judiciary need not stay in the capital.
숫자로 보는 한국 판사 근무 실태
법률신문은 지난 1월 사직 판사 감소의 핵심 이유로 ① 수도권 고법 판사 지방근무 축소, ② 스마트워크(원격근무) 주 2회 확대, ③ 장기재직 장려수당 신설을 꼽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산하 위원회는 법원행정처에 "지방권 근무기간을 2년으로 줄일 수 있도록 실근무 법관 부족 수를 해소할 방법은 없는지" 공식 질의했다. 사실상 지방근무 의무 자체를 협상 대상으로 끌어내린 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2026년 4월 8일 제출된 대법원 지방이전 법안은 대구 또는 세종을 새 소재지로 지정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신청사 건립 비용을 4,790억 원, 부지 매입과 이전 지원까지 포함하면 2036년까지 5,550억 원으로 추산했다. 법원행정처는 "헌법적 함의가 있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 항목 | 수치 |
|---|---|
| 2021~2025 연평균 사직 판사 | 73명 |
| 2026년 예상 사직 판사 | 약 50명 |
| 스마트워크 가능 일수 (2026) | 주 2회 |
| 미국 연방판사 거주 의무 거리 | 관할 또는 32km 이내 |
| 독일 카를스루에 인구 | 30만 9,964명 |
| 대법원 지방이전 추정 총비용 | 5,550억 원 (2036년까지) |
Korean judicial resignations dropped from an average of 73 to about 50 in 2026 after Seoul-based perks expanded. Meanwhile, a Supreme Court relocation bill carrying a 555 billion won price tag is pending in the National Assembly.
사법개혁의 다음 변수는 무엇인가?
법원행정처 폐지·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법안이 연내 통과될 경우, 인사권은 법관 외부 인사가 위원장을 맡는 합의체로 넘어간다. 이때 가장 먼저 충돌할 의제가 바로 지방근무 의무 강화다. 시민 참여 위원회는 미국식 관할 거주 의무를 도입하려 할 가능성이 높고, 법관 사회는 원격근무 확대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지방이전 논의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대구·세종 이전이 단순히 균형발전 카드로 끝날지, 아니면 독일식 사법권 분산 모델로 진화할지는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연동될 전망이다. 영남일보가 사설로 '대법원 대구 이전을 지방선거 핵심 의제로'라고 주장한 데서 드러나듯, 사법부 위치는 이미 정치 의제다. 결국 한국 사법개혁의 진짜 시험대는 법원행정처 간판이 아니라 판사의 주소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The next flashpoint in Korea's judicial reform will not be the National Court Administration's signboard but where judges sleep at night. If the new Judicial Administration Committee imposes U.S.-style residency rules, expect open conflict with judges who have organized to defend remote work.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 판사들이 지방근무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나요?
법적으로 거부할 권리는 없으며 인사발령에 따라 지방법원으로 근무해야 합니다. 다만 임지 거주 의무를 명문화한 미국 28 USC §134 같은 조항이 한국 법원조직법에는 없어, 발령은 지방으로 받고 거주는 서울에 두는 관행이 가능해진 것입니다.Q. 스마트워크제는 일반 직장의 재택근무와 어떻게 다른가요?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4년 도입한 스마트워크제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법관을 대상으로 시작됐고 2026년 주 2회로 확대됐습니다. 일반 사기업 재택근무와 달리 판사의 경우 영장 발부, 변론 진행 등 물리적 출석이 필요한 직무가 많아 '재판 질 저하' 우려가 제기돼 왔습니다.Q. 법원행정처 폐지가 판사 거주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나요?
법원행정처는 법관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사실상의 '대법원장 직속' 기관입니다. 폐지 후 사법행정위원회로 권한이 이관되면, 기존 대법원장 한 명이 결정하던 인사 기준이 외부 위원이 포함된 합의체로 옮겨갑니다. 거주 의무 강화 같은 외부 시각이 반영될 여지가 커집니다.Q. 독일 카를스루에는 어떤 도시인가요?
인구 약 31만 명, 독일 내 인구 순위 23위의 중간 규모 도시입니다. 베를린·뮌헨·프랑크푸르트 같은 대도시가 아닌 이 도시에 연방헌법재판소와 연방대법원이 자리한 것은 1949년 서독 출범 직후 사법권 분산 원칙을 의도적으로 설계한 결과입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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