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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왕 권혁 4300억 탈세, 국세청 저승사자가 움직였다

뉴스타파 보도 반년 만에 국세청 조사4국이 체납 1위 선박왕 권혁 회장의 시도그룹 한국영업소에 특별 세무조사를 착수했다. 압수수색 영장과 라이베리아 징수공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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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왜 6개월이나 지나서야 선박왕을 정조준했나?

4,300억 원대 세금을 내지 않고 버텨온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에게 국세청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칼을 빼들었다. 특별 세무조사 착수와 함께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받아 회계장부와 직원 PC·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공교롭게도 뉴스타파의 '법 위의 선박왕' 연속 보도가 나온 지 반년 만이다. 18차례나 제보를 묵살당했던 한 내부 고발자의 기록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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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선박왕은 어떻게 체납왕이 되었나?

권혁 회장은 1990년 선박관리업체를 세운 뒤 한국과 일본, 홍콩을 무대로 한때 200척이 넘는 선단을 거느린 해운업계 거물이었다. 하루 70억 원을 벌어들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2011년 국세청은 그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해외 거주자로 위장해 수익을 빼돌린 역외탈세 혐의를 포착했고, 4,101억 원이라는 개인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14년에 걸친 소송전이 이어졌다. 2024년 9월 대법원은 "권 회장은 한국 거주자가 맞으므로 세금 부과는 정당하다"며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권 회장 측은 "국내로 들여온 돈이 없어 낼 세금이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징수를 피해왔다.

Once a shipping magnate who controlled over 200 vessels, Kwon Hyuk was hit with a record individual tax bill of 410 billion won in 2011 for offshore evasion, yet has dodged collection for over a decade.

18차례 제보는 왜 보도 이후에야 통했나?

이번 사건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시점이다. 대상중공업 전 관리이사 최관순 씨는 2024년 6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1년 4개월에 걸쳐 권 회장의 탈세 혐의를 무려 18차례나 국세청에 제보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권 회장이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하고 해외에서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국내로 들여와 부동산 개발에 투자한 정황을 담은 뉴스타파 보도가 나온 뒤에야 비로소 움직였다.

최 씨는 "국세청의 직무유기가 그동안 권혁에게 면죄부를 주어온 셈"이라며 "지금이라도 특별 세무조사가 실시돼 다행이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 여전히 국세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 이후에도 7차례나 추가 제보와 신고를 이어갔다.

A former executive tipped off the tax agency 18 times over 16 months to no avail; authorities acted only after investigative journalism exposed the case.

숫자로 본 권혁 사건의 규모는?

조사를 맡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만을 전담하는 특수 조직이다. 명백한 탈루 혐의를 확보했을 때만 투입되며, 기업들 사이에서 '재계 저승사자'로 불린다. 최근 쿠팡, 메리츠증권 등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도 이 조직이 맡았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조세포탈 입증 자료가 확보됐음을 의미한다.

체납 규모는 갈수록 불어났다. 2024년 말 기준 권 회장의 개인 체납액은 3,938억 원으로 전국 1위였고, 법인 기준으로는 5,203억 원에 달했다. 가산금까지 더하면 누적 체납액은 약 8,3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국세청은 지난 4월 권 회장이 바하마와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보유한 선박부품회사 대상중공업 지분도 공매에 부쳤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부터 1년 반이 지난 뒤였다.

The tax agency's elite Investigation Bureau 4 secured a search warrant against Kwon, whose personal arrears of 393.8 billion won rank first nationwide, with total liabilities estimated at around 830 billion won.

라이베리아 공조는 징수의 돌파구가 될까?

국세청은 국내 압박과 동시에 국제 공조로 포위망을 넓히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 6월 5일 제임스 도버 잘라 라이베리아 국세청장을 초청해 제1차 한·라이베리아 국세청장 회의를 열고 '정보교환 공조 협정'과 '조세채권 징수 공조 실무 협정'을 체결했다. 국세청이 아프리카 세무당국과 국세청장 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베리아는 전 세계 선사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선박 등록지국, 즉 기국이다. 권 회장처럼 선박 국적을 바꾸거나 해외법인을 통해 재산을 국외에 은닉하는 수법에 대응하려면 등록지국과의 직접 공조가 필수적이다. 양국은 앞으로 은닉 재산 확인, 역외탈세 정보 수집, 체납자 해외재산 환수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국세청 재직 시절 권 회장 자산 추징 업무를 맡았다가 퇴직 후 그의 회사 대표로 변신해 20억 원을 받은 전직 직원 손 모 씨의 사후수뢰 사건은 경찰에서 다시 불송치돼 수사심의가 진행 중이다.

Korea signed its first tax cooperation pact with Liberia, the world's top ship registry, to track down assets hidden offshore through flag changes and shell companies.

이 사건이 드러낸 조세정의의 빈틈은 무엇인가?

권혁 회장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탈세를 넘어 우리 과세 행정의 구조적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판결과 집행의 간극'이다. 대법원이 2024년 9월 과세 정당성을 확정했음에도, 실제 공매 절차는 1년 반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국가가 이미 받아낸 승소 판결조차 곧바로 현금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은, "끝까지 버티면 결국 시간이 내 편"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고액 체납자들에게 줄 수 있다.

두 번째 빈틈은 '내부 정보의 사장'이다. 누구보다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가 18차례나 제보했지만 행정은 움직이지 않았고, 언론 보도라는 외부 압력이 가해진 뒤에야 비로소 칼을 빼들었다. 이는 제보 시스템이 형식적으로만 작동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제보의 진위를 가려 신속히 조사로 연결하는 내부 동력이 없다면, 결국 조세정의는 언론과 시민사회의 우연한 관심에 의존하게 된다.

세 번째는 '역외'라는 사각지대다. 페이퍼컴퍼니와 선박 국적 세탁으로 재산을 국경 밖에 숨기는 수법 앞에서, 한 나라의 징수권은 쉽게 무력해진다. 이번 라이베리아와의 공조가 의미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다만 협정 체결은 시작일 뿐, 실제 자산 환수라는 성과로 이어질 때까지 국세청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결국 이 사건의 진정한 결말은 4,300억 원 가운데 단 얼마라도 국고로 회수되는 순간 쓰일 것이다.

Kwon's case exposes three structural gaps in tax enforcement: the lag between court rulings and actual collection, the failure to act on insider tips without media pressure, and the offshore blind spot that international cooperation must now close.

자주 묻는 질문

Q. 권혁 회장이 부과받은 세금은 정확히 얼마인가요? 2011년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로 부과한 추징금은 4,101억 원으로, 개인에게 부과된 추징금으로는 헌정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가산금과 법인 체납분을 포함한 현재 누적 체납액은 약 8,3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Q.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어떤 조직인가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만을 전담하는 특수 조직입니다. 명백한 탈루 혐의가 확보됐을 때만 투입되며 '재계 저승사자',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립니다. 교차조사 형태로 전국 어디든 비정기 조사에 나설 수 있습니다.
Q. 왜 국세청이 보도 이후에야 움직였다고 비판받나요? 제보자 최관순 씨가 1년 4개월간 18차례나 같은 내용을 제보했지만 국세청은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뉴스타파 등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입니다. 제보자는 이를 두고 그동안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습니다.
Q. 라이베리아와의 공조는 왜 중요한가요? 라이베리아는 세계 1위 선박 등록지국으로, 선박 국적 변경과 해외법인을 통한 재산 은닉의 핵심 경로입니다. 등록지국과 직접 정보교환·징수 공조 협정을 맺으면 국외에 숨긴 자산을 추적하고 환수할 실질적 수단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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