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13억 미수금과 29억 횡령 의혹, 경찰은 1년간 무엇을 했나
간송미술관 전시 제작사 4곳이 13억 5천만 원을 받지 못한 채 1년을 보냈다. 29억 횡령 고소는 연락조차 끊겼고 김병기 영장은 반려됐다. 1차 수사종결권을 쥔 경찰의 부작위를 짚는다.
법원이 13억을 지급하라고 했는데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나
간송미술관 미디어아트 전시에 작품을 납품한 제작사 네 곳이 13억 5천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서울북부지법은 2026년 4월 전인건 관장이 이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2심 항소가 각하되면서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돈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사기 혐의 고소는 서울 중부경찰서에 접수돼 있고 29억 원 횡령 고소는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된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민사는 이겼지만 형사는 멈춰 있는 상태가 피해자들을 붙들고 있습니다.

목차
간송미술관 전시는 어떻게 13억 미수금 사태가 됐나
간송미술관은 2024년과 2025년 소장 유물로 미디어아트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신윤복 작품이 참여형 영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작사들은 제작비 수준의 적은 금액을 약정액으로 잡고 티켓 수익 일부를 나눠 받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전 관장 측이 요구한 구조였습니다. 수익이 저조할 경우를 대비해 최종 수익 합계가 계약 금액에 미달하면 전시 종료 익월까지 차액을 추가 지급한다는 조항도 넣었습니다. 첫 달부터 정산금이 밀렸고 최후 정산일에도 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전 관장 측은 비상계엄 사태로 관람객이 급감해 손실을 봤고 채무 변제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Four content studios delivered media-art works for Gansong Art Museum's exhibitions and were left unpaid for 1.35 billion won. A Seoul court ordered payment in April 2026, but a year later nothing has been recovered.
29억은 어디로 갔고 경찰은 왜 움직이지 않았나
미수금 사태가 터지기 전 또 다른 거래가 있었습니다. 전 관장은 이 전시에 참여하지도 않은 법인을 동원해 30억 원 이상을 은행에서 대출받았습니다. 은행에 낼 전시 제안서는 기획사 관계자에게 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대출이 실행되자 그 관계자에게 31억 원 가량을 보냈고 이 중 29억 원을 본인 계좌로 되돌려 받았습니다. 법인 자금을 제3자를 거쳐 개인 계좌로 옮기는 세탁 방식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관계자는 2026년 8월 초 서울 성북경찰서에 횡령으로 고소장을 냈습니다. 사건은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됐고 그 뒤로는 진행 상황을 알 수 없습니다. 전 관장은 뉴스타파에 "사실과 다른 것이 많고 일방적인 이야기를 하는 취재원 스토리만 들은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Before the unpaid-fee crisis, the director allegedly routed 2.9 billion won of corporate loan money through a third party back into his personal account. An embezzlement complaint filed in August 2026 has gone silent after being transferred to the Seoul police agency.
숫자로 보면 경찰 수사는 얼마나 느려졌나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쥔 2021년 이후 불송치는 37만 9,821건에서 지난해 59만 4,060건으로 늘었습니다. 5년 만에 56% 증가입니다. 반대로 이를 걸러낼 공소청 불송치 전담부서는 19곳에서 13곳으로 줄었습니다. 불송치에서 재수사 요청, 재차 불송치로 이어지는 핑퐁 구조에서는 법정 기한만 합쳐도 11개월이 걸립니다. 경찰서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59.4일에서 61.4일로 늘었습니다. 김병기 의원 사건은 더 극적입니다. 2025년 9월 첫 보도 이후 경찰은 핵심 참고인을 두 달 만에 불렀고 수사 착수 1년이 지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공소청은 나흘 만에 반려했습니다. 최종 조사였던 4월 10일 이후 영장 신청까지 다섯 달이 흘렀다는 점이 반려 사유에 적혔습니다.
Non-referral cases rose 56% from 379,821 in 2021 to 594,060 last year, while prosecution units reviewing them shrank from 19 to 13. In the Kim Byung-ki case, police took a full year to request an arrest warrant and it was rejected in four days.
검찰청이 사라진 체제에서 부작위는 누가 막나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78년 만에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했습니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구조에서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까지 쥐었습니다. 중수청은 총정원 2,874명의 66%인 1,900여 명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공수처는 인력 한계를 드러냈고 중수청은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경찰과 수사 범위가 겹치면 처리가 또 지연될 수 있습니다. 즉 경찰이 움직이지 않을 때 그 공백을 메울 기관이 사실상 없습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3일 취임 일성으로 무신불립을 말했습니다.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입니다. 피해가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의 뒷면은 가해로 얻은 이득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뜻입니다. 작위에 의한 불의만 불의가 아닙니다.
With the 78-year-old prosecution service abolished on 2 October 2026, police hold first-stage closure authority while the new investigation agency opened at 66% staffing. When police simply do not act, almost no institution is positioned to fill the gap.
수사하지 않는 권력은 왜 책임을 지지 않나
이 사건을 취재하며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피해자가 경찰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말하는 대목입니다. 고소장을 냈는데 사건이 어디로 갔는지, 담당자가 누구인지, 조사가 시작되긴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몇 달째 이어집니다. 수사기관이 명시적으로 기각한 것도 아니기에 이의를 제기할 대상조차 모호합니다. 고소인에게 남은 선택지는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이 침묵의 시간이야말로 부작위의 본질입니다.
작위와 부작위의 차이는 책임을 묻는 난이도에서 갈립니다. 위법한 압수수색을 하면 영장이 기각되고 증거능력이 다퉈지며 때로는 징계가 따릅니다. 반대로 해야 할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아무 기록도 남지 않습니다. 참고인을 두 달 늦게 부른 결정에는 결재선이 없고, 포렌식으로 확인된 허위 진술을 몇 달간 묻어둔 선택에도 서류가 없습니다. 그 사이 하드디스크는 포맷되고 메신저 대화는 삭제되며 돈은 또 한 번 쪼개져 흩어집니다. 증거가 사라진 뒤의 무혐의는 증거가 없어서 내린 결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증거를 지킬 시점에 움직이지 않은 결과입니다.
김병기 의원 사건에서 공소청이 반려 사유로 적은 문장은 그래서 뼈아픕니다. 최종 조사 이후 다섯 달이 흘렀다는 지적은 혐의가 약하다는 말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스스로 긴급성을 부정했다는 말에 가깝습니다. 구속의 필요를 주장하려면 그 필요가 생긴 시점에 움직였어야 합니다. 경찰 수뇌부가 완결성을 높이느라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지만 쌓인 것은 완결성이 아니라 시간이었습니다. 지방선거 눈치를 본다는 내부 전언이 흘러나오던 시기와 수사가 멈춰 있던 시기가 겹친다는 사실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간송 사건과 김병기 사건은 규모도 성격도 다릅니다. 다만 한 가지가 같습니다. 어느 쪽에서도 지연의 책임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검찰청이 사라지고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쥔 체제에서 이 공백은 더 넓어졌습니다. 수사·기소 분리의 설계도에는 잘못 기소하는 권력을 어떻게 막을지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지만 아예 수사하지 않는 권력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지는 비어 있습니다. 불송치 59만 건을 걸러야 할 공소청 전담부서가 19곳에서 13곳으로 줄어든 숫자가 그 공백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무신불립이라는 말은 결국 통제받는 권력만이 신뢰를 얻는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성문이 아니라 지연을 기록하고 설명하게 만드는 절차입니다. 사건 진행 단계를 고소인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고 장기 미제의 사유를 문서로 남기게 하면 적어도 누가 언제 멈춰 세웠는지는 남습니다. 피해가 현재진행형인 동안 가해로 얻은 이득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문장은 수사기관이 시간을 흘려보낼 때마다 다시 유효해집니다.
Inaction leaves no paper trail: no warrant to quash, no record to review, no official to hold responsible. In a system that abolished the prosecution service and handed police first-stage closure authority, the blueprint carefully constrains wrongful prosecution but says almost nothing about compelling an agency that simply refuses to move.
자주 묻는 질문
Q. 민사에서 이겼는데 왜 돈을 못 받나요?
승소 판결은 지급 의무를 확정할 뿐 상대에게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회수가 어렵습니다. 간송 사건에서 제작사들이 형사 고소를 함께 유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횡령 혐의가 규명되면 빠져나간 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단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Q. 경찰의 부작위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나요?
해야 할 수사를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명시적으로 사건을 기각하지 않아도 참고인 소환을 미루고 포렌식 결과를 방치하면 증거는 사라집니다.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작위와 달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 문제입니다.Q. 공소청이 구속영장을 반려할 수 있나요?
개편된 체제에서 영장 청구권은 공소청 검사에게 있습니다. 경찰이 신청하면 검사가 법원에 청구할지 판단합니다. 김병기 의원 사건에서 공소청은 소환조사 7회 응한 점과 최종 조사 이후 다섯 달이 지난 수사 경과를 들어 구속 필요성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습니다.Q.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있나요?
고소인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검사는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2026년 7월까지 재수사 요청 7,789건 중 경찰이 송치로 바꾼 사례는 1,540건, 약 20%였습니다. 나머지는 재차 불송치로 종결됐다는 뜻입니다.관련 기사
Tags
출처 / Sources
- [현장에서] 경찰의 부작위는 누구의 편인가(NewsArticle)
- 간송미술관장, 29억 횡령 의혹… 제작사엔 "돈 없다"(NewsArticle)
- 간송미술관장, 전시 자금으로 '빚 갈아타기' 의혹(NewsArticle)
- 경찰 1년 수사 끝 신청한 김병기 영장 반려 '망신살'(NewsArticle)
- 불송치 사건 2년간 20만건 증가… 공소청 전담부서는 19곳 → 13곳(NewsArticle)
- '불송치→재수사→또 불송치'…핑퐁에 법적 사건 처리만 '11개월+α'(NewsArticle)
- 檢, 경찰·중수청으로 사건 이송… 일부는 공소청서 90일 더 수사(NewsArticle)
본 기사의 정정·문의는 info@koreaheadline.com 으로 보내주십시오. 정정 정책은 편집강령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