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왜 20년 넘도록 도입 못 했나
경실련이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간담회를 열었다. 공직자 셋 중 하나가 다주택자인 현실에서, 정책 이해충돌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으며 위헌 논란과 입법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강남 아파트 가진 공직자가 부동산 정책을 만들어도 되는가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이 다주택자다. 이들이 주택공급·세제·규제 정책을 직접 입안하고 결재한다면 국민은 정책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2026년 4월 2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강당에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20년 묵은 논쟁을 다시 꺼냈다. 현행법은 3,000만 원 이상 주식은 백지신탁 심사를 받도록 하지만, 부동산은 명시적으로 제외되어 있다.

목차
부동산 백지신탁제, 누가 처음 꺼냈고 왜 20년째 멈춰 있나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고위공직자가 취임 전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처분 권한을 수탁기관에 위임하는 제도다. 이를 처음 제안한 인물은 놀랍게도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다. 탄핵 역풍과 불법 정치자금 파문으로 당이 위기에 처하자 천막당사에서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2007년 대선 토론에서는 이명박 후보도 공개 지지했지만, 당선 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고위공직자의 재산 증식을 허용하면서 공정한 부동산 정책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관련 법안을 환영했고, 2025년 10월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입법 검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입법은 매번 좌절됐다.
The real estate blind trust proposal has circulated in Korean politics since 2004, endorsed by both conservative and progressive leaders — yet legislation has never passed.
왜 도입이 막히나 — 위헌 논란과 실무적 장벽은 무엇인가
가장 큰 걸림돌은 재산권 침해에 따른 위헌 소지다. 인사혁신처는 "부동산은 주식보다 개인 생존에 더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처분권을 강제·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동석 인사처장도 2026년 2월 "종중 땅처럼 개인이 임의로 팔 수 없는 경우, 여러 명의의 공동 소유 사례 등 실무적으로 적용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헌법재판소가 주식 백지신탁을 합헌으로 판결한 전례를 들어 "공직 포기라는 대안적 선택지가 존재하는 이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이번 간담회에서 발제자들은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만 적용하거나 단계적 매각 기간을 부여하는 등 설계 보완안을 제시하며 위헌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The main legal obstacle is potential unconstitutionality — critics argue forced property disposal violates basic property rights, while proponents cite the Supreme Court's approval of stock blind trust as a precedent.
고위공직자 셋 중 하나가 다주택자 — 어떤 데이터가 나왔나
뉴스타파 분석에 따르면 고위공직자 2,764명 중 913명(33%)이 본인·배우자 명의로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이 중 3주택 이상 보유자만 253명(1,061채)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구(226채), 서초구(206채), 송파구(121채)가 1~3위를 휩쓸었으며, 강남3구 주택 합산 가액이 고위공직자 보유 전국 주택 가액의 35.7%를 차지했다. 특히 이번 간담회에서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KTX 역세권 연결 도로가 특정 의원 소유 부지 방향으로 변경되며 해당 지가가 1,800배 폭등했다는 의혹 사례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3월 다주택 공직자를 부동산 정책 논의에서 배제하라고 청와대·내각에 지시했으며, 올해 초 본인 소유 분당 아파트를 직접 매각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One-third of senior Korean officials own multiple homes; the top three hotspots are all in Gangnam — together valued at 35.7% of all property held by senior officials.
법 없이 '배제 지시'만으로 충분한가 — 제도화 가능성은
현재 정부가 취한 조치는 행정명령 수준에 그친다.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경실련은 이번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에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공식 제안할 방침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해충돌방지법을 통해 직무 관련 재산을 신고하고 배제 의무를 법제화하고 있으며, 강제 매각 없이도 직무 회피만으로 이해충돌을 관리하는 절충 모델도 운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전면 백지신탁보다 직무 관련 부동산에 한정해 배제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입법 현실성이 높다"고 조언한다. 국회 행안위에는 관련 개정안이 이미 2건 계류 중이며, 6월 임시국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Without legislation, the current administrative order barring multi-property owners from policy discussions is reversible. Civil groups are pushing for a formal amendment to the Public Service Ethics Act.
자주 묻는 질문
Q.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주식 백지신탁과 어떻게 다른가요?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3,000만 원 이상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에게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이 규정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되어 있어 '제도적 공백'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도입되면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에 처분 권한을 위임해야 합니다.Q. 위헌 가능성은 얼마나 높은가요?
인사혁신처는 재산권 핵심인 처분권 제한이 기본권 침해 소지가 높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법학계 일각은 헌법재판소가 주식 백지신탁을 합헌으로 판결한 점, 공직 포기라는 대안이 존재하는 점을 들어 설계에 따라 충분히 합헌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실거주 1주택 제외, 단계적 매각 기간 부여 등 완충 장치를 두면 위헌 소지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견해가 유력합니다.Q. 이재명 대통령이 이미 지시한 '다주택 공직자 배제'와 백지신탁제는 어떻게 다른가요?
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 3월 지시는 다주택자 공직자를 부동산 정책 논의 과정에서 배제하는 행정명령입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정권 교체 시 원점 복귀가 가능합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이를 법으로 의무화하여 공직 재임 중 이해충돌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로, 강제력과 영속성 면에서 차원이 다릅니다.Q. 해외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나요?
미국은 이해충돌방지법을 통해 공직자가 직무 관련 사익 추구 시 최대 5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자산을 사전 신고하고 직무 회피(recusal) 의무를 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2007년부터 이해충돌방지법을 시행해 공직자가 재정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 관여를 금지합니다. 두 나라 모두 강제 매각보다는 신고·배제 방식을 주로 활용합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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