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45명 징계처분서 공개, 명령에 따른 자와 거부한 자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고위 장교 45명의 징계처분서 1,000여 쪽이 공개됐다. 합참행 버스 탑승을 거부한 장교들의 행적과 위법 명령 불복종 논쟁의 핵심을 짚는다.
1,000여 쪽 징계처분서가 드러낸 그날 군 지휘부의 민낯은?
국방부가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대령급 이상 고위 장교 45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1,000여 쪽의 징계처분서 전문에는 계엄 당일 군 지휘부의 동향과 작전계획, 연루 장교들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다. 같은 명령 앞에서 어떤 장교는 군홧발을 국회로 향했고, 또 다른 장교는 합참행 버스 탑승을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복종과 거부, 그 갈림길이 처분서 곳곳에 새겨져 있다.

목차
징계처분서는 왜 전례 없는 기록으로 남았나?
국방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12.3 불법 비상계엄 관여 장교들을 징계했다. 그간 일부 인사의 징계 사실이 단편적으로 보도된 적은 있었으나, 대상자 전원의 징계사유와 결과를 담은 처분서가 통째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번 징계에 "국군의 헌법수호 의지를 천명하고, 위법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처분서에 적힌 법령준수의무 위반 내용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죄에 대한 특검 공소사실과 상당 부분 겹친다. 군 내부 징계와 형사 사법 절차가 같은 사실관계 위에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The Defense Ministry's release of full disciplinary records — unprecedented in scale — overlaps closely with the special counsel's insurrection charges against the former president and defense minister.
같은 명령 앞에서 장교들은 어떻게 갈렸나?
처분서에 따르면 12.3 계엄 당시 육군본부 소속 고위 장교들은 대부분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합동참모본부로 모이라는 계엄사령관 지시를 따랐다. 그러나 일부 대령급 장교는 합참행 버스 탑승을 거부하거나 상부 명령의 타당성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한 조직, 한 명령 체계 안에서 복종과 거부가 동시에 존재했다는 점이 이번 처분서의 핵심이다.
복종한 쪽의 행적은 무거웠다. 곽종근 당시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제707특수임무단 196명을 헬기에 태워 국회 경내로 진입시키고 국회의사당 봉쇄를 시도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국회의원 등 체포조 지원 수사관 100명을 편성하게 하고, 검은 복장에 부대 마크를 뗀 수사관 10여 명을 국회로 출동시킨 정황이 처분서에 적시됐다.
While most officers followed the order to assemble at the Joint Chiefs, a handful of colonels refused to board the bus or openly questioned the command's legitimacy.
숫자로 본 징계, 누가 얼마나 무거운 처분을 받았나?
징계 대상 45명 가운데 37명이 장성이었다. 계급별로는 준장이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소장 9명, 중장 7명, 대장 1명 순이었다. 처분 수위로는 최고 수위인 파면이 22명에 달했고, 그다음 중징계인 해임 4명과 강등 2명이 뒤를 이었다.
핵심 사령관들의 처분도 갈렸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2025년 12월 29일 국방부 징계위원회에서 해임이 결정돼 불명예 전역하게 됐다. 내란중요임무종사라는 무거운 혐의를 받으면서도 파면을 면한 데에는 수사에 협조한 점이 참작됐다. 징계받은 군인 대부분은 항고했고, 일부는 징계 취소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Of the 45 disciplined, 37 were generals; 22 were dismissed outright, while figures such as former special warfare commander Gwak Jong-geun received removal rather than the harshest penalty after cooperating with investigators.
위법한 명령, 거부할 권리는 제도로 남을까?
이번 징계가 던진 가장 큰 질문은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가"이다. 현행 군인사법 제25조는 직무 수행 시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를 규정하고, 군형법 제44조는 정당한 명령에 대한 항거를 항명죄로 처벌한다. 다만 법원 판례는 상관의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 정당한 직무명령으로 볼 수 없어 복종 의무가 없다고 본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명백히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군인사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국방부도 '위헌·위법한 계엄' 같은 거부 요건과 이의제기 절차를 대통령령으로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날 버스 탑승을 거부한 장교들의 선택이, 앞으로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받는 권리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The central question is whether refusing a manifestly illegal order will become a protected right; lawmakers and the Defense Ministry are now weighing reforms to shield such refusals from retaliation.
처분서 한 장이 던지는 질문, 군대는 무엇을 위해 복종하는가?
이번 징계처분서를 단순한 인사 조치 기록으로만 읽으면 본질을 놓친다. 1,000여 쪽의 문서가 진짜로 묻는 것은 군대라는 조직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누구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같은 부대, 같은 지휘 계통 안에서 어떤 장교는 헬기에 부대원을 태워 국회로 향했고, 어떤 장교는 합참행 버스에 오르기를 거부했다. 두 선택을 가른 것은 계급도, 정보의 양도 아니었다. 그날 자신이 받은 명령이 헌법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를 판단하려는 의지의 차이였다.
복종이 미덕이라는 군대의 오랜 문법은 이번 사건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명령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면책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명백히 위법한 명령 앞에서는 거부가 곧 헌법수호 행위가 된다는 것. 국방부가 이번 징계에 "불복종 문화 정착의 계기"라는 의미를 부여한 대목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군의 자기 부정처럼 들리지만, 실은 군이 정치적 도구로 동원되는 일을 스스로 막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다만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처분서가 보여준 거부의 사례들은 아직 제도가 아니라 개인의 양심에 기댄 결과다. 다음에 또다시 위헌적 명령이 내려질 때, 거부한 장교를 보호할 장치가 법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면 같은 비극은 반복될 수 있다. 군인사법 개정 논의가 단순한 사후 정리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가 군을 다루는 방식을 다시 쓰는 작업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처분서는 과거의 기록이지만, 그 안의 질문은 철저히 미래를 향하고 있다.
These records are less a personnel matter than a reckoning with what a military is for; whether refusing an unconstitutional order becomes a protected right, not an act of individual conscience, will decide if this remains history or repeats.
자주 묻는 질문
Q. 징계처분서가 공개된 것이 왜 이례적인가요?
그간 일부 대상자의 징계 사실만 단편적으로 보도됐을 뿐, 관여 장교 전원의 징계사유와 결과를 담은 처분서 전문이 한꺼번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분량만 1,000여 쪽에 이릅니다.Q. 명령을 거부한 장교들은 처벌을 받았나요?
처분서에는 합참행 버스 탑승을 거부하거나 명령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장교들의 사례가 담겼습니다. 위법한 명령에 대한 거부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향후 제도 개선의 핵심 쟁점입니다.Q. 곽종근 전 사령관은 왜 파면이 아닌 해임을 받았나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았지만, 수사에 협조한 점이 참작돼 파면 다음 수위인 해임 처분을 받고 불명예 전역하게 됐습니다.Q. 위법한 명령은 거부해도 되나요?
법원 판례는 명백히 위법한 명령은 정당한 직무명령이 아니므로 복종 의무가 없다고 봅니다. 국회와 국방부는 이를 명문화하고 거부에 따른 불이익을 막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12.3 계엄 장성 37명 징계, 한국군 지휘부 붕괴의 전말
Tags
본 기사의 정정·문의는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십시오. 정정 정책은 편집강령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