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vs 청년 광탈, 삼성·현대차도 일률 연장 반대
민주당 정년연장특위에 5대 그룹이 일률적 65세 연장 반대 의견 전달. 일본식 퇴직 후 재고용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 가운데 청년 실업률은 7.7%까지 치솟았다.
정년 65세 일률 연장, 한국 노동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까?
민주당 정년연장특위가 30일 5대 그룹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청취한 자리에서 삼성·SK·현대차·LG·롯데가 일제히 일률적 65세 정년 연장에 반대 입장을 냈다. 경영계는 연공형 임금체계 아래에서 일괄 연장이 인사 적체와 청년 채용 위축을 동시에 키운다고 우려했다. 일본식 퇴직 후 재고용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노동계와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청년층 실업률이 7.7%까지 치솟은 가운데 이 논의는 단순한 고령자 정책을 넘어 세대 간 일자리 분배 문제로 번지고 있다.

목차
정년 연장 논의는 왜 다시 점화됐나?
한국의 법정 정년은 2013년 60세로 상향된 뒤 13년째 묶여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까지 65세로 올라가는 일정이 확정됐고, 60세 퇴직과 연금 수령 사이에 약 5년의 ‘소득 크레바스’가 만들어졌다. 민주당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 특별위원회’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단계적 법정 정년 연장과 재고용을 결합한 3개 안을 제시했다. 65세 법정 정년 완성 시점은 2036년·2039년·2041년으로 갈리고, 그 사이에 1\~2년의 재고용을 의무화하는 구조다.
문제는 시기다. 2026년 1분기 청년층(15\~29세) 실업자는 27만 2000명으로 2년 연속 늘었고, 청년 실업률은 7.7%까지 올랐다. 제조·건설업의 경기 부진과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저숙련 일자리 대체가 겹치면서 청년 채용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는 가운데 정년 연장이 추진되는 셈이다.
Korea’s legal retirement age has been frozen at 60 since 2013, while pension eligibility shifts to 65 by 2033, leaving a five-year income gap. The ruling party is now pushing to close it just as youth unemployment hits 7.7%.
5대 그룹은 왜 ‘일률 연장’에 한목소리로 반대했나?
이날 간담회에서 삼성그룹은 임직원 평균 연령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일률적 정년 연장이 적용되면 인사 적체가 심해진다는 논리를 폈다. 고연차 인력의 업무 몰입도가 떨어져 사실상 ‘무임승차자’를 양산할 수 있고, 막힌 승진 사다리를 본 청년 인재가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SK그룹도 청년 채용 여력 축소와 세대 간 공정성 논란을 우려했다.
현대차그룹은 한 발 더 나아가 일률적 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다만 모든 퇴직자를 자동 재고용 대상으로 삼으면 경쟁력이 떨어지므로 ‘직무역량 미보유자’ ‘지속적 저성과자’ ‘비위행위자’는 재고용 의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롯데그룹은 취업규칙 변경 시 과반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조항을 정비해 기업 자율성을 넓혀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5대 그룹 모두 ‘성과 기반 자율적 재고용’이라는 공통된 답을 내놓은 셈이다.
Samsung warned of clogged promotion ladders and youth talent flight, while Hyundai Motor demanded an opt-out clause excluding underperformers from any rehire mandate. The big five conglomerates converged on one message: voluntary, performance-based rehiring instead of a blanket extension.
숫자로 보면 충격은 어느 정도인가?
기업이 제시한 수치는 정년 연장의 비용 구조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삼성은 고령 인력 1명을 고용할 인건비로 신입사원 1.8명 이상을 채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65세로 정년이 늘어나면 연평균 1000명의 고용이 자동으로 연장되고, 이는 신규 채용 인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호봉제 적용 사업장이 22만 곳, 비율로는 약 13.7%에 불과하지만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집중돼 있어 정년 연장의 인건비 충격은 한국 경제의 핵심 부문에 집중된다.
청년 시장의 체감 지표는 더 차갑다. 2026년 2월 청년층 고용률은 43.3%로 22개월 연속 하락했고, 청년 취업자는 341만 1000명으로 1년 새 14만 6000명이 줄었다. 같은 기간 청년 실업률은 0.7%포인트 오른 7.7%였다. 한쪽에서는 ‘재고용 1000명’이 늘어나는 사이, 다른 쪽에서는 ‘청년 취업자 14만 명’이 사라진 셈이다.
Samsung says the wage cost of one senior worker covers 1.8 new hires, and Lotte estimates a 65-year retirement age would automatically extend 1,000 jobs annually — about a third of its yearly intake. Meanwhile, youth employment has fallen for 22 straight months, with 146,000 fewer young workers year-on-year.
일본 모델은 한국에 그대로 이식될 수 있나?
경영계가 모델로 제시한 일본은 2006년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의무화하면서도 ‘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가운데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21인 이상 일본 기업의 99.9%가 65세 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 중이며, 이 가운데 69.2%가 재고용 방식을 택했다. 70세까지 연장한 기업도 31.9%에 이른다. 임금은 통상 기존의 70\~80% 수준으로 조정되고, 정부가 ‘고령자 고용계속급부금’으로 임금 삭감분을 일부 보전한다.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첫째, 한국의 연공제는 일본보다 가파른 호봉 곡선을 지녀 임금 조정 폭과 노조 반발이 클 가능성이 있다. 둘째, 일본은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제도를 다듬은 반면 한국은 2036년이나 204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한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결국 정년 65세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지만, ‘일률 의무화’로 갈지 ‘선택형 계속고용’으로 갈지가 향후 1\~2년 사이 한국 노동시장의 최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Japan’s 99.9% adoption rate of post-60 employment hinges on giving firms the choice between rehiring, extension, or abolition, plus government wage subsidies. Korea’s steeper seniority pay curve and tighter timeline mean the “mandatory vs. optional” design will define the next two years of labor reform.
정년 65세 논쟁의 진짜 쟁점은 무엇인가?
이번 간담회의 본질은 '고령자 보호'와 '청년 기회'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의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공공부문에 호봉제와 고용 보호가 집중돼 있고, 그 바깥에는 임금체계조차 갖추지 못한 95만 곳의 중소·영세 사업장이 자리한다. 일률적 65세 의무화가 도입되면 그 효과는 호봉제 적용 22만 곳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정작 고령자 빈곤이 집중된 비정형 노동시장에는 거의 닿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즉 '노노 갈등'으로 보이는 이 논쟁은 실제로는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 안에서의 분배 갈등이라는 점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5대 그룹이 제시한 '성과 기반 재고용'도 마냥 안전한 답이 아니다. 재고용 평가 권한이 사용자에게 집중될 경우 노조 활동 위축, 평가 자의성, 임금 깎기 도구화 같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은 노동계가 오랫동안 제기해온 것이다. 동시에 일률 의무화 역시 청년 채용 여력을 직접적으로 축소시키는 부담이 있다. 결국 답은 어느 한쪽의 모델이 아니라, 임금체계 개편·평가 공정성 확보·청년 채용 인센티브를 한 패키지로 묶는 '설계의 정교함'에 있다. 정부가 '정년 65세를 언제까지 시행할 것인가'보다 먼저 '무엇을 보전하고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의 우선순위를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논의가 또 한 번 슬로건 정치로 흘러간다면 청년과 고령자 모두에게 손해다.
The real fight is not seniors versus youth but how to redesign Korea's dual labor market. Mandatory extension hits the seniority-pay 13.7% hardest, while voluntary rehiring risks evaluation abuse — a credible answer requires bundled reforms on pay, fairness, and youth hiring incentives.
자주 묻는 질문
Q. 민주당이 제시한 65세 정년 연장은 언제부터 시행되나?
민주당 정년연장특위는 65세 법정 정년 완성 시점을 2036년·2039년·2041년 가운데 한 가지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3개 안을 제시했다. 정년에 도달하기 전 사람들은 1\\~2년의 재고용 단계를 거치도록 설계됐다.Q. 5대 그룹이 정년 연장 자체를 반대한 것인가?
아니다.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일률적 법정 의무화에 반대한 것이다. 대안으로 성과 기반 ‘퇴직 후 재고용’ 모델을 요구했고, 무임승차자 양산과 청년 채용 위축을 핵심 우려로 꼽았다.Q. 청년 채용은 정말 줄어드나?
2026년 2월 청년 고용률은 43.3%로 22개월 연속 하락했고, 청년 취업자는 1년 새 14만 6000명 감소했다. 청년 실업률은 7.7%까지 올랐다. 정년 연장이 추가될 경우 채용 여력 축소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Q. 일본식 모델의 핵심은 무엇인가?
일본은 65세 고용을 의무화하되 재고용·정년 연장·정년 폐지 가운데 기업이 선택할 수 있게 했고, 정부가 임금 삭감분을 일부 보전한다. 그 결과 21인 이상 기업의 99.9%가 65세 고용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69.2%가 재고용 방식을 택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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