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변호사비 3200만원, 선관위는 왜 2년간 방치했나
노무현 명예훼손 유죄가 확정된 정진석 전 의원이 정치자금 3,200만원을 변호사비로 쓰고도 2년 넘게 반환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판결문조차 받지 못했다.
유죄가 확정됐는데 왜 돈은 돌아오지 않았나?
정진석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고도 정치자금에서 꺼내 쓴 변호사 선임비 3,200만 원을 반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돈을 돌려받아야 할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확정 판결 이후 2년이 넘도록 공문 한 장 보내지 않았다. 이유는 황당할 만큼 단순했다. 판결문을 받지 못해 유죄가 확정된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것이다. 선관위가 자신들의 관리·감독 대상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법적 근거조차 없는 구조가 그대로 노출됐다.

목차
정진석은 어떤 사건으로 유죄를 받았나?
발단은 2017년 9월 정 전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었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부부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었다. 유족은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사자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고소했고, 2022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지만 2024년 8월 항소심 재판부는 사과와 반성 등을 참작해 벌금 1,200만 원으로 감형했고, 이후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16·17·18대와 20·21대까지 5선을 지내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오른 인물의 개인 명예훼손 사건이었다.
Jeong Jin-seok, a five-term lawmaker and former presidential chief of staff, was convicted of defaming the late President Roh Moo-hyun in a 2017 social media post. The fine of 12 million won was finalized in 2024.
왜 아무도 반환을 요구하지 않았나?
정 전 의원은 1심이 진행 중이던 2023년 5월 정치자금 2,200만 원을,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넉 달 뒤 다시 1,000만 원을 자신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에 지급했다. 개인 형사 혐의를 방어하는 데 공적 성격의 정치자금 3,200만 원이 투입된 셈이다. 정치자금법상 유죄가 확정되면 이 돈은 반환 대상이 된다. 충남선관위 관계자도 뉴스타파 취재에 "반환 대상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현재까지는 저희가 공식적으로 전 국회의원 정진석님께 반환 문서를 보낸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반환 절차의 첫 단추인 확정 사실 확인부터 멈춰 선 것이다.
Jeong spent 32 million won in political funds on his personal criminal defense across two trial stages. The provincial election commission acknowledged the money was refundable but never sent a single notice.
판결문 송부 규정에는 어떤 구멍이 있나?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은 확정 판결을 내린 재판장이 판결서를 관할 선관위에 보내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그 대상이 이른바 '정치관계법' 위반 사건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정 전 의원이 유죄를 받은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정치관계법 밖에 있었고, 따라서 판결문은 선관위로 가지 않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 역시 "사각지대"라는 표현을 쓰며 "사후에 확인해서 반환을 받아야 하는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자료를 받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대법원과 선관위가 협의해 해당 사건 판결문을 받는 것만으로도 해결 가능하며, 매뉴얼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결과 조회만 해도 유무죄 확인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 없이도 손쓸 방법이 있었지만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는 뜻이다.
Court rulings are forwarded to election commissions only for political-law violations. Jeong's defamation conviction fell outside that scope, leaving the refund process to fail at its very first step.
다른 나라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나?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는 선거자금의 사적 전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이른바 '무관 기준(irrespective test)'을 적용한다. 선거운동이나 공직 수행과 무관하게 발생했을 지출이라면 사적 사용으로 본다는 원칙이다. 개인 형사 변호 비용은 이 기준에 따라 사안별로 심사되며, 별도의 법률방어기금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국회의원 후원회가 연간 1억 5,000만 원까지 모금할 수 있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두 배까지 늘어나지만, 정작 그 돈이 개인 비위 방어에 쓰였는지 사후에 걸러낼 장치는 헐겁다. 판결문 전면 공개 논의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수년째 제자리를 맴도는 상황도 이 사각지대를 지탱하는 배경이다. 뉴스타파는 다음 편에서 비판 언론을 겨냥한 무차별 소송에 정치자금이 동원되는 실태를 다룰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The U.S. FEC applies an "irrespective test" barring personal use of campaign funds. Korea caps annual fundraising at 150 million won per lawmaker but lacks any working mechanism to claw back misuse.
이 사건이 드러낸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이번 사안의 무게중심은 정진석이라는 개인이 아니다. 3,200만 원이라는 액수도 정치자금 전체 규모에서 보면 크지 않다. 정작 심각한 것은 반환 절차가 실패한 게 아니라 아예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선관위는 게을렀다기보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유죄가 확정된 지 2년이 지나도록 확정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면, 그동안 같은 방식으로 걸러지지 않고 지나간 사례가 정진석 한 명뿐이라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제도를 설계한 쪽의 논리는 일견 정연하다.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은 정치자금 관리와 직결되니 판결문을 보내고, 그 밖의 범죄는 선관위 소관이 아니니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자금을 변호사비로 쓰는 순간 그 사건의 성격은 이미 선관위 소관으로 넘어온다. 명예훼손이든 뇌물이든, 공적 자금이 개인의 방어에 투입됐다면 결과를 확인할 책임이 따라붙는다. 지출은 열어두고 확인은 닫아둔 설계는 결국 "쓰고 나면 그만"이라는 신호를 남긴다.
더 곤란한 지점은 이 구멍이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난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하승수 변호사의 지적처럼 대법원과 선관위가 협의해 해당 사건 판결문을 공유하고, 선관위가 매뉴얼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결과를 조회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다. 국회 입법도, 예산 증액도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관심과 의지뿐인데, 바로 그 두 가지가 없었다. 감독 기관이 감독받는 대상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오래 방치되면 관행은 규범을 대체한다.
여기에 판결문 공개 제도의 경직성이 겹친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 아래 형사 확정 판결서조차 접근이 까다로운 현실은 시민의 알권리만 제약하는 게 아니라, 국가기관 사이의 정보 흐름까지 막아 세운다. 정진석 사례는 그 이중 봉쇄가 어떻게 결과로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표본이다. 정치자금은 세액공제로 국민이 사실상 함께 부담하는 돈이다. 그 돈의 종착지를 확인할 수단이 없다면, 투명성은 제도가 아니라 개인의 양심에 맡겨진 것이나 다름없다.
The real failure here is not negligence but design: election commissions have no legal channel to learn that a lawmaker was convicted, so the refund process never begins. Fixing it requires coordination, not legislation.
자주 묻는 질문
Q.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으로 변호사비를 쓰는 것 자체가 불법인가?
그렇지 않다. 현행 선관위 방침은 지출 자체는 허용하되 유죄가 확정된 경우에 한해 반환받는 구조다.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는 지출이 가능하다. 문제는 유죄 확정 이후의 환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Q. 선관위가 반환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
판결문으로 유죄 확정을 확인한 뒤 당사자에게 공문으로 반환을 요청하고, 응하지 않으면 회계책임자에게 독촉장을 발부한다. 그래도 반환되지 않으면 관할 세무서장에게 징수를 위탁한다. 정 전 의원 사례는 1단계인 확정 확인에서 이미 멈췄다.Q. 정진석 전 의원은 어떤 입장인가?
반환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선관위에 확인해봐라"고 답했다. 반환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고, 진행 중인 다른 재판을 이유로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Q. 법을 고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나?
전문가들은 가능하다고 본다. 대법원과 선관위가 변호사비를 정치자금으로 지출한 사건에 한해 판결문을 공유하기로 협의하고, 선관위가 내부 매뉴얼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사건 결과를 조회하면 상당 부분 해소된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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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ources
- <의원님의 변호사비> ④판결문 하나 받는데도 쩔쩔매는 선관위… 정진석 사례(NewsArticle)
- <의원님의 변호사비> 추적… 미반환 소송 비용 최초 검증(NewsArticle)
- ‘노무현 명예훼손’ 정진석, 징역 6개월 실형(NewsArticle)
- 정치자금법 제12조(후원회의 모금·기부한도)
- FEC | Candidate | Personal use
- 판결문 전면공개 문 열리나(News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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