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adline

더 코리아 헤드라인

New York Dateline · Korean Voice

해상병원 격리실 사망 불송치, 민사 과실 판결 뒤 경찰 정반대 결론

서울 영등포 해상병원 격리실 환자 사망 사건에서 경찰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불송치했다. 민사 법원이 병원 과실을 인정한 뒤 나온 정반대 결론에 유족은 이의신청을 예고했다.

|

해상병원 격리실 사망, 민사 과실 인정에도 형사는 왜 불송치됐나?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 격리실에서 침대와 벽 사이에 끼인 채 숨진 박모(58)씨 사건에 대해 영등포경찰서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불송치했다. 이미 서울중앙지법이 병원의 과실 책임을 인정해 1억28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린 직후 나온 정반대 결론이라 논란이 거세다. 경찰은 의료법 위반 혐의만 검찰에 송치하고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증거 부족"으로 판단했다. 유족 측은 즉시 이의신청을 예고했고, 정신장애인 단체는 의료감정 의존이 만든 면책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haesang-isolation-death-non-prosecution-infographic

목차

해상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박씨는 2024년 4월 18일 자해로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봉합 처치를 받은 뒤 오후 9시 45분께 영등포구 해상병원에 응급입원했다. 다음 날 새벽 격리실 침대 머리맡과 벽 사이에 하반신이 끼인 채 발견됐고, 오전 6시 19분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입원 8시간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운영 주체는 재단법인 한국산업보건환경연구소이며, 해상병원은 2016년 격리·강박 사고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보도된 뒤 명칭을 바꿔 운영해 온 시설이다.

A patient died in Haesang Hospital's isolation room within eight hours of emergency admission, found wedged between the bed and wall.

민사와 형사의 결론은 왜 갈렸을까?

서울중앙지법 제922민사단독 송승용 부장판사는 2026년 1월 "병원 의료진의 경과 관찰상 과실로 인해 사망했다"며 1억2800만원 배상을 명령했다. 그러나 영등포경찰서는 4월 15일 최영호 대표와 간호조무사 정모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만 송치하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정씨만 검토한 뒤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인과관계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송치했다. 민사는 '고도의 개연성'으로 충분한 반면, 형사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을 요구한다는 입증책임의 차이가 결과를 갈랐다.

Civil court found hospital negligence and ordered 128 million won in damages, but police dropped manslaughter charges citing insufficient evidence under the stricter criminal standard.

의료감정과 격리 지침은 어떻게 작동했나?

경찰이 불송치 근거로 인용한 감정 기관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의사 이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였다. 부검 결과는 '사인 불명'이며 만성알코올중독이 사망 기전에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편 보건복지부 격리·강박 지침은 격리 시 최소 1시간마다 환자 상태를 관찰·평가하도록 규정한다. 2024년 상반기 6개월간 정신의료기관 388곳에서 격리된 환자만 23,389명, 강박은 12,735명에 달했다. 격리 24시간·강박 8시간의 연속 조치 한도를 넘긴 비율도 14.7%로 보고됐다.

Police relied on medical evaluations from the Korea Medical Dispute Mediation Agency and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while the Ministry of Health requires isolation patients to be checked at least every hour.

이의신청 이후 사건은 어디로 향할까?

유족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륜 한민영 변호사는 이의신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은 검사에게 송치되며, 검사는 보완수사 요구 또는 직접 수사를 통해 다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검찰이 경찰의 결론을 수용해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의료단체 의견에 의존하는 수사 구조가 골든타임 방치 같은 중대한 문제를 면책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비판했다. 최정규 변호사도 "민사판결에서 인정된 인과관계를 부정할 만한 의료감정 근거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정신의료기관 격리실 사망 책임을 어디까지 형사적으로 물을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The bereaved family will file an appeal that sends the case to prosecutors, while advocates warn that police reliance on medical lobby opinions creates a structural shield for negligence.

의료감정에 갇힌 형사책임, 누가 격리실을 책임지는가?

해상병원 사건은 단지 한 환자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민사 법원은 병원의 과실을 인정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했지만, 수사기관은 사망의 직접 원인을 입증할 수 없다며 형사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이 간극은 단순한 입증 정도의 차이로 환원되지 않는다. 형사 절차에서 의료감정 의견이 사실상 결론의 윤곽을 결정짓고, 그 감정이 의료계 내부 기관과 이익단체에 의해 작성된다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다. 부검 결과 '사인 불명'과 '만성알코올중독 관여 추정'이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동안, 격리실에 응급 입원된 환자가 입원 8시간여 만에 침대와 벽 사이에 끼인 채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는 어디에서도 형사적 책임 영역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격리·강박은 환자의 자유를 박탈하는 의료 행위이기에 보건복지부 지침은 격리 시 1시간마다 관찰을 강제한다. 만일 그 시간 동안 어떤 관찰도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단순한 결과 책임이 아니라 의무 위반의 문제다. 그러나 경찰은 간호조무사 한 명만을 업무상과실치사 검토 대상으로 삼았고, 당직의와 병원장의 감독 의무는 처음부터 시야에서 빠졌다. 유족의 고소장에 포함됐던 '성명 불상의 당직의와 보호사'가 수사결과통지서에서 사라진 대목은 사건의 구조적 책임을 한 명의 말단 직원에게 좁혀 가두는 수사 관행을 그대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결론이 향후 정신의료기관 격리실에서 반복될 사고에 대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병원 운영 주체와 의사 조직은 의료감정의 신중함을 형사 면책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고, 유족은 민사 배상이라는 사후적 보상에 만족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의신청과 검찰 단계 재판단이 남아 있지만, 검찰이 경찰 결론을 그대로 수용해 불기소로 종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신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죽음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데도 형사책임이 확립되지 않는 구조는, 결국 격리실 안의 사망을 '관리 가능한 사고'의 영역으로 정상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의료감정의 객관성과 수사기관의 독립적 판단 능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가 이 사건이 사회에 던지는 진짜 질문이다.

Beyond one tragic death, this case exposes how forensic medical opinions issued by industry-aligned bodies can effectively shield psychiatric hospitals from criminal liability for isolation-room deaths.

자주 묻는 질문

Q. 민사 판결이 있는데도 경찰이 불송치할 수 있는 이유는? 민사는 '고도의 개연성'으로 충분하지만 형사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을 요구한다. 입증책임 정도가 달라 같은 사건에서도 결론이 갈릴 수 있다.
Q.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해 유족이 할 수 있는 절차는? 고소인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돼 보완수사·직접 수사 또는 불기소 처분 결정이 이뤄진다.
Q. 정신의료기관 격리실에서 환자 관찰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 보건복지부 격리·강박 지침에 따르면 격리 시 최소 1시간마다, 강박 시 최소 30분마다 환자 상태를 관찰·평가해야 한다.
Q. 해상병원은 과거에도 사고가 있었나? 2016년 격리·강박 관련 사고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보도됐으며, 이후 명칭을 바꿔 운영해 왔다. 이번이 같은 시설에서 반복된 격리실 사망 논란이다.

관련 기사

국민참여재판 성범죄 무죄율 52%, 일반재판의 13배 격차

청주 29주 임신부 부산 헬기 이송, 응급실 뺑뺑이 3시간에 태아 사망

헌재, 재판소원 첫 본안 심리…녹십자 백신 담합 과징금 사건이 1호

Tags

#society#정신병원#격리강박#의료과실#해상병원#mental-health

본 기사의 정정·문의는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십시오. 정정 정책은 편집강령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