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adline

더 코리아 헤드라인

New York Dateline · Korean Voice

국민참여재판 성범죄 무죄율 52%, 일반재판의 13배 격차

법원행정처 분석 결과 국민참여재판 성범죄 무죄율이 2024년 52.3%로 일반재판 3~4%의 13배에 달했다. 실형은 33%에 그쳐 배심원 성고정관념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

왜 성범죄만 유독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가 쏟아질까?

법원행정처가 30일 공개한 국민참여재판 성과분석(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민참여재판에 회부된 성범죄 사건의 무죄 비율은 52.3%로 일반재판 1심 무죄율 3~4%의 13배를 넘어섰다. 같은 해 국민참여재판 성범죄 실형 선고율은 33.3%에 그쳐 살인(71.4%)·강도(50%)·상해(50%)에 견줘 현저히 낮았다. 2020~2024년 5년간 국민참여재판 접수 사건 4건 중 1건(25.1%)이 성범죄였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이 무죄 가능성이 높은 배심원 평결을 전략적으로 선택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jury-trial-sex-crime-acquittal-rate-infographic

목차

국민참여재판은 어쩌다 성범죄 피고인의 해방구가 됐나?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시민 7~9명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를 평결하는 제도다.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지니지만 도입 이후 법원이 배심원 결론을 따른 비율은 93.8%에 달해 사실상 결정력을 가진다. 도입 초기 무죄율은 5.1%(2012)에 불과했으나 2022년 31.5%까지 6배 넘게 치솟았고, 그중에서도 성범죄가 무죄율을 끌어올린 핵심 분야로 지목된다. 한 형사 전문 로펌은 자사 블로그에 아동 성추행 국민참여재판 무죄 사례를 실적으로 내걸며 시민 판단이라 변호인 역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광고할 정도다.

Korea's lay-jury system, launched in 2008, has become a tactical refuge for sex-crime defendants — judges follow jury verdicts 93.8% of the time, and acquittal rates have climbed sixfold since 2012.

배심원 앞에 서면 왜 피해자다움 논리가 살아날까?

성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는 공간에서 벌어져 직접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변호인은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 배심원을 상대로 피해자의 평소 행실이나 사건 후 행동이 피해자답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는 변론을 주로 펼친다.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일반 법원에서는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며 피해자다움 논리를 배척해 왔지만, 국민참여재판 법정에는 이런 흐름이 닿지 않았다는 평가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다수 배심원 앞에서 피해 진술을 반복해야 하는 부담에 더해 공격적 신문에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순간을 노린다국민 법감정을 반영한다는 취지가 외려 잘못된 통념을 자극한다고 지적했다.

Defense lawyers exploit victim-blaming narratives that mainstream courts have rejected since the 2018 #MeToo movement, but lay jurors — randomly selected without specialized training — remain susceptible to gender stereotypes.

숫자가 보여주는 일반재판과의 격차는 얼마나 클까?

핵심 지표를 정리하면 격차가 더 선명해진다. 첫째, 2024년 국민참여재판 성범죄 무죄율 52.3%는 일반재판 주요 성범죄 무죄율 3~4%의 13~17배다. 둘째, 같은 해 국민참여재판 성범죄 실형률은 33.3%로, 같은 제도 내 살인 71.4%, 강도 50%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셋째, 2020~2024년 국민참여재판 접수 사건 중 성범죄 비율은 25.1%로 단일 죄종 중 최다다. 넷째, 도입 이후 누적된 배심원 평결과 법원 판결의 일치율은 93.8%로, 평결의 사실상 결정력은 통계로 입증된다. 다섯째, 법원 배제 결정 사유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 의사(19.4%)가 두 번째로 많다는 점은, 피해자 측이 이미 제도를 회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n 2024, sex-crime acquittals in jury trials hit 52.3% — over 13 times the 3–4% rate in regular trials — while imprisonment rates lagged at 33.3%, far below the 71.4% recorded for murder cases under the same system.

제도를 어떻게 손봐야 통념의 법정을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우선 거론하는 모델은 미국식 배심원 사전 질문(Voir Dire) 절차다. 미국에서는 성범죄 사건의 경우 1대1 면접을 통해 성 고정관념이 강한 후보자를 사전에 배제한다. 국내에서도 배심원 선정 단계에서 사전 질문지를 강화하고, 재판 시작 전 성범죄 특수성·2차 가해 위험성에 대한 의무 교육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정 유형의 성범죄를 국민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하는 입법안도 거론되지만, 피고인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와 충돌해 신중한 설계가 요구된다. 법원행정처 내부에서도 배심원 평결 효력을 권고적 수준에 묶어둔 채 운영하는 현 구조의 한계를 인정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Reform options on the table include U.S.-style voir dire screening to exclude jurors with strong gender bias, mandatory pre-trial education on sexual violence, and even legislative carve-outs — though excluding entire crime categories raises constitutional concerns.

시민의 법감정인가, 통념의 재생산인가?

이번 법원행정처 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은 표면상의 무죄율 숫자보다 훨씬 깊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부에 시민의 상식을 불어넣겠다는 민주적 실험으로 출범했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성범죄 영역에서는 그 상식이 통념편견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점을 통계가 차갑게 보여준다. 무죄율 52.3%라는 숫자는 시민이 법조 엘리트보다 관대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민 평결이 사회 전반에 잔존하는 성 고정관념을 거를 장치 없이 그대로 흡수하는 통로가 됐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변호인이 아동 성추행 무죄 사례를 영업 자료로 내거는 현실은, 제도가 의도와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가장 노골적으로 증언한다.

문제의 본질은 시민이 잘못 판단한다는 데 있지 않다. 한국 법원이 미투 운동 이후 7년에 걸쳐 어렵게 정착시킨 성인지 감수성이 배심원 법정 안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구조적 단절이 핵심이다. 일반 재판부는 판례·연수·내부 토론을 거쳐 피해자다움 논리를 배제하지만, 무작위 선정된 시민에게는 그 학습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같은 사안이 어느 법정에 가느냐에 따라 무죄율이 13배 이상 갈리는 사실상 두 개의 사법체계가 작동 중이며, 이는 평등 원칙에 정면으로 충돌한다.

해법은 제도 폐지가 아니라 사법교육의 민주화로 가야 한다. 미국식 voir dire를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지만, 성범죄 사건에 한해 배심원 사전 설문과 의무 교육 시간을 확장하는 절충안은 충분히 설계 가능하다. 법원 배제 결정 사유 중 피해자 의사가 19.4%로 두 번째라는 점은 피해자가 이미 제도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경고음이다. 시민 참여라는 가치를 지키려면, 시민이 학습 없이 통념만 들고 법정에 들어서지 않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다음 숙제다.

The data doesn't prove that citizens judge worse than judges — it proves that Korea's judicial education on gender bias never reaches the jury room. Closing that gap, not abolishing lay trials, is the real reform agenda.

자주 묻는 질문

Q. 국민참여재판은 어떤 사건에서 가능한가요? 법정형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합의부 관할 사건이 대상이다.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 대부분이 포함되며, 피고인이 신청하면 원칙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 의사 등을 고려해 배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Q. 배심원 평결은 법적 구속력이 있나요? 권고적 효력만 가진다.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을 따를 의무가 없지만,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법원이 평결을 그대로 수용한 비율은 93.8%에 이른다. 사실상 평결이 판결을 결정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Q. 일반재판과 국민참여재판 무죄율은 왜 이렇게 차이 나나요? 법조인이 아닌 시민 배심원이 단기간에 사건을 판단하면서, 피해자 진술 외 직접 증거가 적은 성범죄에서는 합리적 의심 기준이 더 엄격하게 작동한다. 변호인의 `피해자다움` 논리도 시민 배심원에게는 여전히 통한다는 분석이다.
Q. 미국에는 비슷한 문제가 없나요? 미국도 배심원 편견 문제를 겪지만, 사전 질문(Voir Dire) 절차에서 성 고정관념이 강한 후보자를 양측 변호인이 1대1 면접으로 가려내 배제한다. 한국의 짧은 선정 절차와 가장 큰 차이로 꼽힌다.

관련 기사

Tags

#society#국민참여재판#성범죄#jury-trial#법원행정처#피해자다움#korea-justice

본 기사의 정정·문의는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십시오. 정정 정책은 편집강령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