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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소원 첫 본안 심리…녹십자 백신 담합 과징금 사건이 1호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제도 시행 47일 만에 1호 사건으로 녹십자의 백신 입찰담합 과징금 취소 청구를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형사 무죄·행정 유죄의 엇갈린 판결이 판단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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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까 — 재판소원 제도란 무엇인가?

헌법재판소가 2026년 3월 12일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의 첫 전원재판부 회부 사건으로 녹십자의 백신 입찰담합 과징금 취소 청구를 선정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 헌재가 해당 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로, 1호 사건 선정은 사법 역사에서 중대한 이정표다. 제도 시행 이후 525건이 접수됐지만 265건이 각하되는 등 엄격한 사전심사 속에서 녹십자 사건만이 본안 심리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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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재판소원 제도는 왜 도입됐는가?

재판소원 제도는 2026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따라 같은 해 3월 12일부터 시행됐다. 기존 헌법소원은 공권력 행사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다룰 수 있었지만, '법원의 재판'은 심판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이로 인해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이 침해되더라도 헌재를 통한 직접적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수십 년간 이어졌다. 사법개혁 3법의 핵심 축으로 포함된 이 제도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을 포함한 확정판결에 대해 심판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청구 기한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이며, 헌재는 선고 시까지 해당 판결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The judicial review petition system, enacted in March 2026, allows Korea's Constitutional Court to review and overturn finalized court rulings that infringe on constitutional rights — a power previously unavailable under the old system.

녹십자 사건이 1호 사건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녹십자는 2017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질병관리청이 발주한 가다실 백신 구매 입찰 3건에서 백신 도매상을 들러리로 세운 뒤 1순위 낙찰을 받았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20억여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녹십자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법은 2025년 10월 공정위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은 2026년 2월 13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녹십자는 "심리불속행 기각 대상이 아닌 사건임에도 대법원이 제대로 된 심리 없이 기각해 재판청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3월 16일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핵심 쟁점은 형사 재판과 행정 재판의 엇갈린 판단이다. 녹십자 임직원과 법인은 형사재판에서 2025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는데, 이는 입찰 구조상 실질적 경쟁관계가 없어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같은 행위를 두고 형사에선 무죄, 행정에선 유죄가 선고된 모순된 상황이 헌재의 판단을 끌어낸 것이다.

Green Cross won a criminal acquittal for the same conduct in December 2025, but lost the administrative case — a contradiction in verdicts that became the key grounds for Korea's first judicial review petition to the Constitutional Court.

재판소원 제도, 숫자로 보면 얼마나 엄격한가?

2026년 3월 12일 제도 시행 첫날에만 16건이 접수됐고 이틀 만에 36건으로 늘었다. 4월 27일까지 총 525건이 접수됐으나, 265건은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됐다.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녹십자 사건 단 1건으로, 통과율이 0.2%에 불과하다. 이는 헌재가 재판소원을 극히 예외적인 구제 수단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녹십자에 부과된 과징금은 20억여 원이며, 사건번호는 2026헌마716이다. 형사 사건에서 같은 혐의로 무죄를 받은 시점은 2025년 12월이고, 행정사건 대법원 기각은 2026년 2월 13일이다. 약 2개월 사이의 상반된 판결이 재판소원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가 됐다.

Of the 525 judicial review petitions filed since March 12, 2026, only one — the Green Cross case — passed the pre-screening stage, reflecting the Constitutional Court's strict gatekeeping approach.

이 사건의 결과가 한국 사법 체계에 미칠 영향은?

헌재 전원재판부 회부는 본안 심리의 시작을 의미하며, 최종 판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결론이 어느 방향으로 나오든 재판소원 제도의 실질적 범위와 기준이 이 사건을 통해 처음으로 구체화된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헌재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한다면, 향후 심리불속행 기각의 남용을 제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기각된다면 재판소원 문턱이 더욱 높아지는 기준이 세워진다. 한편 형사·행정 판결 모순 문제는 공정거래 사건뿐 아니라 다양한 행정 제재 분야에서도 재판소원 청구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소원 도입 후 한 달이 지난 4월 12일 기준 전원재판부 회부가 '0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1호 회부는 예상보다 빠른 진전으로 평가된다.

The outcome of this pioneering case will set the benchmark for South Korea's newly established judicial review system, determining how broadly courts' final rulings can be challenged on constitutional grounds.

자주 묻는 질문

Q. 재판소원과 기존 헌법소원은 어떻게 다른가? 기존 헌법소원은 법원의 재판을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재판소원은 이 예외를 폐지해 법원의 확정판결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될 경우 헌재가 해당 판결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헌재 결정 위반, 적법절차 위반, 명백한 기본권 침해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하며 청구 기한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이다.
Q. 녹십자는 왜 형사에선 무죄, 행정에선 유죄를 받았나? 형사 재판과 행정 재판은 판단 기준이 다르다. 형사 대법원은 해당 입찰 구조상 실질적 경쟁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경쟁제한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행정 재판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봐 유죄(처분 유효)로 결론을 냈다. 이처럼 동일 행위에 대해 형사와 행정이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이 재판소원의 핵심 쟁점이 됐다.
Q. 헌재가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전원재판부 회부는 헌법재판관 9인 전원이 본안을 심리한다는 뜻이다. 재판소원 사전심사는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담당하며, 각하 여부를 결정한다. 지정재판부가 청구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해 전원재판부로 넘기면, 이후 공개 변론과 최종 결정이 이루어진다. 사실상 본격적인 심판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Q. 재판소원 제도가 대법원과 헌재의 권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나? 이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가장 뜨거운 논쟁 중 하나였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사법 체계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권위를 침해한다고 반발해 왔다. 반면 헌재는 기본권 수호 기관으로서 재판을 통한 기본권 침해까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십자 1호 사건은 이 구조적 긴장이 실제 사건으로 처음 가시화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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