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이 곧 범죄?…공직선거법 위헌 논란의 경계선
코트워치가 당선자 268명 판결을 분석했다. 금지를 원칙으로 삼은 공직선거법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과 선거운동·선거범죄의 모호한 경계를 짚는다.
선거운동과 선거범죄, 그 경계는 어디서 갈리나?
지난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나면서, 또 한 차례 선거범죄 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탐사보도 매체 코트워치는 2020년부터 이번 지방선거 직전까지 선거범죄로 기소된 당선자 268명의 판결을 수집·분석했다. 그 결과 드러난 것은 단순한 위법 사례가 아니라, 무엇이 정당한 선거운동이고 무엇이 처벌받는 범죄인지 그 경계 자체가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핵심에는 '금지를 원칙으로 삼은' 공직선거법의 위헌성 논란이 자리한다.

목차
공직선거법은 왜 '위헌 단골손님'이 됐나?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정의하고, 그 방법과 기간을 촘촘하게 규제한다. 문제는 이 규제가 '허용을 원칙'으로 하지 않고 '금지를 원칙, 허용을 예외'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법학계와 일부 법조인은 이를 두고 "위헌적인 구조"라고 비판해 왔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 문자메시지나 명함, 투표지 모형 인쇄물을 돌리거나 호별 방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선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섰기 때문이다.
Korea's election law bans most campaign activity by default and permits only narrow exceptions, a structure critics call unconstitutional.
헌법재판소는 어떤 신호를 보냈나?
헌법재판소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한다"고 선언하며 공직선거법 여러 조항에 헌법불합치·위헌 결정을 거듭 내렸다. 2022년 7월에는 탈법방법 문서 배부를 금지한 제93조 제1항을 포함해 여러 규정에 제동을 걸었고, 국회는 그때마다 법을 고쳤다. 그 결과 공직선거법은 "위헌 결정이 가장 빈번히 일어나고, 개정도 가장 빈번히 이뤄지는 법률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두 가치가 매번 충돌하는 전장이 된 셈이다.
The Constitutional Court has repeatedly ruled key provisions unconstitutional, forcing Parliament into a cycle of repeated revisions.
오태원 사례가 보여준 모순은 무엇인가?
대표적인 사례가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이다. 그는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예비후보자가 되기 전 문자메시지를 돌리고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상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그러나 오 청장 측이 제93조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부산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항소심은 멈췄다. 헌재가 제93조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동안 재판은 표류했고, 그는 결국 이번 6·3 지방선거 재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 조항 자체가 위헌 심사대에 올라 있는 상황이 빚어낸 모순이다.
Busan official Oh Tae-won received a disqualifying fine, but his appeal stalled because the very law used to convict him is under constitutional review.
앞으로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코트워치의 분석은 선거범죄 판결이 들쭉날쭉한 근본 원인이 모호하고 과도한 규제 자체에 있다고 짚는다. 똑같은 행위라도 시기와 방법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고, 위헌 심사가 진행되는 사이 재판은 멈춰 정치적 책임을 묻는 시간표가 흐트러진다. 전문가들은 선거운동을 '원칙적 자유, 예외적 금지'로 재설계해야 표현의 자유와 공정성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고 제안한다. 다음 선거가 또 같은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헌재의 거듭된 경고를 입법으로 매듭짓는 일이 시급하다.
Experts argue the law must shift to "freedom as the rule, restriction as the exception" to end the cycle of stalled trials and inconsistent verdicts.
268명의 판결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코트워치가 6년에 걸쳐 쌓아 올린 당선자 268명의 판결 데이터는, 단순히 "누가 법을 어겼는가"를 고발하는 자료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편의 질문을 더 날카롭게 던진다. 우리가 만든 선거 규칙 자체가 과연 정당한가 하는 물음이다. 같은 문자메시지 한 통이 어떤 후보에게는 적법한 홍보가 되고, 다른 후보에게는 당선무효를 부르는 범죄가 되는 현실은 법의 안정성이라는 기본 가치를 위협한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뽑은 사람이 임기 도중 직을 잃을지 끝까지 마칠지가 법 조항의 위헌 심사 일정에 좌우되는 셈이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불확실성이다.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사례가 특히 상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이 위헌인지 아닌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자치단체장의 거취와 그를 선택한 수십만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몇 년째 공중에 떠 있었다. 재판이 멈춰 있는 동안 행정의 책임성은 흐려지고, 정치적 심판의 시간표는 무너진다. 이것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의 결함이 만들어낸 구조적 공백이다.
헌법재판소가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라고 반복해 선언했음에도 입법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도 곱씹어야 한다. 위헌 결정과 땜질식 개정이 끝없이 반복되는 동안, 정작 규칙을 지켜야 하는 정치 신인과 유권자는 무엇이 합법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모호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선거의 공정성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더 촘촘한 금지가 아니라, 무엇이 허용되는지를 명확히 밝히는 더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규칙이다. 다음 선거가 또다시 같은 법정 다툼으로 얼룩지지 않으려면, 헌재의 경고를 입법이 매듭짓는 결단이 더는 미뤄져선 안 된다.
The 268 verdicts expose not just lawbreakers but a flawed legal framework, where convictions hinge on rules still awaiting constitutional review.
자주 묻는 질문
Q. 코트워치는 어떤 매체인가요?
코트워치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협업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회원사로, 법원 판결 데이터를 분석하는 탐사보도 매체입니다.Q. 공직선거법 제93조는 무엇을 금지하나요?
'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문서·도화를 배부·게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입니다. 후보자·예비후보자만 제한적으로 문자메시지 등을 보낼 수 있습니다.Q. 당선이 무효가 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당선자 본인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고, 그 직을 잃게 됩니다.Q. 왜 같은 행위인데 유무죄가 갈리나요?
선거운동의 시기·방법·주체를 세세하게 규제하는 구조 탓에, 같은 표현이라도 시점과 형식에 따라 합법과 불법이 나뉘기 때문입니다. 이 모호함이 위헌 논란의 핵심입니다.관련 기사
268명 선거범죄 판결 분석, 재산·학력 거짓말은 어떻게 들통났나
Tags
본 기사의 정정·문의는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십시오. 정정 정책은 편집강령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