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도 한국학인가, 13개국 학자들이 던진 질문
성균관대 제1회 SKKU국제한국학포럼에 13개국 연구자 17명이 모여 케데헌까지 한국학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물었다. 한국 너머의 한국학으로 이동 중인 학문 지형을 짚는다.
‘케데헌’도 한국학이 될 수 있을까?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한국학트랙이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제1회 SKKU국제한국학포럼을 열었다. 13개 국가·지역, 14개 대학·연구기관 소속 연구자 17명이 ‘기억·아카이브·권력: 한국학의 역동성과 재편’을 주제로 사흘간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조선 고전과 식민지 경험, 전쟁과 번역부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소재는 제각각이었지만 질문은 하나로 모였다. 한국학을 누가, 어떤 시선으로, 어디까지 연구할 것인가.

목차
한국학의 무게중심은 왜 밖으로 이동했나?
김경호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장은 지금 한국학의 가장 큰 변화로 ‘연구 주체와 관점의 세계화’를 꼽았다. 과거에는 문학·철학·역사 같은 전통 분야를 한국 연구자가 다루는 성격이 강했지만, 이제는 세계 각지의 연구자가 자신의 경험과 관점으로 한국의 문화와 사회를 연구한다. 연구 대상도 K팝과 드라마, 영화, 음식으로 넓어졌다.
김 원장은 한국 연구자의 위치도 달라졌다고 봤다. 한국에 관한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자리에서 글로벌 학술공동체의 ‘연구 동반자’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흐름을 ‘탈한국중심’, ‘한국 너머의 한국학’이라고 표현했다. 세계가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한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저출생·고령화, 빠른 디지털화, 사회적 양극화처럼 여러 나라가 마주한 문제를 한국이 압축적으로 겪고 있다는 점이 함께 작용한다.
Korean Studies is shifting from a field where Korean scholars explain Korea to the world, into a global discipline where researchers everywhere bring their own questions. Korea's compressed experience of aging, digitization and polarization now makes it a case study in itself.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 학술 발표 주제가 된 이유는?
바바라 왈(Barbara Wall)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12일 ‘K-Pop Demon Hunters와 코리아니스의 참여적 판타지’를 발표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작품 속에서 ‘한국적인 것’을 몇 개 찾아내는 일이 아니었다. 여러 문화가 뒤섞인 글로벌 콘텐츠가 왜 ‘한국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세계의 관객이 이를 자기 경험에 따라 어떻게 다시 해석하는지가 관심사였다.
호랑이 캐릭터 ‘더피(Derpy)’가 좋은 예다. 한국 문화에 익숙한 관객은 민화 속 익살스러운 호랑이나 해치를 떠올리지만, 다른 문화권 관객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체셔 고양이나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버스를 연상하기도 한다. 같은 캐릭터를 두고 각자의 문화적 기억에 따라 서로 다른 ‘한국’을 읽어내는 셈이다. 왈 교수는 국적이나 언어, 혈통만으로 ‘한국다움’을 정할 수 있느냐고 물으며, 이 작품이 고정된 한국성을 보여주기보다 관객이 의미를 함께 만들어가는 텍스트라고 설명했다.
Professor Barbara Wall of the University of Copenhagen argued that K-Pop Demon Hunters does not present one fixed Koreanness. Audiences read the same tiger character as folk-painting humor or as a Cheshire Cat, building meaning from their own cultural memory.
숫자로 보면 이 논의의 배경은 무엇인가?
논의의 배경에는 실측 가능한 수치가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누적 시청수 2억6600만 회를 기록해 오징어 게임 시즌1(2억6520만)과 웬즈데이 시즌1(2억5210만)을 제치고 넷플릭스 영화·시리즈를 통틀어 역대 최다 시청작에 올랐다. 극중 걸그룹 헌트릭스의 ‘골든’은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르며 K팝 걸그룹 노래로는 처음으로 이 차트 정상을 밟았다.
한국어 학습 기반도 함께 두꺼워졌다. 세종학당은 2026년 기준 89개국 273개소로 늘었고, 2025년 수강생은 전년보다 약 2만8000명 증가한 23만902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해외 초·중·고 가운데 한국어 수업이 개설된 학교는 2025년 기준 2777개교로, 2021년 1806개교에서 4년 사이 54% 증가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107개국 1408개 대학의 한국학 프로그램을 집계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개회식과 함께 ‘기억을 사유하는 한국학’, ‘아카이브로 보는 글로벌 한국학’, ‘권력과 공동체 기억의 재구성’, ‘번역과 문화 횡단’ 등 4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K-Pop Demon Hunters became Netflix's most-watched title ever with 266 million views, while King Sejong Institutes reached 273 branches in 89 countries and 239,020 learners in 2025. The academic conversation rests on measurable ground.
한국학의 경계는 어디까지 넓어질까?
한기형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기조발표에서 1990년대 중국 창춘 답사를 꺼냈다. 현지에서 만난 조선어 소설가에게 예상 독자 수를 물었더니 “200명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많은 독자를 전제로 한 현대문학의 문법에 익숙했던 그에게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현실이었다. 한 교수는 당시 자신이 현지 조선인의 삶을 익숙한 학문적 틀에 가두려 했다며 그 답사를 “일종의 오리엔탈리즘 실천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쑨하이룽(孫海龍) 중국 항저우사범대 교수는 “가장 좋은 연구는 내부 시각과 외부 시각의 결합을 통해 이뤄진다”며 “내부 시각은 깊이를 제공하고 외부 시각은 문제의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한국학이 “열기에서 안정으로, 피상에서 심층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관심사가 고전문학과 조선왕조사, 한국 유학으로 확장됐다고 전했다. 포럼을 기획한 손성준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소재가 ‘한국적’인가보다 그 현상을 어떤 질문과 방법으로 연구하느냐”라고 정리했다. 성균관대는 이번 행사를 발판으로 글로벌 한국학 연구자 네트워크와 공동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Scholars agreed that internal perspectives provide depth while external ones supply the questions. The organizers stressed that what matters is not whether a subject looks Korean, but how it is studied.
자주 묻는 질문
Q. 제1회 SKKU국제한국학포럼은 언제 어디서 열렸나요?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한국학트랙이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성균관대에서 개최했습니다. 아시아·유럽·북미 13개 국가·지역, 14개 대학·연구기관 소속 연구자 17명이 참여했고, 개회식에는 유지범 총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습니다.Q. ‘한국 너머의 한국학’은 무슨 뜻인가요?
한국에서 만든 기준을 밖으로 확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계 각지 연구자의 질문과 시선이 다시 한국의 연구 방식까지 바꾸는 흐름을 가리킵니다. 김경호 동아시아학술원장은 이를 ‘탈한국중심’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Q. K팝이 한국학 연구를 가볍게 만든다는 우려는 없나요?
왈 교수는 “K팝이 ‘진지한’ 한국학과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코펜하겐대에서는 K팝이나 영화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학생들이 이후 언어·역사·문학·정치·북한·복지로 관심사를 넓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Q. 이번 포럼은 어떤 세션으로 구성됐나요?
‘기억을 사유하는 한국학’, ‘아카이브로 보는 글로벌 한국학’, ‘권력과 공동체 기억의 재구성’, ‘번역과 문화 횡단’ 등 4개 세션으로 진행됐습니다. 철학·역사·문학·종교·예술 등 분야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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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ources
- ‘케데헌’도 한국학?…세계 학자들이 다시 묻는 ‘한국’(NewsArticle)
-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제1회 국제한국학포럼 개최(NewsArticle)
- 성균관대 제1회 SKKU 국제한국학포럼 개막(NewsArticle)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징어게임도 제쳤다…넷플릭스 역대 1위(NewsArticle)
- KF 데이터포털 해외 한국학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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