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Headline

더 코리아 헤드라인

New York Dateline · Korean Voice

정유사 4조 손실 vs 정부 4.2조 예비비…석유 최고가격제 정산 충돌

석유 최고가격제 누적 손실이 4조원에 육박하며 정유 4사와 정부가 보전 기준을 두고 정면충돌. 원가냐 MOPS냐, 4조2000억원 예비비 분배가 관건이다.

|

정유 4사는 왜 1분기 5조 흑자에도 한숨만 쉬고 있을까?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두 달 만에 정유 4사 누적 손실이 4조원에 육박했다. 정부는 4조2000억원 예비비를 확보했지만, 손실 산정 기준을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의 입장이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회계법인 검증 자료를 들고 정산위원회 심의를 기다리는 상황. 1분기 5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도 절반은 재고평가이익이라 '신기루'라는 지적이 나온다.

oil-price-cap-loss-compensation-clash-2026-infographic

목차

정부는 왜 30년 만에 가격 상한 카드를 다시 꺼냈을까?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이란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서자, 정부는 3월부터 정유사 공급가격을 묶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했다. 30년 만의 가격 상한 조치다. 휘발유 1리터당 1724원 선에서 공급가를 사실상 동결시켰고,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마지막 보루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문제는 그 사이 정유사들이 떠안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용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혈세 낭비가 아니라 물가 최후 보루"라며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결국 보전 비용은 국가 재정에서 나간다. 4조2000억원 예비비도 이미 소진을 목전에 두고 있어 추가 편성이 불가피해 보인다.

Korea reactivated its oil price cap regime in March 2026 to fight Iran-war-driven inflation, freezing refinery supply prices for the first time in three decades.

원가냐, MOPS냐…손실액 산정 기준은 왜 합의되지 않을까?

핵심 쟁점은 손실 보전 기준이다. 정부는 실제 회계 원가를 기준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MOPS(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 같은 시장 시세를 기준으로 잡으면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재정 부담이 폭증한다는 논리다. 반면 정유업계는 "수출했더라면 받았을 가격"인 MOPS를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 강제로 싸게 공급한 만큼, 시장 기준의 기회비용까지 보전 대상이라는 논리다.

기술적 난점도 있다. 정유 공정은 휘발유·경유·항공유·납사가 한 정제탑에서 동시에 나오는 연산품 구조다. 총원가는 산출되지만 제품별 원가는 회계상 자의적 배부(配賦)에 의존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가 계산도 안 되는데 손실액부터 뽑으라고 한다"며 정책 설계의 허점을 지적했다. 3월 한 달 손실액 추산만 정부 1000억 vs 업계 1조라는 10배 격차가 나오는 이유다.

The dispute hinges on whether losses should be calculated using internal production costs (government view) or Singapore MOPS market prices (industry view), with March alone diverging tenfold.

5조 영업이익이 신기루라는 지적의 근거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정유 4사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 2조4498억원, 에쓰오일 1조1000억원대, GS칼텍스 1조원 중반, HD현대오일뱅크 2000억원 안팎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 수치의 40~50%가 재고평가이익이라고 분석한다.

원유 도입과 정제·판매 사이엔 1~2개월의 시차가 있다. 1~2월 60~70달러대 원유를 사들였다가 100달러까지 오른 시점에 제품을 파니 회계상 이익이 부풀려져 보이는 것뿐이다. 한 임원은 "원가 60달러짜리 휘발유를 100달러 환산가로 파는 셈인데, 다음 분기엔 비싸게 산 원유가 도착해 마진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실제 정제마진은 배럴당 8~10달러대로 평년 수준에 그친다. 누적 최고가격제 손실 3조~4조원을 빼면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라는 추산도 나온다.

호르무즈 봉쇄 영향으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평년 69%에서 56%로 13%포인트 낮아졌고, 미국·아프리카산 대체 도입이 늘었다. 다만 운송비 상승과 스팟 프리미엄으로 도입 단가는 평균 3~5달러 추가 상승했다.

The 5-trillion-won Q1 profit is largely an inventory-revaluation mirage as 40 to 50 percent stems from price-lag accounting, while real refining margins remain flat.

4조2000억원 예비비는 사태를 봉합할 수 있을까?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유사가 회계법인 검증을 거친 손실액을 제출하면, 회계·법률·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가격 정산위원회'가 심의해 보전액을 확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4조2000억원 예비비는 이미 한도에 근접했고,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2분기 추가 손실은 5조원을 더 넘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증권가는 정유업계 2분기 실적이 '실적 절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본다. 비싸게 산 원유가 정제·판매 단계에 도달하는 시점이고, 최고가격제는 동결 기조다. 정부가 4·5차 정산위원회에서 가격을 연속 동결한 것도 업계 부담을 가중시킨다. 일각에서는 헝가리·일본의 가격 통제 실패 사례처럼 한국도 정책 출구 전략 없이는 한전(韓電) 사태를 정유 부문에서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보전 기준 합의 없이는 정유사 신용등급 강등과 투자 위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Without a quick consensus on compensation standards, Korean refiners may face a Q2 earnings cliff, credit downgrades, and a repeat of the KEPCO-style policy-induced loss spiral.

정유 사태는 왜 한전 사태의 데자뷔로 읽히는가?

이번 석유 최고가격제 갈등의 본질은 단순한 손실 보전 기싸움이 아니라, 한국 에너지 정책의 구조적 모순이 다시 한번 노출되는 사건이다. 기자가 보기에 가장 위험한 신호는 정부가 손실 산정 방식조차 사전에 설계하지 않은 채 가격 통제부터 단행했다는 점이다. 시행 두 달이 지나도 보전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회계법인 검증과 정산위원회 심의라는 절차만 남아 있고, 그 결과는 1000억 vs 1조라는 10배 격차의 셈법으로 충돌하고 있다. 정책의 시급성과 행정의 정교함이 어긋난 전형적 사례다.

한전이 2022~2023년 적자를 누적해 결국 47조원 회사채로 이어졌던 경로를 떠올려 보면, 정유 4사도 동일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다만 정유 부문은 한전과 달리 민간기업이라는 점이 더 위태롭다. 손실 보전이 늦어지거나 축소될 경우 신용평가사들은 곧바로 등급을 조정할 것이고,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 비용이 급등해 설비 투자와 친환경 전환이 뒤로 밀린다. 한국 정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이미 중국·인도의 추격에 직면해 있는데, 정책발 신용 리스크가 추가되면 회복은 더 어려워진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번 갈등이 1분기 5조원 영업이익이라는 표면 숫자에 가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재고평가이익이 절반인 회계상 흑자를 두고 일부 정치권에서는 '횡재세' 논의까지 다시 꺼내고 있다. 그러나 비싸게 산 원유가 도착하는 2분기에는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해 이익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회계상 흑자에 정치 논리가 얹히면, 보전 협상은 더 꼬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와 업계 모두 '국민 부담 최소화'라는 명분에 기대 책임을 미루는 동안,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로 인한 추가 손실은 시간만 끌면서 누적된다. 출구 전략 없는 가격 통제는 결국 누군가가 청구서를 받아야 한다. 그 청구서가 정유사 신용에 가는지, 국가 재정에 가는지, 결국 소비자 세금에 전가되는지 — 이 선택을 미루면 미룰수록 비용은 커진다.

The price-cap dispute is not a billing fight but a structural rerun of the KEPCO crisis, threatening private refiners' credit ratings and pushing the cost burden to taxpayers.

자주 묻는 질문

Q. 석유 최고가격제는 언제까지 유지되나요?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소되고 국제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4·5차 위원회가 연속 동결을 결정하면서 6월 이후 출구 전략 부재 비판이 커지고 있다.
Q. 정유사 손실은 결국 누가 메우게 되나요? 1차로는 4조2000억원 예비비에서 나가지만, 부족분은 추경이나 본예산으로 충당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정유사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이며, 보전 기준에 따라 부담 규모가 수조원 단위로 달라진다.
Q. 1분기 흑자가 큰데 왜 손실이라고 하나요? 회계상 영업이익에는 원유 도입가와 판매가 사이 시차에서 발생하는 재고평가이익이 포함된다. 이 부분을 제거한 실제 정제마진과 최고가격제 손실을 합산하면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Q. MOPS 기준이란 무엇인가요?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석유 제품의 국제 시세를 말한다. 한국 정유사들이 수출 시 받는 가격의 기준이며, 업계는 국내 강제 공급가와 MOPS의 차이만큼을 손실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관련 기사

Tags

#business#정유업계#oil-price-cap#석유최고가격제#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너지정책

본 기사의 정정·문의는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십시오. 정정 정책은 편집강령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