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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폭력 징계 뒤 지도자 영구 박탈은 무효”

대법원이 폭력행위로 자격정지 1년 이상을 받은 사람의 지도자 등록을 영구 제한한 대한축구협회 규정을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로 무효 확정했다. 체육계 무관용 원칙과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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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을 밀친 감독은 왜 평생 지도자로 못 돌아갔나

대법원이 폭력행위로 자격정지 1년 이상 징계를 받은 사람의 지도자 등록을 막아온 대한축구협회 규정을 무효로 확정했다. 심판의 목과 가슴을 밀친 대학 축구부 감독에게 내려진 자격정지 1년 자체는 정당하지만, 그 징계를 근거로 지도자 자격을 영구히 빼앗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판단이다. 체육계가 폭력 근절을 위해 세워온 무관용 원칙이 처음으로 법원의 제동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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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 사건은 어디서 시작됐나

전북 지역 한 대학 축구부 감독 A씨는 2022년 11월 다른 대학과의 경기에서 패한 뒤 판정에 항의하며 주심의 목과 가슴을 밀쳤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폭력행위로 보고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징계 기간이 끝난 2023년 12월 협회에 지도자 등록을 다시 신청했다. 협회는 거부했다. 근거는 폭력행위로 자격정지 1년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은 지도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협회 자체 규정이었다. 1년짜리 징계가 사실상 종신형으로 바뀌는 구조였다.

A university football coach shoved a referee after a 2022 loss and received a one-year suspension. When he reapplied in December 2023, the Korea Football Association refused, citing an internal rule that permanently bars anyone suspended for a year or more over violence.

대법원은 무엇을 무효라고 봤나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협회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 7월 16일 확정했다고 9월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협회 규정이 과거 체육계에 만연했던 폭력을 근절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됐고 그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다만 사적 단체라도 헌법이 보장한 구성원 개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등록 규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1심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 조항을, 2심은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각각 무효 근거로 들었는데 결론은 같았다. 2심 재판부는 협회가 국내에서 열리는 사실상 모든 축구 대회를 관장하기 때문에 등록이 거부된 사람은 한국에서 지도자로 활동할 길이 아예 막힌다는 점을 특히 짚었다. 반면 자격정지 1년 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A씨의 청구는 1·2심 모두 기각됐고, A씨가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The Supreme Court accepted the rule's anti-violence purpose but held that it excessively restricts the constitutional freedom to choose an occupation, since the KFA effectively governs every football competition in the country.

체육계 폭력 통계는 어떤 현실을 보여주나

이번 판결이 무겁게 읽히는 이유는 체육계 폭력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말 기준 스포츠윤리센터에 접수된 인권침해 신고는 3,279건이며, 이 가운데 폭력 관련 신고가 564건으로 전체의 17.2%를 차지해 유형별 1위였다. 반대로 처벌은 헐거웠다. 최근 5년간 학교 운동부에서 확인된 인권침해 588건 중 징계 요청까지 간 사례는 156건이고, 실제 제명으로 이어진 것은 13건, 8.3%에 그쳤다. 징계 요청에 답조차 하지 않은 학교도 48곳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8월 단 한 번의 폭력으로도 스포츠계에서 퇴출한다는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내걸었고, 중학교 씨름부 지도자의 자격을 즉시 취소하며 첫 사례를 만들었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2조는 선수를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힌 지도자의 자격 취소를 규정한다. 처벌은 강해지는데, 그 강도가 어디까지 정당한지에 대한 사법적 기준은 이제야 세워지는 셈이다.

Violence accounted for 564 of 3,279 human rights complaints filed with the Sports Ethics Center through August 2025, yet only 13 of 156 disciplinary requests from school sports teams ended in expulsion.

협회 규정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나

판결의 파장은 축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과 각 종목단체 정관에는 중대 폭력·성폭력에 영구제명을 부과하는 조항이 광범위하게 들어 있고, 그중 상당수가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대법원이 지적한 대목이 바로 그 일률성이다. 폭력의 구체적 내용과 무관하게 무기한 등록을 제한하는 방식이 문제였지, 중대한 폭력에 영구 퇴출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다. 협회들이 규정을 손본다면 징계 수위별로 제한 기간을 차등화하고, 재등록 심사나 이의 절차를 두는 방향이 현실적이다. 다만 규정을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에서 무관용 기조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복귀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 둘지, 그 답을 이제 체육 단체들이 직접 써내야 한다.

The ruling targets the rule's blanket application rather than lifetime bans as such, pushing sports bodies toward tiered restrictions and re-registration reviews.

무관용과 기본권은 왜 자꾸 충돌하나

이번 판결을 체육계 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관용으로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처벌의 강도가 아니라 처벌 설계의 조악함이다. 심판을 밀친 행위와 어린 선수를 상습 폭행한 행위가 자격정지 1년이라는 같은 관문을 통과하는 순간 동일한 종신형으로 수렴한다면, 그 규정은 폭력을 정교하게 응징하는 장치가 아니라 사후 판단을 포기한 장치에 가깝다. 체육계가 지난 몇 년간 만들어온 규범이 대체로 이런 모양이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론에 밀려 형량을 올렸을 뿐, 어떤 폭력이 어느 정도의 배제를 정당화하는지를 따지는 작업은 뒤로 미뤄왔다.

역설적인 것은 이 조악함이 실제 현장에서는 무력하게 작동해왔다는 점이다. 학교 운동부 인권침해 588건 중 제명까지 간 사례가 13건뿐이라는 숫자는, 규정이 가장 무거운 처벌만 준비해둔 탓에 정작 대다수 사안에서는 아무것도 집행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답변조차 하지 않은 학교 48곳은 그 공백을 상징한다. 영구 박탈이라는 극단만 갖춘 체계는 극단에 미치지 않는 사안 앞에서 자주 침묵한다. 피해자가 실질적 보호를 받으려면 오히려 중간 단계의 제재가 촘촘해야 하는데, 한국 체육계는 그 중간을 비워둔 채 상징적 최고형만 내걸어온 셈이다.

그래서 이 판결은 체육 단체에 부담이 아니라 숙제를 안긴 것에 가깝다. 폭력의 유형과 반복성, 피해자의 연령과 지위, 사후 태도를 구분해 제한 기간을 나누고, 재등록 심사에 피해자 의견을 반영할 절차를 만드는 일은 무관용의 후퇴가 아니라 무관용을 집행 가능한 형태로 옮기는 작업이다. 관건은 규정 개정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판결 직후 종목단체들이 소송 리스크만 계산해 제한 기간을 기계적으로 줄이는 쪽으로 간다면, 대법원이 지적한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채 처벌만 가벼워지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The court faulted the crudeness of the punishment design, not its severity. A system that offers only permanent expulsion often ends up enforcing nothing at all.

자주 묻는 질문

Q. 감독에게 내려진 자격정지 1년 징계도 취소된 것인가요? 아닙니다. 자격정지 1년 처분은 1·2심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했고 원고가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무효가 된 것은 징계 이후 지도자 등록을 영구히 막는 협회 규정입니다.
Q. 대한축구협회는 사적 단체인데 왜 헌법이 적용되나요? 사적 단체의 자치는 존중되지만 무제한은 아닙니다. 법원은 단체 규정이 사회 관념상 타당성을 잃거나 구성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협회가 국내 축구 대회를 사실상 독점 관장한다는 점도 판단에 반영됐습니다.
Q. 이 판결로 폭력 지도자가 쉽게 복귀할 수 있게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체육지도자 자격 취소, 문체부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적용, 각 종목단체 징계는 그대로 유효합니다. 이번 판결은 징계 사유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영구 제한하는 방식을 문제 삼았습니다.
Q. 다른 종목 협회 규정에도 영향이 있나요? 직접적인 효력은 이 사건에 한정되지만, 유사한 일률적 영구제명 조항을 둔 종목단체는 소송 위험을 안게 됩니다. 대한체육회와 각 협회가 규정 정비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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