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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0년 만의 신라 공주 장례식, 쪽샘 44호분 국내 첫 재현

경주 쪽샘 44호분 신라 공주묘의 장례식이 1550년 만에 재현된다. 국내 첫 고대 장례 재현으로, 비단벌레 말다래 등 800여 점 유물과 돌무지덧널무덤 축조 실험의 의미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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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신라 공주는 어떻게 땅에 묻혔을까?

약 1550년 전 세상을 떠난 신라 왕족 소녀의 장례식이 다시 펼쳐진다. 국가유산청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7월 17일 오후 경주 쪽샘유적발굴관에서 '쪽샘 44호분 장례 재현식'을 열었다. 국내 고고 발굴 역사상 고대 장례식을 통째로 재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동관을 쓴 어린 공주의 마지막 길을, 학계는 실험을 통해 복원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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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쪽샘 44호분은 누구의 무덤인가?

쪽샘 44호분은 경주 시내에 자리한 신라의 대표적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이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2014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10년에 걸쳐 이 무덤을 발굴했다. 특히 무덤 구덩이 바닥까지 완전히 해체해 조사한 유일한 돌무지덧널무덤으로, 학술적 가치가 남다르다. 조사 결과 무덤 주인공은 5세기 말, 키 130㎝ 안팎에 나이 10세 전후인 어린 소녀로 확인됐다. 금동관과 각종 장신구를 온몸에 두른 채 묻힌 정황으로 미루어 왕족 신분의 공주로 추정된다.

Jjoksaem Tomb No. 44 is a Silla stone-mound wooden-chamber tomb whose occupant was a girl of about ten, believed to be a princess buried in the late fifth century.

왜 무덤을 다시 만들며 장례식까지 재현하나?

이번 장례 재현식은 단독 행사가 아니라 '무덤 축조 실험'의 한 과정이다. 연구소는 2024년 12월 새 단장한 쪽샘유적발굴관에서 실제로 무덤을 쌓아 올리는 실험을 시작했다. 전체 21단계 축조 공정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단계를 직접 재현하는 국내 최초의 시도다. 장례 재현식은 그 핵심 단계인 시신·부장품 안치, 제단 설치와 의례, 안쪽 덧널 뚜껑 덮기까지를 아우른다. 신장 130㎝가량의 소녀에 맞춰 제작한 마네킹이 시신을 대신하고, 금동관을 비롯한 부장품은 똑같이 만든 재현품으로 대체해 안치 방법과 순서를 실험한다.

The reenactment is part of a first-of-its-kind experiment to rebuild the tomb across 14 of 21 construction stages, testing how the body and grave goods were actually laid to rest.

800여 점 유물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쪽샘 44호분에서는 약 800점에 이르는 유물이 쏟아졌다. 금동관 한 점을 비롯해 금드리개 한 쌍, 금귀걸이, 가슴걸이, 금·은 팔찌 열두 점, 금·은 반지 열 점 등 장신구 조합이 온전히 확인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장식한 말다래다. 기존 신라 무덤에서 나온 말다래가 천마도 계열이었던 것과 달리, 이 무덤에서는 비단벌레 날개로 꽃잎 모양 장식 50개를 하나하나 붙인 직물 말다래가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이 밖에 바둑돌 200여 점, 운모 50여 점, 은장도, 금모수정제곡옥 등이 함께 출토돼 어린 공주를 향한 정성을 짐작하게 한다.

About 800 artifacts emerged, including a gilt-bronze crown and the first-ever textile stirrup guard decorated with fifty flower-shaped jewel-beetle wings.

이 실험은 앞으로 무엇을 밝혀낼까?

돌무지덧널무덤은 4세기 전반 등장해 6세기 전반 사라진 신라 특유의 묘제로, 천마총·황남대총 같은 거대 봉분이 모두 이 방식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나무 덧널이 어떤 구조로 짜였고 어떤 기능을 했는지는 오랫동안 축조 기술의 최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연구소는 이번 실험으로 목조 구조물의 기능과 의미를 규명하고, 무덤 하나를 세우는 데 든 인력과 기간 같은 구체적 데이터를 확보하려 한다. 재현 과정은 일반에도 공개돼 시민이 신라 고분 축조의 실제를 눈으로 확인하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By rebuilding the tomb, researchers hope to decode the long-mysterious wooden structures and gather concrete data on the labor and time Silla burials required.

무덤을 다시 쌓는 실험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나?

쪽샘 44호분 장례 재현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화려한 유물을 다시 꺼내 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신라 고분 연구는 이미 완성된 무덤을 발굴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 무덤을 '읽는' 작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 실험은 방향을 정반대로 돌린다. 발굴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덤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 올리며, 1500여 년 전 신라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순서와 방법으로 거대한 봉분을 완성했는지를 몸으로 검증한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복원한다는 점에서, 이는 한국 고고학이 한 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무덤 주인공이 열 살 안팎의 어린 소녀라는 사실이다. 금동관과 수백 점의 장신구, 비단벌레 날개로 꽃잎을 수놓은 말다래까지, 이 정도 규모의 부장품은 성인 왕에게도 결코 흔치 않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왕족 소녀에게 신라 사회가 쏟은 정성과 애도의 깊이가 유물 하나하나에 배어 있다. 마네킹과 재현품으로 대신한 장례식이지만, 그 안치 순서를 되짚는 과정에서 우리는 신라인의 죽음관과 위계, 그리고 한 아이를 떠나보내는 공동체의 마음까지 읽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실험은 박물관 유리장 안에 갇혀 있던 유물을 다시 '살아 있는 맥락'으로 되돌린다. 관람객은 완성된 금동관이 아니라, 그 금동관이 어떤 자리에 어떤 순서로 놓였는지를 눈앞에서 보게 된다. 문화유산을 보존의 대상을 넘어 이해와 체험의 대상으로 확장하는 이런 시도야말로, 우리가 천년 전 역사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만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일 것이다.

By rebuilding rather than merely reading the tomb, Korean archaeology restores buried artifacts to a living context and lets us glimpse how a community mourned a royal child.

자주 묻는 질문

Q. 쪽샘 44호분 주인공은 정말 공주인가요? 정확한 이름이나 신분을 적은 기록은 없지만, 금동관과 다량의 금·은 장신구를 착장한 채 묻힌 점으로 미루어 신라 왕족 계층의 어린 여성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흔히 '신라 공주묘'로 불립니다.
Q. 고대 장례식을 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요? 네. 국내 고고 발굴 역사상 고대 장례식 전 과정을 재현하는 것은 쪽샘 44호분이 처음입니다. 무덤 축조 실험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입니다.
Q. 비단벌레 말다래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말다래는 말을 탈 때 흙이 튀는 것을 막는 장식입니다. 기존에는 천마도 그림 계열이 주로 나왔는데, 44호분에서는 비단벌레 날개로 꽃잎 장식 50개를 붙인 직물 말다래가 국내 최초로 확인돼 신라 장인의 화려한 세공술을 보여줍니다.
Q. 축조 실험은 언제 마무리되나요? 연구소는 2024년 12월부터 전체 21단계 공정 가운데 14단계를 재현하는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목조 덧널의 기능과 축조 인력·기간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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