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정치의 자원이 될 때, 유가족은 두 번 죽는다
5·18과 세월호, 이태원 유가족이 겪은 조롱과 모욕을 뉴스타파 다큐가 추적했다. 혐오가 표로 환산되는 구조와 2차 가해를 막지 못한 국가의 공백을 짚는다.
혐오는 어떻게 정치의 자원이 되었나
뉴스타파 다큐 '혐오 정치의 시대'가 5·18과 세월호,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차례로 만났다. 국가폭력과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가 위로를 받기는커녕 조롱의 표적이 된 현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이 지목한 진원지는 익명의 온라인 공간이 아니라 정치였다. 혐오가 돈과 조직, 표로 환산되는 구조가 자리 잡은 사이 2차 가해를 막아야 할 국가는 15년째 뒷짐을 지고 있다.

목차
국회 토론회는 왜 유가족의 상처를 건드렸나
2026년 8월 13일 국회도서관에서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주최한 '5·18민주화운동의 재조명'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들은 5·18을 "열흘간의 소요 사태"로 규정하고 전두환 재평가를 주장했다. 반대하거나 비판하려는 목소리에는 발언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사전에 취소를 요청했지만 행사는 그대로 강행됐다. 5·18기념재단은 문제 발언을 증거로 수집해 특별법 위반 여부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8월 26일 재석 159명 중 157명 찬성으로 이진숙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이 본회의를 넘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아들을 5·18에서 잃은 김길자 여사는 왜곡에 앞장서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입김을 세게 하려고" 그런다고 말했다.
On August 13, 2026, a National Assembly forum hosted by lawmaker Lee Jin-sook called the 1980 Gwangju Uprising a "ten-day disturbance." The Assembly answered with its first-ever resolution urging a sitting member's expulsion.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이 들은 말은 무엇이었나
이태원 참사로 딸 세은 씨를 잃은 진정호 씨는 녹사평에 분향소를 차리려고 새벽 6시에 현장으로 갔다. 보수단체가 집회 신고를 먼저 하고 자리를 점거한 상태였다. 무릎을 꿇고 추모 공간을 내달라 간청한 유가족에게 돌아온 말은 "시체팔이"였다. 세월호 유가족 유해종 씨와 이재복 씨도 같은 말을 들었다. "그만 좀 해라, 할 만큼 하지 않았냐"는 핀잔이 가슴에 못처럼 박혔다고 했다. 참사 현장에서 친구 둘을 잃은 고 이재현 군은 희생자를 향한 모욕에 직접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그 글에도 "왜 놀러 가서 그런 일을 당했냐"는 댓글이 달렸다. 이 군은 참사 43일 뒤 스스로 세상을 떠났고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거듭된 요구 끝에 159번째 희생자로 인정됐다. 세월호 유가족 정성욱 씨는 2차 피해가 대부분 온라인에서 벌어졌는데도 수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Families of the Itaewon and Sewol victims were met with slurs such as "corpse peddlers" at memorial sites. Lee Jae-hyun, a survivor who lost two friends, died 43 days after the crush and was later recognized as the disaster's 159th victim.
숫자는 혐오의 확산을 어떻게 보여주나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지난 1년간 혐오표현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70.3%였다. 2019년 64.2%에서 6.1%p 올랐다. 온라인 혐오표현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79.3%, 오프라인은 67.2%로 나타났다. 처벌은 숫자를 따라가지 못한다. 5·18 역사왜곡처벌 조항은 2021년 시행 이후 피의자 111명을 냈지만 5년간 검찰로 넘겨진 인원은 50여 명에 그쳤다. 사건이 광주에 쏠려 지역 편차도 뚜렷했다. 교실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혐오표현에 항상 대응한다고 답한 교사는 14%에 머물렀다. 73%는 민원 부담과 매뉴얼 부재를 이유로 대응이 어렵다고 했다. 지난 6월 고교야구 대회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광주를 겨냥해 "탱크데이"를 외쳤다. 올해 1월에는 '약물 테러'와 '시신은 리얼돌'이라는 허위 게시물을 700여 차례 올린 60대 남성이 구속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Seven in ten Koreans encountered hate speech last year, yet only about 50 of 111 suspects under the May 18 distortion clause reached prosecutors in five years. Just 14% of teachers say they always step in.
법은 혐오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나
제도는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 개정안이 2월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5월 10일부터 시행됐다. 신문·방송·온라인을 통한 2차 가해를 금지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예방 대책 수립 의무를 지웠다. 민주당은 5·18 등을 왜곡한 의원의 직무를 최대 1년간 정지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에 평등법 입법 지원을 담았다. 홀로코스트 부정을 5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독일 형법 130조가 모델로 거론되지만 사상 검열과 표현의 자유 위축을 걱정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혐오와 차별이 사회 문제가 된 지 15년이 지났는데 국가 차원의 대응책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국가가 책무를 다하지 못해 생긴 피해자를 향한 조롱만큼은 무관용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12·3 내란 국면의 극한 대결이 조롱의 문화를 당연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A revised Itaewon special act banning secondary victimization took effect on May 10, 2026, and lawmakers are moving to suspend members who distort the Gwangju Uprising. Opponents warn such rules could chill legitimate speech.
왜 혐오의 비용은 늘 피해자가 치르나
이번 다큐가 보여준 장면들의 공통점은 가해의 방식이 아니라 비용의 분배다. 조롱을 던지는 쪽은 발언 하나로 지지층의 결집과 조회수, 후원금을 얻는다. 그 말을 맞는 쪽은 수년째 분향소를 지키고 소송을 준비하고 병원을 오간다. 혐오가 정치의 자원이 되는 구조는 이렇게 이익과 손실이 깔끔하게 분리될 때 완성된다. 국회 안에서 열린 토론회라는 형식이 특히 문제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적 공간과 의원 직함이 붙는 순간 "학술적 재조명"이라는 외피가 생기고 발언의 책임은 흐려진다.
제도의 공백은 이 비대칭을 방치한다. 5·18 역사왜곡처벌 조항은 있지만 기소까지 가는 사건은 손에 꼽는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2차 가해 금지가 들어간 것은 참사 4년 만이다. 피해자 유형별로 법을 하나씩 만드는 방식은 다음 참사의 유가족에게 다시 몇 년의 공백을 물려준다. 평등법 논의가 10년 넘게 제자리인 사이 피해자들은 매번 개별 법안의 통과를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처벌 수위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속도와 기본값이다. 어떤 말이 금지되는지 정하는 일만큼 피해자가 신고했을 때 수사가 실제로 시작되는지, 교사가 교실에서 개입했을 때 민원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지가 중요하다. 정성욱 씨가 말한 "국가가 막아줘야 하는데 뒷짐을 지고 있다"는 문장은 법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있는 법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다.
The asymmetry is the point: those who mock gain clicks and donations, while the mourned pay in years of litigation and illness. Korea's piecemeal, disaster-by-disaster lawmaking leaves each new group of families waiting years for protection that already exists on paper.
자주 묻는 질문
Q. 이진숙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면 의원직을 잃나요?
아닙니다. 정치적 성격의 결의안이라 효력이 바로 생기지 않습니다. 실제 제명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합니다.Q. 5·18 특별법으로 왜곡 발언을 처벌할 수 있나요?
허위 사실을 유포해 5·18을 왜곡·비방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허위 사실 유포'와 '학술적 주장'의 경계가 불분명해 실제 기소까지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Q. 이태원참사 특별법의 2차 가해 금지는 언제부터 적용되나요?
개정안이 2월 10일 공포돼 3개월 뒤인 5월 10일부터 시행됐습니다. 피해자 인정 신청 기한은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종료 후 6개월 이내로 늘어났습니다.Q. 청소년 사이에서 혐오가 놀이처럼 번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한 정치적 신념보다 또래 집단의 소속감과 우위 경쟁이 동기로 지적됩니다. 전문가들은 낙인을 찍는 대응보다 민주시민 교육과 연대 경험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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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ources
- [다큐 뉴스타파] 혐오 정치의 시대 - 네 이웃의 상처를 혐오하라(NewsArticle)
- 이진숙 주최 토론회서 "5·18은 소요·폭동" 망언(NewsArticle)
- 이진숙 제명 촉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통과…5·18 왜곡 국회의원 직무정지법 추진(NewsArticle)
- 이태원참사 2차 가해, 법으로 금지한다(NewsArticle)
- [단독] 모욕·왜곡 쏟아져도 5·18 특별법 무용지물(NewsArticle)
- [혐오소비] 초등교실까지 번진 혐오놀이(NewsArticle)
- 국민 10명 중 9명, 정치인·언론 혐오표현 자제해야 (국가인권위)(News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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