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닫혔던 백악산 남서자락, 17일 24시간 전면 개방
1·21사태로 통제됐던 백악산 남서자락 1.32km가 17일 오전 9시 열린다. 2020년 1단계부터 6년, 명승 백악산의 3단계 개방이 완성되며 한양도성 녹지축이 하나로 이어진다.
청와대 뒷산 백악산은 왜 59년 만에야 빗장을 다 풀었나?
1968년 1·21사태로 닫힌 서울 백악산의 마지막 미개방 구간이 10월 17일 오전 9시 열린다. 국가유산청은 명승 '서울 백악산 일원' 남서자락 탐방로 1.32㎞를 전면 개방한다고 14일 밝혔다. 2020년 1단계와 2022년 2단계에 이은 3단계 개방으로 정상부와 한양도성, 청계천 발원지가 하나의 탐방 동선으로 이어진다. 새 구간은 24시간 무료로 운영된다.

목차
1968년 1월 21일 그날은 이 산에 무엇을 남겼나?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124군부대 요원 31명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노리고 서울에 침투한 것이 1·21사태다. 교전 끝에 28명이 사살되고 김신조 1명이 생포됐다. 그 뒤 백악산 능선에는 철조망과 초소가 들어섰고 민간인 출입은 사실상 봉쇄됐다. 생포됐던 김신조는 2025년 4월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봉쇄는 역설을 낳았다. 사람이 드나들지 못한 59년 동안 이 구간은 한양도성 성벽과 성문의 원형이 가장 온전하게 남은 자리가 됐다. 개방은 2006년 2월 숙정문 일대를 여는 것으로 시작됐다. 2020년 북측 한양도성 탐방길 2.2㎞가 1단계로 열렸고 2022년에는 남동자락 숲 3.0㎞가 뒤따랐다. 청운동 방면 1.32㎞만 남아 있던 셈이다.
The trail was sealed after North Korean commandos infiltrated Seoul in January 1968 to assassinate President Park Chung-hee. Ironically, 59 years of restricted access preserved the Hanyang City Wall here better than anywhere else in the capital.
새로 열리는 1.32㎞에는 무엇이 기다리나?
새 구간은 창의문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첫 쉼터인 돌고래쉼터에서 출발한다. 인왕산과 남산, 청와대, 경복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탐방로를 지나 '임금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는 글귀가 새겨진 약수터 만세동방에 닿는다. 종점은 1·21사태소나무다. 1968년 교전 당시 총탄 15발을 맞은 흔적이 지금도 줄기에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은 개방에 맞춰 조망 쉼터 4곳을 새로 조성했다.
이번 개방으로 부아암과 삼태성바위, 촛대바위, 말바위, 백악신사, 청계천 발원지, 법흥사터가 하나의 동선 안에 들어온다. 기념행사는 16일 오후 3시 30분 창의문 일원에서 열린다. 한 가지 더 짚을 대목은 이름이다. 1396년 조선이 한양을 도읍으로 정할 때 주산으로 삼은 이름은 백악산이었다. 북악산은 근현대에 굳어진 통칭이며 명승 지정 명칭은 여전히 '서울 백악산 일원'이다.
The new section runs from Dolgorae Shelter past Mansedongbang spring to the pine tree still bearing 15 bullet scars from the 1968 firefight. Four new viewpoints overlook Gyeongbokgung and the presidential compound.
숫자로 보면 이 개방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백악산은 해발 342m로 서울 도심을 둘러싼 내사산 가운데 가장 높다. 2009년 12월 9일 명승 제67호로 지정됐고 지정 면적은 359만 8127㎡에 이른다. 한양도성 축조의 기점이 된 산이라는 점에서 조경 가치와 도성 조형 원리를 함께 담은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수요도 이미 확인된 상태다. 서울 도심 4개 산 등산로의 외국인 일평균 유동인구를 분석한 결과 북한산이 4015명으로 가장 많았고 북악산이 2169명으로 두 번째였다. 관악산 1192명, 아차산 729명이 뒤를 이었다. 서울 등산관광센터는 2025년 연간 방문객 10만 명을 넘겼으며 '서울 하이킹 위크'에는 외국인 3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한편 2022년 5월부터 민간에 열렸던 청와대는 3년 2개월 동안 852만 명을 모은 뒤 대통령실 복귀로 일반 관람이 중단됐다. 뒷산이 완전히 열리는 시점에 앞마당은 닫힌 구조다.
At 342 meters, Baekaksan is the tallest of Seoul's four inner mountains. Foreign hikers already average 2,169 per day here, second only to Bukhansan's 4,015.
세계유산 등재와 경호 재정비는 어떻게 맞물리나?
가장 큰 변수는 유네스코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경기도, 고양시와 함께 한양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한양의 수도성곽'으로 묶어 2026년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최종 결정은 2027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내려진다. 한양도성은 2012년 잠정목록에 올랐으나 2017년 자문기구 심사에서 등재 불가 판단을 받아 신청을 철회한 전력이 있다. 성벽 원형이 가장 잘 남은 백악산 구간이 공개 검증대에 오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호 조건도 달라졌다. 대통령실이 용산에서 청와대로 돌아온 뒤 대통령경호처는 경호구역 재설정을 진행하고 있다. 경호처는 경호 강화로 개방과 소통의 틀이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24시간 개방과 경호 구역이 같은 능선에서 공존해야 하는 만큼 탐방 안내소와 순찰, CCTV 운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탐방객 증가가 성벽과 식생에 주는 압력까지 더해진다. 59년의 통제가 보존해 준 것을 개방이 깎아내지 않게 관리하는 일이 다음 과제다.
Korea submitted the Hanyang capital fortifications for UNESCO listing in January 2026, with a verdict due in July 2027. The challenge now is keeping 24-hour access, presidential security zones, and wall conservation on the same ridge.
빗장을 푼 다음에 진짜 숙제가 남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개방을 두고 가장 자주 나오는 표현은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지만 절반만 맞다. 백악산 남서자락이 지금의 모습으로 남은 것은 보존 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통제의 부산물이었다. 59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성벽의 축조선과 숲의 층위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개방 이후의 관리 수준이 지난 59년의 통제를 대신할 수 있느냐가 유일하게 중요한 질문이 된다. 조망 쉼터 4곳과 안내소, CCTV는 출발선일 뿐이다.
특히 24시간 운영이라는 조건은 국내 문화유산 개방 사례에서 흔치 않다. 야간 탐방은 안전사고와 쓰레기, 식생 훼손이 겹치는 구간에서 관리 난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게다가 이 능선은 대통령 경호구역과 맞닿아 있다. 개방의 폭을 넓힌 쪽과 경호의 밀도를 높여야 하는 쪽이 같은 땅을 공유하는 구조이므로 운영 세칙이 조금만 흔들려도 통제 구간이 슬그머니 되살아날 수 있다. 개방을 선언하는 일보다 개방 상태를 6개월, 1년 유지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
시점도 공교롭다. 한양의 수도성곽 세계유산 등재 심사가 2027년 7월로 예정돼 있다. 2017년 등재 불가 판단을 받았던 전례를 떠올리면 이번에는 성벽 자체보다 관리 체계가 평가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심사대에 오를 대표 구간이 바로 이번에 열리는 자리다. 탐방객 숫자가 늘어난 것을 성과로 내세우는 보고서보다 성벽 1m당 훼손 지표를 공개하는 보고서가 더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분단이 만든 폐쇄를 해제하는 상징적 장면 뒤에 남는 것은 결국 일상적인 관리의 품질이다.
The closure, not conservation policy, is what preserved this ridge. Whether day-to-day management can replace 59 years of enforced absence is the only question that matters now, with UNESCO review due in July 2027.
자주 묻는 질문
Q. 언제부터 갈 수 있고 입장료가 있나요?
10월 17일 오전 9시부터 들어갈 수 있습니다. 새로 열리는 남서자락 구간은 24시간 무료로 운영되며 지정된 탐방로만 이용해야 합니다.Q. 어디서 출발하는 것이 좋은가요?
창의문 쪽에서 오르면 첫 쉼터인 돌고래쉼터를 지나 만세동방 약수터와 1·21사태소나무까지 새 구간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정상부와 북측 한양도성 탐방길로도 이어집니다.Q. 북악산과 백악산 중 어느 쪽이 맞는 이름인가요?
둘 다 쓰이지만 1396년 한양 도읍 당시 주산으로 정한 본래 이름은 백악산입니다. 국가유산 지정 명칭도 '서울 백악산 일원'이어서 공식 문서에서는 백악산으로 표기합니다.Q. 청와대 관람도 함께 할 수 있나요?
어렵습니다. 2022년 5월 개방 이후 852만 명이 다녀간 청와대 일반 관람은 대통령실 복귀로 중단됐습니다. 백악산 탐방로에서 청와대 권역을 내려다보는 조망만 가능합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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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ources
- 청와대 뒤 명승 백악산 3단계 완전 개방...17일부터 24시간 열린다(NewsArticle)
- 북악산 아니라 백악산이라 불러주오…17일 마지막 탐방로까지 모두 개방(NewsArticle)
- [씨줄날줄] 북악산의 마지막 빗장(NewsArticle)
- 외국인 관광객, 도심 산속까지 찾아간다…K-컬처부터 K-등산까지(NewsArticle)
- 한양의 수도성곽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전…내년 1월 등재신청서 제출(NewsArticle)
- 청와대 관람 전면 중단, 대통령실 복귀 준비…3년 누적 관람객 852만명(News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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