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시스 품은 시높시스, 칩부터 위성까지 설계 통합 나선다
앤시스를 인수한 시높시스가 컨버지 코리아 2026에서 실리콘 투 시스템 전략을 공개했다. EDA와 멀티피직스를 결합해 3D IC·CPO 설계와 에이전트 AI 검증까지 한국 시장을 정조준한다.
앤시스를 삼킨 시높시스는 한국 반도체에 무엇을 팔려는 걸까?
시높시스가 9월 8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시높시스 컨버지 코리아 2026'을 열고 앤시스 인수 이후 처음으로 통합 전략을 국내에 공개했다. 핵심은 반도체 설계 툴(EDA)과 물리 시뮬레이션(멀티피직스)을 하나로 묶은 '실리콘 투 시스템'이다. 칩 하나만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칩이 들어갈 로켓·항공기·데이터센터까지 함께 계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고객인 한국 시장에서, 시높시스는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로 매출 기반을 넓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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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350억 달러짜리 인수는 무엇을 바꿨나?
시높시스는 2025년 7월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기업 앤시스 인수를 마무리했다. 2024년 1월 발표 이후 미국·EU·영국·중국 규제 당국의 심사를 모두 통과하는 데 1년 반이 걸린 약 350억 달러 규모의 거래였다. 이 인수로 시높시스는 기존 EDA와 설계자산(IP) 제품군에 시스템 설계와 시뮬레이션 역량을 더했다. 열, 전자기, 응력, 유체 같은 물리 현상을 다루던 앤시스의 솔버가 칩 설계 흐름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이번 컨버지 코리아는 시높시스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SNUG와 앤시스의 시뮬레이션 월드를 한 무대로 합친 첫 행사이기도 했다.
Synopsys closed its roughly $35 billion acquisition of Ansys in July 2025 after 18 months of regulatory review across four jurisdictions. The deal folded Ansys' thermal, electromagnetic and structural solvers directly into Synopsys' chip design flow.
왜 칩 설계에 물리 시뮬레이션이 필요해졌나?
AI 칩이 문제를 키웠다. 다이 수와 HBM 탑재량이 늘면서 인터커넥트 밀도가 급격히 높아졌고, 이제 설계자는 신호와 전력, 열, 응력을 동시에 따져야 한다. 예전처럼 회로를 다 그린 뒤 열 해석을 따로 돌리는 방식으로는 3차원 집적회로(3D IC)나 공동광학패키징(CPO) 같은 구조를 감당하기 어렵다. 시높시스가 이번에 베타 고객에게 공개한 '멀티피직스 퓨전'은 배치와 배선 단계에서 전압 강하와 발열을 같이 검증하도록 설계됐다. 샹카 크리슈나무티 최고제품개발책임자(CPDO)는 "에이전트 AI, 멀티피직스 기반 설계, 실리콘 투 시스템 통합 엔지니어링으로 한국의 기술 혁신을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AI chips pack more dies and HBM stacks, forcing designers to weigh signal, power, thermal and stress constraints at once. Synopsys' Multiphysics Fusion, now in beta, runs IR-drop and thermal checks during placement and routing.
숫자가 말하는 한국 시장의 무게는?
시높시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전체 수출의 42.3%를 차지할 전망이고, HBM 수출은 15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집계에서도 5월 반도체 수출 비중이 42%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시높시스의 한국 매출 대부분은 여전히 메모리에서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높시스 툴로 메모리를 설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그리고 리벨리온·퓨리오사AI 같은 K-팹리스가 새 고객군으로 붙었다. 에이전트 AI 효과도 수치로 제시됐다. 엔비디아와 진행한 설계 검증에서 레지스터 전송 수준(RTL) 확보 속도가 50배 빨라졌고 검증 범위는 20% 넓어졌으며, 아날로그·혼성신호 설계 생산성은 최대 3배 올랐다.
Semiconductors are set to make up 42.3% of Korea's total exports this year, with HBM shipments up 153%. Synopsys says its NVIDIA verification pilot cut time-to-validated RTL by 50x while widening coverage 20%.
EDA 3사의 에이전트 전쟁은 어디로 가나?
경쟁 구도는 이미 자율성 등급 싸움으로 넘어갔다. 시높시스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설계 목표를 해석하고 작업을 나눠 검증과 디버깅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트 엔지니어'를 L4 수준으로 내세웠고, 케이던스는 칩스택 AI 슈퍼 에이전트를 L5로 규정하며 검증 기간을 5주에서 하루 아래로 줄였다고 주장한다. 지멘스EDA까지 가세하면서 올해 DAC는 사실상 자율 설계 에이전트 경연장이 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양대 업체가 진짜 해자를 모델이 아니라 툴 통합과 토큰 효율적인 정형 데이터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프런티어 AI 연구소가 아니라 기존 EDA 강자에게 유리한 구도다. 시높시스가 앤시스를 붙잡은 이유도 여기 있다. 물리 데이터까지 쥔 쪽이 에이전트에게 더 정확한 근거를 먹일 수 있다.
Synopsys pitches AgentEngineer at Level 4 autonomy while Cadence claims Level 5 for its ChipStack super agent. Both argue the real moat is tool integration and structured data, not the underlying model.
설계 도구 종속은 한국 반도체에 기회인가 부담인가?
이번 컨버지 코리아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협력의 폭이 아니라 의존의 깊이였다. 시높시스는 한국 반도체 수출 비중과 HBM 성장률을 앞세워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한국 메모리 산업의 설계 흐름이 미국 EDA 한 곳의 도구 위에서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 수준의 D램과 HBM을 만들어도, 그 칩을 그리는 소프트웨어의 로드맵을 결정하는 주체는 국내에 없다. 앤시스 인수로 시뮬레이션까지 한 회사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 구조는 더 촘촘해졌다.
물론 통합 자체는 실익이 크다. 다이가 늘고 HBM이 층층이 쌓이는 AI 칩에서는 전기 특성과 열, 응력이 서로 얽혀 있어 단계별로 나눠 검증하는 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설계 초반에 물리 조건을 함께 계산할 수 있다면 재설계 횟수가 줄고 개발 기간도 단축된다. 리벨리온이나 퓨리오사AI처럼 인력과 자본이 제한된 팹리스에게는 특히 그렇다. 대기업과 같은 수준의 검증 인프라를 구독료로 빌려 쓰는 셈이니, 스타트업의 진입 장벽을 낮춰 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
문제는 가격 협상력과 공급 안정성이다. 케이던스와의 자율성 등급 경쟁이 뜨거울수록 AI 기능은 상위 라이선스 계층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고, 그 비용은 결국 고객이 부담한다. 에이전트가 설계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기 시작하면 툴 교체 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커진다. 축적된 설계 데이터와 검증 자산이 특정 플랫폼 안에 묶이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EDA가 수출 통제 카드로 거론됐던 전례도 잊기 어렵다.
그래서 이 뉴스는 반가운 소식인 동시에 숙제 통지서에 가깝다. 통합 도구가 주는 생산성은 최대한 활용하되, 국내 EDA 역량과 오픈소스 설계 흐름에 대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산업의 무게 중심이 제조에서 설계로 이동하는 시기에, 도구를 빌려 쓰는 위치에만 머물면 부가가치의 상단은 계속 바깥에 남는다.
Deeper tool integration cuts design cycles for Korean fabless firms, but it also tightens dependence on a single US vendor. As agentic features migrate to premium license tiers, switching costs will only climb.
자주 묻는 질문
Q. 실리콘 투 시스템이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칩 내부 회로 설계에서 끝내지 않고, 그 칩이 탑재될 기판·모듈·완제품 환경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 설계한다는 개념입니다. 데이터센터 랙의 발열이나 항공기 진동 같은 조건을 칩 설계 단계에서 미리 반영할 수 있습니다.Q. 멀티피직스 퓨전은 지금 바로 쓸 수 있나요?
아직은 베타 고객에게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시높시스는 검증을 거쳐 실제 양산 설계 환경으로 순차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Q. 한국 기업 중 어떤 곳이 고객인가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설계에 시높시스 툴을 씁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LSI와도 협력하고 있고,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같은 AI 반도체 팹리스와도 EDA 전반에서 협업한다고 시높시스는 설명했습니다.Q. 앤시스 인수가 반도체 밖 산업에도 영향을 주나요?
그렇습니다. 앤시스의 기존 고객층인 우주·항공·자동차 기업이 시높시스 고객 기반에 합류했습니다. 시높시스는 반도체 개발용 AI 기술을 위성 부품 개발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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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ources
- 앤시스 품은 시높시스, 칩부터 시스템까지 설계 통합(NewsArticle)
- 앤시스 품은 시높시스 "반도체 개발 AI로 위성부품 개발도 지원"(NewsArticle)
- 시높시스·앤시스 통합 첫 국내 무대…AI로 엔지니어링 복잡성 낮춘다(NewsArticle)
- 반도체 설계와 멀티피직스를 한 흐름으로…시높시스 컨버지 코리아 개막(NewsArticle)
- Synopsys Completes Acquisition of Ansys(NewsArticle)
- Cadence and Synopsys Accelerate Agentic EDA Race(NewsArticle)
- 5월에도 질주한 반도체…한국 수출 42% 돌파 역대 최고(News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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