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희생자 10%, 질식사 아닐 가능성…구조 놓쳤나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희생자 15명(약 10%)의 사인이 질식이 아닌 불명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압궤증후군 등 다른 원인이라면 수 시간~수일 생존이 가능해 적극 구조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이태원참사 희생자 10%는 정말 질식으로 숨졌을까?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희생자 160명 가운데 15명, 약 10%의 사망 원인이 질식이 아닌 '불명'으로 판단됐다는 법의학 검토 결과를 내놨다. 질식이 아니라면 수 시간에서 수일까지 생존이 가능했다는 뜻이어서, 초기 대응이 지연됐더라도 적극적인 구조가 필요했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빨리 대응해도 구조가 어려웠다'는 그동안의 논리를 정면으로 흔드는 분석이다.

목차
특조위는 왜 사인을 다시 들여다봤나?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는 21일 오전 제62차 위원회와 브리핑을 열고 '희생자 사인의 법의학적 검토 및 사망 기전의 재난의학적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이 수행했으며,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 구급활동일지, 병원 의무기록, 변사자 조사결과보고서 등을 종합 분석했다.
압사 사고에서는 대부분의 희생자가 질식으로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질식은 몇 분 안에 사망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이 통념은 이태원참사에서 '설령 빨리 대응했더라도 구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논리의 근거로 활용돼 왔다. 특조위의 이번 검토는 바로 그 전제를 다시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The Itaewon investigation committee revisited the victims' causes of death because the long-held assumption of asphyxiation had been used to argue that faster rescue would not have helped.
질식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인일 수 있나?
브리핑을 맡은 김문영 비상임위원(성균관대 의대 조교수)은 희생자 15명의 사망 원인이 질식이 아닌 근육 압박에 따른 압궤증후군, 횡문근융해증, 압박된 내부 장기 손상에 따른 복강내출혈 등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원인일 경우 수 시간에서 수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김 위원은 "사망 원인이 질식이 아닌 경우 수 시간에서 수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며 "사건 발생 초기에 현장 접근과 구조 개시가 지연됐더라도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야 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질식으로 몇 분 만에 숨졌다고 단정할 수 없는 희생자들이 존재한다면, 그만큼 구조로 살릴 수 있었던 여지도 있었다는 의미다.
If some victims died from crush syndrome or internal bleeding rather than asphyxiation, they could have survived for hours or days, meaning active rescue might have saved more lives.
검안과 부검, 무엇이 문제였나?
이번 결론이 확정이 아니라는 점도 특조위는 분명히 했다. 희생자 대부분의 사인이 부검이 아닌 검안, 즉 시신의 외표만 관찰하는 방식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검안만으로는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3명을 제외한 모든 희생자의 사망원인이 검안을 통해 진단됐고, 그마저도 법의학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의료인에게 진단받은 경우가 3분의 2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사망시각 기록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됐다. 사망증명서에 기재된 사망시각이 특정 시간대에 몰려 있거나 심지어 참사 다음 날 새벽으로 적힌 경우도 다수 확인돼, 실제 사망시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현장이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탓에 서류상 기록 대부분이 검안 시점이나 행정적 고려에 따라 임의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Only three of the victims underwent autopsies; most causes of death were estimated by external examination, two-thirds of it by non-specialist physicians, and recorded times of death were often unreliable.
재난 검시체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특조위는 이번 분석이 상시적인 검시제도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봤다. 김 위원은 "전문가 판단에 따라 필요하다면 부검을 적극 검토하고 시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검시제도가 상시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량 사망에 대비한 한국형 신원확인체계(K-DVI)가 이미 여러 유관기관에 정립돼 있었음에도, 유족은 검안과 부검 등 사망조사의 취지와 절차를 전문가에게 안내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비롯한 법의학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사망원인 판단과 부검 기준이 명확히 마련된 재난대응체계를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참사의 사인 규명이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문제가 아니라, 다음 재난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제도 설계의 문제라는 점을 이번 검토는 드러냈다.
The committee called for a standing forensic system with clear autopsy criteria, arguing that Korea's disaster response must be rebuilt around expert-led cause-of-death determination.
사인 규명은 왜 재난 대응의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인가?
이번 특조위 발표에서 가장 무겁게 읽히는 대목은 '15명'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여태 확정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참사가 벌어진 지 여러 해가 지나서야 희생자 10%의 사인이 '불명'으로 재분류됐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동안 우리가 이들의 죽음을 질식이라는 단일한 틀로 서둘러 정리해 왔다는 뜻이다. 사인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단순한 의학적 분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그 죽음을 막을 수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판단하는 출발점이 된다.
'질식이라 몇 분 만에 숨졌으니 구조는 무의미했다'는 논리는 그동안 책임의 무게를 덜어주는 방패로 기능해 왔다. 압궤증후군이나 복강내출혈 같은 원인이라면 수 시간에서 수일까지 생존이 가능하다는 이번 검토는 그 방패에 균열을 낸다. 물론 특조위도 이를 확정이라 말하지 않았고, 부검이 3명에 그친 탓에 정확한 규명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러나 바로 그 한계, 즉 대량 사망 상황에서 검안조차 비전문 의료인에게 맡겨졌고 사망시각마저 행정 편의로 기재됐다는 사실이야말로 이번 발표가 겨냥하는 핵심이다.
결국 이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과거를 향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것이다. 한국형 신원확인체계가 서류상 갖춰져 있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면, 다음 재난에서도 같은 공백이 반복될 수 있다. 사인을 정확히 규명할 상시 검시제도와 명확한 부검 기준은 유족의 알 권리를 넘어, 다음 참사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구조 판단의 근거가 된다. 사인 규명을 재난 대응의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으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Determining causes of death is not the end of disaster response but its starting point, shaping whether the state judges a death as preventable and how it prepares to save lives in the next catastrophe.
자주 묻는 질문
Q. 희생자 15명은 확실히 질식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숨진 것인가요?
아닙니다. 특조위는 이들의 사인을 질식이 아닌 '불명'으로 판단했을 뿐,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다고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압궤증후군, 횡문근융해증, 복강내출혈 등이 가능한 사인으로 제시됐으나, 대부분 부검 없이 검안으로 추정된 결과라 정확한 규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Q. 이 결과가 왜 '더 구조할 수 있었다'는 근거가 되나요?
질식은 몇 분 안에 생사가 갈리지만, 압궤증후군 등 다른 원인은 수 시간에서 수일까지 생존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일부 희생자는 초기 대응이 지연됐더라도 적극적으로 구조했다면 살릴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Q. 왜 부검이 3명만 이뤄졌나요?
특조위에 따르면 참사 직후 현장이 극도로 혼란스러웠고, 유족이 사망조사의 취지와 절차를 전문가에게 안내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3명을 제외한 희생자 대부분이 검안으로만 사인이 추정됐고, 그중 3분의 2는 법의학 비전문 의료인이 진단했습니다.Q. 특조위는 어떤 개선을 제안했나요?
전문가 판단에 따라 필요시 부검을 적극 시행할 수 있는 상시 검시제도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법의학 전문가와 협조해 사망원인 판단·부검 기준을 명확히 한 재난대응체계 재구축을 제안했습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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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ources
- “이태원참사 희생자 약 10%는 질식사 아닐 가능성···더 구조할 수 있었다” - 경향신문(NewsArticle)
- 이태원참사 특조위 "희생자 10% 질식사 아닌 듯…구조할 수 있었다" - 뉴스1(NewsArticle)
- 이태원특조위 "희생자 15명 질식사 아닐수도…적극 구조 나섰어야" - 뉴시스(NewsArticle)
- 이태원특조위 "희생자 15명 질식사 아닐 가능성…적극적 구조 나섰어야" - 이데일리(News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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